Eat & Drink - Saigoneer한글판 https://kr.saigoneer.com/eat-drink Sun, 16 Nov 2025 15:24:45 +0700 Joomla! - Open Source Content Management en-gb 사이공의 바실리코(Basilico), 정통 이탈리아의 맛을 담은 새로운 변신 https://kr.saigoneer.com/eat-drink/13701-사이공의-바실리코-basilico-,-정통-이탈리아의-맛을-담은-새로운-변신 https://kr.saigoneer.com/eat-drink/13701-사이공의-바실리코-basilico-,-정통-이탈리아의-맛을-담은-새로운-변신

“우리는 이탈리아 사람이니까, 우리가 하고 싶은 대로 합니다.” 바실리코(Basilico)의 비전에 대해 묻자, 프란체스코 레오네(Francesco Leone) 셰프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바실리코를 진짜 이탈리안 음식의 감성과 정통성을 전달하는 사이공 속의 작은 이탈리아로 만들겠다고 한다면, 그저 이탈리아의 분위기를 내는 것으로는 안됩니다. 음식에 이탈리아가 들어 있어야 합니다.”

이탈리아 남부의 코라토(Corato) 출신인 프란체스코 셰프는 자신의 고향에서 배운 본연의 정통 요리를 고수하는 데 확고합니다. “셰프든, 레스토랑이든, 브랜드든 스스로를 지키려면 정통성을 유지해야 합니다. 손님께서 좋아하지 않으셔도 어쩔 수 없습니다. 죄송하지만, 그게 제 방식입니다.”

15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바실리코는 현재 대대적인 리뉴얼을 진행 중이며, 프란체스코 셰프가 새롭게 구성한 메뉴는 새 인테리어와 완벽하게 어우러집니다. 오랜 단골 손님을 위한 일부 메뉴는 그대로 남지만, 프란체스코 셰프는 이탈리아 요리학교와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에서 익힌 정통의 맛과 조리법을 JW 메리어트 사이공(JW Marriott Saigon)의 새 바실리코에 담고자 합니다.

이번 달 초 Saigoneer와 만난 프란체스코 셰프는 자신이 만든 새 메뉴를 소개하며, 이탈리아의 미식 명성을 이어가기 위해 세심히 변화시킨 부분들을 자랑스럽게 설명했습니다.

이탈리아를 떠나왔지만 함께 왔습니다

프란체스코 레오네 셰프는 요리사 집안 출신은 아닙니다. 일요일마다 어머니를 도와 케이크를 만들긴 했지만, 회계사 가정에서 자란 그가 요리학교에 진학한 것은 집안의 기대와는 완전히 다른 것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이탈리아 여러 유명 레스토랑에서 커리어를 쌓은 그가 동남아시아로 자리를 옮긴 것은 그의 가족에게 놀랄 일이 아니었습니다. 이 지역에 이미 자리잡은 그의 친척들이 그에게 빠르게 성장하는 이 국제적 요리 시장에 도전해 볼 것을 권했기 때문입니다.

이후 필리핀, 싱가포르, 그리고 가장 최근에는 베트남 중부의 리조트를 거치며, 프란체스코 셰프는 자신의 요리 철학을 다듬고 ‘진짜 이탈리안 요리’를 세상에 알리고자 하는 사명감을 더욱 확고히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그는 “카르보나라에 크림을 넣는 것이 부드러운 식감을 내는 올바른 방법”이라는 오해를 바로잡는 등,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는 일에도 힘썼습니다.

“이전 바실리코 메뉴에서 부라타 치즈에 베리잼이 얹혀 있는 걸 보고 머리를 다 쥐어 뜯을 뻔 했습니다. 저는 머리카락이 없는데도 말이죠.” 그는 웃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프란체스코 셰프는 레시피를 완전히 바꿔, 부라타 치즈를 로마 토마토, 체리 토마토, 파르마 햄, 발사믹 리덕션과 함께 단순하고 정통적인 방식으로 되돌렸습니다. 바실리코의 새 메뉴에는 이름은 같지만 조리법, 재료, 그리고 플레이팅이 완전히 달라진 요리들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예전의 인터내셔널 샌드위치(international-style sandwich)는 이제 18개월 숙성된 파르마 햄, 모르타델라, 코파, 매운 살라미로 속을 채웠고, 피자는 납작한 플랫브레드 스타일이 아닌, 새로 들여온 피자 오븐 사용한 진짜 나폴리탄 피자로 대체되었습니다.

여기에 더해 완전히 새롭게 추가된 메뉴도 있습니다. 수제 링귀니에 체리 토마토 소스와 바질, 그리고 파르메산 치즈를 곁들인 링귀니 알 포모도로(Linguine al Pomodoro)는 상큼하고 클래식한 대표 요리입니다. 또 다른 예로, 이탈리아 수입 재료만 고집하는 것은 현실적이지도, 합당하지도 않다는 점을 고려해 현지 식재료의 훌륭함을 살린 까마우 머드 크랩(Cà Mau Mud Crab) 파스타도 있습니다. 수제 스파게티와 스트라치아텔라 치즈가 함께 제공되며, 닌투언 꽃게(Nhin Thuận flower crab)는 수제 비골리(Bigoli) 파스타와 어우러집니다. 한편, 프란체스코 셰프가 칭송하는 일본산 문어는 샐러드, 탈리아텔레(tagliatelle), 유기농 사프란 리조토에 사용됩니다.

새로운 메뉴에 더해진 창의성

프란체스코 셰프의 요리 철학을 보면 전통의 맛을 지키는 데 중점을 두지만, 표현 방식에서는 좀 더 독창성을 추구합니다. 특히 특별한 날을 위해 방문하는 손님들에게는 시각적 즐거움 또한 중요하기 때문에, SNS에 어울리는 창의적인 플레이팅을 선보입니다.

예를 들어, 수프는 비트가 평범한 파스타를 핑크빛으로 물들이는 것을 보여드리며 손님 테이블에서 직접 완성됩니다. 이런 ‘예상치 못한 경험’은 바실리코가 지향하는 ‘고급 요리의 본질’을 잘 보여줍니다. 이탈리아에서는 해산물 샐러드를 하나의 큰 볼에 섞어 담아내지만, 바실리코에서는 각 재료를 따로 마리네이드하고 개별적으로 담아내어 더욱 정제된 형태로 제공합니다. “같은 요리지만, 한 단계 더 끌어올린 것이죠.” 프란체스코 셰프는 이렇게 요약했습니다.

또한 바실리코는 프란체스코가 창의성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이탈리아의 정통 맛과 질감을 유지하면서도, 현대 이탈리아 레스토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감각적인 변주를 더합니다. 예를 들어, 아마트리치아나 피자(Amatriciana Pizza)는 산 마르자노 토마토 소스 리덕션(San Marzano tomato sauce reduction)으로 비슷한 이름의 파스타 소스 풍미를 그대로 담아냅니다. 어느 날 밤 불현듯 떠올라 만든 카라멜라이즈드 뇨끼(Gnocchi)는 바닥을 바삭하게 구워내 버터에 볶아낸 다른 식당의 부드러운 뇨끼와는 대조되는 식감을 만듭니다.

타협이 필요한 순간들

프란체스코 셰프는 마닐라에서 일하던 시절, 외국 손님이 하와이안 피자를 요청했던 일을 웃으며 떠올립니다. “돈을 더 준다거나, 사장에게 항의하겠다고 해도, 절대 파인애플 피자는 만들지 않았습니다.” 그는 여전히 파인애플 피자를 만들지 않지만, 예전보다 훨씬 유연하고 관대한 태도를 갖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이제 그는 더 이상 주방을 과거처럼 엄격하게 통제하지 않습니다. 그때의 냉혹한 리더십 덕분에 그는 제2차 세계대전의 유명한 암살 작전 이름을 따서 ‘프란체스코 발키리(Francesco Valkyrie)’ 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었습니다. “사람은 변합니다. 성숙해지고, 더 전문적이고 유연해집니다.”

그의 이런 유연한 태도는 새 바실리코 메뉴에도 반영되었습니다. 만약 모든 것을 자신의 뜻대로 했다면 제외했을 메뉴도 있지만, 오랜 세월 바실리코를 사랑해 온 단골 손님을 위해 프랑스산 굴, 해산물 파스타, 시저 샐러드 같은 인기 메뉴는 그대로 유지됩니다. 물론, 이 메뉴에 대한 정성과 세심함도 잃지 않습니다.

모든 면에서 새로워진 공간

프란체스코 셰프의 메뉴 변화 외에도 바실리코는 완전히 새로워진 공간으로 새로운 인상을 남깁니다. 1층의 밝고 탁 트인 공간은 전체 인테리어를 새롭게 구상해서 음식과 조화를 이루도록 꾸며졌습니다. 새 가구와 벽 장식 외에도, 주방을 오픈 형태로 개방해 셰프와 팀이 음식을 세심하게 준비하는 과정을 직접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또한, ‘바실리코(Basilico)’라는 이름에 걸맞게, 신선한 바질을 포함한 다양한 식물들이 공간 곳곳에 배치되어 자연스럽고 생동감 있는 분위기를 완성합니다.

프란체스코 셰프와 바실리코가 ‘정통성’에 얼마나 진심인지는 현지에서 인기 있는 이탈리아 전통음식에 대한 그의 한마디에서 드러납니다. “카르보나라에는 크림이 안 들어갑니다. 한 방울 도요.” 그는 테이블을 두드리며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울어도 좋고, 바닥을 굴러도 됩니다. 하지만 안 되는 건 안 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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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o@saigoneer.com (Saigoneer. Photos by Basilico. ) 푸드 Thu, 09 Oct 2025 06:54:00 +0700
피자 4P's, 미국에 첫 플래그십 매장 뉴욕에 오픈 예정 https://kr.saigoneer.com/eat-drink/음식-문화/13699-피자-4p-s,-미국에-첫-플래그십-매장-뉴욕에-오픈-예정 https://kr.saigoneer.com/eat-drink/음식-문화/13699-피자-4p-s,-미국에-첫-플래그십-매장-뉴욕에-오픈-예정

뉴욕을 돌아다니다가 갑자기 익숙한 연어 미소 피자(salmon miso pizza)의 맛이 그리워진 분들께 올해는 행운이 더해질 것 같습니다.

사이공에서 시작한 자체 피자 브랜드인 Pizza 4P’s가 미국 시장에 진출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Insider Retail에 따르면, 이 일본-이탈리아 퓨전 피자 체인은 미국 내 첫 매장을 뉴욕 브루클린에 열 계획이라고 합니다. 다만, 정확한 주소는 기사 작성 시점에는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출시를 준비하기 위해 Pizza 4P’s는 브루클린 매장의 운영을 총괄할 총지배인(General Manager)을 모집하는 채용 공고를 냈습니다.

이번 진출은 아시아 이외 지역으로는 처음으로, 앞서 캄보디아, 일본, 인도네시아, 인도 등 아시아 여러 국가에 매장을 확장한 데 이은 행보입니다.

현재 Pizza 4P’s는 베트남에 35개, 캄보디아에 2개, 인도네시아·인도·일본에 각각 1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2011년, 사이공 1군의 아늑한 매장에서 시작해 독특한 맛의 수제 피자를 선보이며 문을 연 Pizza 4P’s는, 농장에서 식탁까지 이어지는 신선한 재료와 고급스러운 피자를 앞세워 빠르게 인기를 끌었습니다. 당시 사이공의 패스트캐주얼 피자 체인들과는 차별화된 매력이었습니다.

[Photo via Dân Tr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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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o@saigoneer.com (Saigoneer.) 음식 문화 Fri, 03 Oct 2025 12:00:00 +0700
골목맛집: 후에(Huế)에서 먹는 푸짐하고 정겨운 오후 간식 반깐남포(Bánh Canh Nam Phổ) https://kr.saigoneer.com/길거리-음식/13697-골목맛집-후에-huế-에서-먹는-푸짐하고-정겨운-오후-간식-반깐남포-bánh-canh-nam-phổ https://kr.saigoneer.com/길거리-음식/13697-골목맛집-후에-huế-에서-먹는-푸짐하고-정겨운-오후-간식-반깐남포-bánh-canh-nam-phổ

맛집을 찾아 다니는 사람들 사이에는 작고 허름한 식당일수록 음식이 더 맛있다는 속설이 퍼져 있습니다. 이 속설을 베트남 음식으로 가져와 보면, 보도 위의 음식 가판대, 골목 안의 작은 테이블, 오토바이 위의 커피, 심지어는 더 기묘한 형태로까지 확장될 수 있습니다. 오늘의 골목맛집 주인공은 물리적인 형태와 정신 모두에서 진정한 ‘구멍가게’라 할 수 있습니다.

진정 반깐(bánh canh)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저는 오랫동안 신비한 반깐남포(bánh canh Nam Phổ)이 궁금했습니다. 후에(Huế)가 이 나라의 국수 명예의 전당에 바친 이 요리에는 국물 전체를 지배하는 강렬한 주황빛이 있어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사이공에서는 거의 보이거나 언급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그 신비감을 더했습니다. 결국 저는 이 음식에 대한 신화를 제 머릿속에서 계속 키워나갔고, 이번 여름 후에에 와서야 반깐남포가 곳곳에 있다는 사실을 보고 실소를 터뜨렸습니다.

포득찐(Phó Đức Chính) 거리의 한 모퉁이, 후에 사범대학교(Huế University of Education)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결혼식장, 슈퍼마켓, 그리고 길거리에서 고기를 굽는 연기 자욱한 껌빈전(cơm bình dân, 식당) 사이로 꾸안항(Quán Hằng)이 고개를 내밉니다. 토요일 오후 4시를 조금 넘긴 시간, 도심은 여전히 더위를 피하기 위한 낮잠에서 서서히 깨어나는 중이었습니다. 거리에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좌석이 많지 않은 꾸안항에 인파가 몰리기 전에 서둘러 가기에 완벽한 순간이었습니다.

It's so crispy I'm gonna die!

꾸안항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유리 진열대 위에 놓인 거대한 돼지껍질튀김과 샬롯튀김 봉지들입니다. 원래는 반베오남록(bánh bèo nậm lọc)에 고명으로 올리는 재료지만, 제 눈에는 작은 과자 봉지처럼 보였습니다. 저만 그렇게 생각한 것은 아니었는지, 사진작가도 촬영 중에 돼지껍질튀김 한 봉지를 팀 선물로 샀습니다. 그는 우리 팀을 너무 잘 알고 있었습니다.

꾸안항은 ‘구멍가게’의 전형을 그대로 따릅니다. 흰색 타일 벽, 플라스틱 탁자와 의자, 재료 저장공간으로 개조된 코카콜라 브랜드 유리 냉장고, 전부 가족 구성원으로 이루어진 직원들. 조리대 뒤 작은 식사 공간에는 테이블 네 세트가 있는데, 세 명이 앉으면 딱 맞고 네 명은 불편하게 끼어 앉을 수 있는 크기입니다. 음식은 보통 한 명이 준비하기 때문에 손님들은 잠시 기다려야 합니다.

Quán Hằng is a family business, so on any given day, one can be served by different members of the family.

메뉴는 단 두 가지뿐입니다. 반깐남포와 반베오남록. 각각 2만 동으로, 사이공의 치솟는 물가와 비교하면 매우 저렴한 간식입니다. 주문을 하고 자리를 잡자 배달 기사와 동네 사람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하나둘씩 나타나 큰 봉지에 반깐과 반베오를 담아갑니다. 음식이 훌륭하다는 확실한 신호였습니다. 아, 후에가 낮잠에서 깨어나 이제 배를 채울 시간입니다.

가장 먼저 테이블에 도착한 것은 반베오남록입니다. 샬롯튀김과 돼지껍질튀김이 넉넉하게 뿌려져 있었습니다. 세 가지 모두 쌀가루 반죽으로 만들고 쪄낸 것인데, 남(nậm)과 록(lọc)은 잎에 싸여 있고, 반베오(bánh bèo)는 작은 접시에 담겨 있습니다. 이 작은 반죽 조각들은 ‘섬세하다’라는 표현이 딱 어울립니다. 사이공에서 보던 것보다 얇게 펴졌지만 형태를 잘 유지합니다. 남과 록은 식감이 부드럽고 맛이 담백하여 은은하게 달콤한 느억맘이 스며들어 한입마다 향기를 더합니다. 후에에는 반베오남록을 파는 곳이 많아서인지, 제가 사이공에서 먹어본 어떤 버전보다 훨씬 뛰어났습니다.

Bánh nậm lọc (left) and bánh bèo (right).

반깐남포는 작은 그릇에 담겨 나왔습니다. 걸쭉한 주황빛 소스가 고기완자와 반깐 면발을 감싸고 있었습니다. 모두 양이 작아서 간식으로 딱 적당했습니다. 후에의 전통에 따르면 이 국수는 거의 항상 늦은 오후에 먹습니다. 첫째, 요리사가 아침에 가장 신선한 해산물을 구해야 하고, 둘째, 본격적인 저녁 식사 전 가벼운 한입거리로 알맞기 때문입니다.

Bánh canh Nam Phổ has shorter strands and a thicker broth compared to other versions.

‘남포(Nam Phổ)’라는 지명이 붙은 음식답게 반깐남포는 실제 장소에서 유래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성 북동쪽에 있는 남포 마을로, 현재는 푸방(Phú Vang) 현에 속합니다. 일반적으로 반깐은 타피오카가 많이 들어가 쫄깃함이 특징이지만, 남포의 반깐은 쌀가루와 타피오카가 섞여 만들어져 더욱 부드러운 식감을 냅니다. 국물과 함께 끓이다 보면 면 조각이 떨어져 나와 젓가락 대신 숟가락으로 먹는 경우가 많습니다. 완자는 돼지고기와 새우살을 섞어 후에 특유의 루억(새우젓) 육수에서 끓입니다. 주황빛 색감은 게 내장이나 새우 내장, 혹은 안나토유(annatto oil)으로 냅니다.

The chili fish sauce adds an edge to an otherwise-mellow noodles soup.

꾸안항에서 반깐을 맛보고서야, 왜 이것이 낮잠 후 간식으로 제격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감칠맛과 포만감은 확실하지만 다른 국수 요리와 달리 먹기가 놀라울 만큼 쉽습니다. 모든 재료가 부드럽고 숟가락으로 떠먹을 수 있어 돼지족을 뜯거나, 채소를 골라내거나 많은 고명을 다 먹을 필요가 없습니다. 아이들이 먹기에도 좋지만, 아이들은 고추를 못 먹으니 반깐남포의 풍미를 온전히 느끼기는 어렵습니다. 테이블에는 얇게 썬 밝은 초록색 고추가 느억맘에 담겨 비치되어 있습니다. 이미 반깐남포의 매력에 빠져버린 후였는데요, 고추 몇 조각을 더하자 그 상큼한 매운맛이 국물의 점도를 뚫고 모든 맛을 끌어올리는 것을 맛보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저는 원래 매운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지만, 저 조차도 이제 고추는 반깐남포에 반드시 곁들여야 할 요소가 되었습니다.

Tiny eatery, big bags of pork cracklings.

여행지에서는 쉽게 모든 것을 낭만적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휴가 모드에 들어가 일과 생활의 얽매임에서 벗어나면 모든 음식이 맛있고 만나는 모든 사람이 특별해 보입니다. 제가 꾸안항의 반깐남포를 낭만화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후에 사람들은 제 순진함을 비웃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직접 가봐야 합니다. 날씨가 처음으로 덥지 않았습니다. 동네는 아담했습니다. 거리로 난 작은 테이블에 앉아 따끈한 국수 그릇을 두 손으로 감싸고, 고추의 매운맛에 입술이 얼얼했습니다. 여러분도 꼭 직접 가보셔야 합니다.

To sum up:

  •     Opening time: 6am–8pm
  •     Parking: Bike only
  •     Contact: 0702 151 869
  •     Average cost per person: $ (Under VND100,000)
  •     Payment: Cash, Transfer
  •     Delivery App: N/A

Quán Hằng

9 Phó Đức Chính, Phú Hội Ward, Hu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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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o@saigoneer.com (Khôi Phạm. Photos by Alberto Prieto.) 길거리 음식 Thu, 18 Sep 2025 14:00:00 +0700
코코넛 커피와 솔트 커피에 이은 사이공 커피의 차기 주자, 땅콩버터 커피? https://kr.saigoneer.com/카페-바/13696-코코넛-커피와-솔트-커피에-이은-사이공-커피의-차기-주자,-땅콩버터-커피 https://kr.saigoneer.com/카페-바/13696-코코넛-커피와-솔트-커피에-이은-사이공-커피의-차기-주자,-땅콩버터-커피

에그 커피, 코코넛 커피, 솔트 커피로 이어진 커피 트렌드의 대를 땅콩버터 커피가 이을 수 있을까요?

아마 안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래야 합니다!

이 커피의 컨셉은 이름만으로 명백합니다. 진하고 부드러운 땅콩버터를 익숙한 카페쓰어다(cà phê sữa đá)나 카페쓰어떠이(cà phê sữa tươi)에 넣는 것입니다. 땅콩의 고소한 오일이 일부 설탕의 단맛을 줄여주면서 복합적인 풍미를 더해줍니다.

땅콩버터와 땅콩우유가 흔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카페더우퐁(cà phê đậu phộng, 땅콩커피)을 더 많이 보이지 않는 것이 오히려 조금 놀랍습니다. 저는 올해 초에야 처음으로 땅콩버터 커피를 접했는데, 하필 수오이띠엔(Suối Tiên)에서였습니다. 맛은 있었지만, 연유가 지나치게 많이 들어가 혈당이 치솟았습니다. 그 이후로 제 취향에 더 잘 맞는 버전을 찾아 헤매왔습니다

Saigoneer 는 Mardoll Coffee의 인스타그램 광고를 접했습니다. Grab으로 주문했는데, 놀랍게도 카페더우퐁이 부드럽고, 우유가 풍부하며, 은은하게 고소했지만 과하게 달지 않았습니다. 풍성하고 상쾌한 맛은 직접 가봐야 겠다는 마음을 먹기에 충분했습니다.

“여기 커피가 맛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사람들이 계속 그 가게에 사진 찍으러 가더라고,”라고 우리는 Mardoll 앞에서 베트남어로 외치는 한 할머니의 말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Mardoll은 복작한 3군 골목 안에 위치하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Mardoll에 사진 찍으러 간다는 유행는 다소 당황스러운 것이, Mardoll은 사실 카페가 아니라 훌륭한 땅콩버터 커피를 내는 바리스타 카운터가 있는 네일샵이기 때문입니다. 나비나 꽃 젤 네일을 하고 있는 여성들 사이에서 커피를 편안하게 마실 수 있는 공간은 전혀 없지만, 배달이나 테이크아웃으로는 꼭 주문해 볼 만 합니다.

Grab 주문 알림이 바리스타의 휴대폰에 계속 울리는 가운데, 우리는 그가 우리의 카페더우퐁을 만드는 모습을 지켜보았습니다. 과정은 단순했습니다. 흔히 볼 수 있는 골든팜(Golden Farm) 땅콩버터를 컵 가장자리에 바른 뒤, 그것이 우유에 스며들도록 하고 마지막에 커피를 부었습니다. 그는 메뉴에 땅콩버터 커피가 최근 더해진 이유나 가게 주인이 어디서 아이디어를 얻었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아마도 이곳에서 재주문 할 것 같지만, 진정한 교훈은 이 레시피가 충분히 도전해 볼 만하다는 점이었습니다. 풍미로 가득한 아침의 시작으로 여러분이나 제가 신선한 우유와 연유에 땅콩버터를 넣어 마시지 못할 이유가 어디 있겠습니까?

Mardoll Cafe

399/2A Nguyễn Đình Chiểu, Ward 5, D3, HCM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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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o@saigoneer.com (Paul Christiansen. Photos by Jimmy Art Devier.) 카페 & 바 Mon, 15 Sep 2025 10:00:00 +0700
남부 모더니스트 건축 양식을 기반으로 한 사이공의 카페 5곳 https://kr.saigoneer.com/카페-바/13686-남부-모더니스트-건축-양식을-기반으로-한-사이공의-카페-5곳 https://kr.saigoneer.com/카페-바/13686-남부-모더니스트-건축-양식을-기반으로-한-사이공의-카페-5곳

사이공은 카페 천국입니다. 앞선 세대가 길러낸 수십 년 된 커피 문화가 융성한 가운데, 젊은 세대의 바리스타들이 가져온 최신 글로벌 트렌드도 함께 공존하고 있습니다. 인테리어 스타일과 분위기에 있어서도 거친 인더스트리얼 스타일부터 절제된 자판디 시크(Japandi chic), 그리고 사이공 고유의 남부 모더니스트 건축 양식까지 다양한 선택지가 있습니다.

사이공이어는 늘 kiến trúc hiện đại Việt Nam에 애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1960-1970년대 남부 베트남에서 등장한 독특한 건축 양식입니다. 1980-1990년대 전성기에는 따로 찾아보지 않아도 될 정도로 거리의 대부분 건물이 모더니스트 양식을 따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베트남이 국제적인 영향력을 더 많이 수용하면서, 대부분의 신축 건물은 모더니즘의 특색을 벗어나 보다 중립적이거나 미니멀한 요소들을 따르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모더니즘을 좋아한다면, 우리가 이전에 소개한 5곳의 랜드마크처럼 역사적인 구조물을 찾아야 합니다.

무엇이 ‘모더니스트’인지를 규정하는 표준화된 기준은 없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남부 모더니스트 건축 전문가들은 이 양식의 특징적인 요소들을 설명할 때 ‘어휘(vocabulary)’라는 용어를 사용합니다. 단어처럼, 집주인들은 자신만의 개성과 취향을 표현하기 위해 브리즈솔레이(brise-soleil), 캔틸레버(cantilever), 프레골라(pregolas), 기하학적인 창문 등 다양한 모더니스트 요소를 선택해 조합합니다.

공공건물(병원, 대학 캠퍼스 등)을 제외하고 모더니즘 건축을 실물로 감상하고 싶다면, 카페가 가장 현실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습니다. 아래 소개하는 다섯 곳의 카페들은 각각 다양한 수준으로 모더니즘 건축 요소를 반영하고 있지만, 모두 사이공의 모더니즘 역사에서 중요한 조각을 담고 있으며, 탐방할 가치가 충분합니다.

1. Cafe Linh

26A Phạm Ngọc Thạch, Xuân Hòa Ward, HCMC

사이공 특유의 공간 경험을 충실하게 재현하고자, Cafe Linh은 바닥 타일의 무늬나 가구의 목재 색상 같은 작은 디테일까지 신경 써서 가장 익숙한 재현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오늘날의 젊은 베트남 세대는 이 인테리어와 장식에 바로 공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대부분 비슷한 스타일의 집에서 자랐거나 아직도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Cafe Linh의 입구를 보는 순간부터 모더니즘에 대한 오마주를 느낄 수 있습니다. 회색 đá rửa 마감의 외벽, 금속 프레임이 들어간 나무문, 스타일화된 꽃무늬 스텐실 두 개가 그 예입니다. 내부에서는 계단, 책장, 난간 등이 특히 인상적이며, 불규칙한 형태들로 이루어진 규칙적인 패턴(예: 각진 나선형)들이 모더니즘의 특징을 잘 보여줍니다. Cafe Linh은 처음부터 모더니스트 카페를 목표로 하진 않았겠지만, 1990년대 베트남 가정의 아늑함을 구현하려는 과정에서 모더니즘은 빠질 수 없는 재료가 되었습니다.

2. Sipply Coffee

73 Đinh Công Tráng, Tân Định Ward, HCMC

Cafe Linh이 과거의 모더니스트 건축을 보존하려 했다면, Sipply Coffee는 모더니즘의 미래적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리노베이션된 모더니스트 튜브 하우스 내부(modernist tube house)에 위치한 이 카페는 외관은 익숙해 보일 수 있지만, 내부로 들어서면 모더니즘과 현대적 요소가 의도적으로 섞인 디자인이 눈에 띕니다.

계산대를 지나 뒤편으로 가면, 빈티지 타일 바닥 위에 오래된 집에서나 볼 수 있는 흰색 나선형 계단이 눈에 띄며, 위에서 들어오는 자연광에 비추어 중심 조형물처럼 돋보입니다. 반면 테이블과 의자는 각지고 견고하며, 컬러 블록과 반짝이는 금속 표면으로 구성되어 있어, 모더니즘의 유기적인 질감과는 대조적입니다. Sipply Coffee는 기존의 유산 건물이 새 시대의 미적 감각에 맞춰 새롭게 탄생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사례입니다.

3. 16 Grams

32 Thạch Thị Thanh, Tân Định Ward, HCMC

Sipply와 마찬가지로, 16 Grams 역시 오래된 모더니스트 외관에서 시작했습니다. 이 건물의 파사드(façade)는 1990년대 사이공 특유의 매력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흰색의 진한 틸 타일(teal tile)을 기본 색상으로, 나무 재질이 강조된 인테리어는 조용히 이메일을 확인하거나 책을 읽고 싶은 손님에게 아늑한 분위기를 제공합니다. 특히 문틀의 꽃무늬와 2층 베란다의 다채로운 모자이크가 인상적입니다.

4. Patio Cafe

400/2 Lê Văn Sỹ, Nhiêu Lộc Ward, HCMC

이름 그대로, Patio Café에서 가장 매력적인 공간은 초록 덩굴과 식물들로 가려진 햇살 가득한 측면의 작은 파티오입니다. 작은 안뜰에서 위를 올려다보면, 2000년대 사이공 가정집에서 흔히 보이던 난간 디자인과 문-창문 조합이 눈에 들어옵니다. 카페 이름이 적힌 브리즈솔레이 장식이 전면 유리창 옆을 따라 이어집니다. Patio Café는 다양한 건축적 요소들이 조화롭게 이루어져 있습니다. 좌석마다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 각자에게 맞는 공간으로 녹아들기 좋은 구성입니다.

5. Starbucks Thorakao

241Bis Cách Mạng Tháng Tám, Bàn Cờ Ward, HCMC

이 리스트에 스타벅스 토라카오를 포함할지를 이 글을 준비하며 몇 주간 고민했습니다. 사이공에 살면서, Cách Mạng Tháng 8과 Điện Biên Phủ 교차로 신호등 앞에 멈춰설 때마다 항상 이 특별한 건물을 경외의 눈으로 바라보곤 했습니다. 외벽 전체가 đá rửa 특유의 회색으로 덮여 있고, 실루엣은 복고적이면서도 미래적인 느낌을 동시에 줍니다. 2층에는 반구형 구조물이 유리로 둘러싸여 돌출되어 있어, 마치 우주선의 조종석처럼 보였습니다. 실제로 나는 이 건물이 우주선이고, 그 돔이 조종석이라고 상상하곤 했습니다. 위압적이지 않으면서도 존재감이 뚜렷하고, 사이공의 모더니스트 풍경에 완벽하게 어울리는 독특한 건물입니다. 개인적으로도 도시에서 가장 좋아하는 건물 중 하나이며, 우리 고유의 건축 양식이 얼마나 뛰어난지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토라카오는 오랜 전통의 화장품 브랜드로, 특히 강황을 활용한 피부 관리 제품으로 유명합니다. 이 건물은 수십 년간 토라카오 본사로 사용되었으며, 최근 몇 년 동안 1층은 스타벅스에 임대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카페 브랜드는 건물의 모더니즘 스타일을 살리려는 시도를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내부는 스타벅스 브랜드 특유의 평범한 인테리어로 구성되어 있어, 남부 모더니스트 건축을 기대하고 방문한다면 그냥 교차로 밖에서 건물 외관만 감상하는 편이 낫습니다. 임차해 있는 카페에 대해서는 좋은 말을 할 수 없지만, 토라카오 빌딩만큼은 반드시 언급해야 할 정도로 상징적인 존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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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o@saigoneer.com (Khôi Phạm. Graphic by Ngọc Tạ. Photos by Khôi Phạm.) 카페 & 바 Thu, 31 Jul 2025 15:00:00 +0700
골목 맛집: 1군에 남은 화교 문화의 흔적, Chè Lâm Vinh Mậu https://kr.saigoneer.com/길거리-음식/13683-골목-맛집-1군에-남은-화교-문화의-흔적,-chè-lâm-vinh-mậu https://kr.saigoneer.com/길거리-음식/13683-골목-맛집-1군에-남은-화교-문화의-흔적,-chè-lâm-vinh-mậu

베트남으로 돌아올 때마다 저는 예전에 가던 곳들을 다시 방문해봅니다. 진부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싱가포르에서 6년동안 지내다 보니 기억 속에서 점점 희미해지는, 나 자신을 만들어 냈던 과거의 장소를 방문한다는 것은 이제 베트남을 방문한다는 것과 동일시 되어 버렸습니다.

사이공의 응우옌 타이 빈 거리(Nguyễn Thái Bình Street)를 저녁에 걷고 있으면, 제가 기억하지도 못했던 비스트로들의 노란 조명과 내리는 비가 제 추억을 따뜻하게 감싸줍니다. 거리 건너편의 ‘Parish Church of The Lady of Peace’이 영어와 베트남어로 된 간판처럼 겸손하고 조용하게 서 있는 것을 보고, ‘Chè Lâm Vinh Mậu (쩨럼빈머우)’에 거의 다 왔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Chè Lâm Vinh Mậu has a handful of counter spaces and a few extra chairs.

도시는 변했지만, 이곳은 기억 속 모습 그대로입니다. 형광등 조명이 하나의 나무 손수레를 비춥니다. 이는 전형적인 화교 베트남인들의 이동식 노점에서 볼 수 있는 형태로, 수레에 있는 Reverse Glass Painting(배면유리화)에는 ‘Lâm Vinh Mậu’라는 이름과 중국 문학 고전 속 장면들이 그려져 있습니다. 손수레 하단에는 여러 종류의 ‘chè(쩨)’ 수프 베이스와 토핑 재료들이 담긴 유리 그릇들이 진열되어 있습니다. 가게에는 저 말고는 곧 자리를 뜰 손님 두 명뿐이었습니다. 저는 몇 개 없는 키 큰 플라스틱 의자 중 하나에 앉아 좋아하는 메뉴를 주문합니다. 이번엔 chú Sơn (쭈쏜, 쏜 아저씨)가 가게를 보고 있었습니다. 그는 삼촌인 Lâm Vinh Mậu(럼빈머우)가 해외로 이주하기로 하면서 가업을 이어받았고 수십 년 동안 형과 함께 번갈아 가며 이 노점을 운영해 왔다고 말합니다. 손수레의 이름이기도 한 Mậu는 최근에 세상을 떠났다고 합니다.

Colorful tranh kiếng works, a traditional Chinese art form, line the upper portion of the cart.

이 노점은 다양한 종류의 ‘chè’를 판매합니다. ‘섬보르엉(sâm bổ lượng)’이나 ‘쩨더우더(chè đậu đỏ)’ 같은 고전적인 메뉴도 있지만, 제가 항상 주문하는 두 가지 특별한 메뉴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쩨한년 (chè hạnh nhân)’, 즉 아몬드 두부가 주재료인 디저트입니다. 잘게 부순 얼음과 함께 차게 나오며, 투명한 단 수프 베이스에 부드럽고 하얀 아몬드 두부가 들어 있습니다. 단맛의 수프에 두부의 크리미하고 약초 같은 향이 은은하게 어우러지며 미묘한 섬세함을 자아냅니다.

From top to bottom, clockwise: sâm bổ lượng, almond tofu, tea egg, and egg soup with sago.

다른 메뉴는 ‘쩨쯩봇방 (chè trứng bột bang)’입니다. 삶은 달걀과 사고(Sago)가 들어간 디저트입니다. 생김새만 보면 ‘chè’보다는 달걀국에 더 가깝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삶은 달걀과 풀어놓은 노른자가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생소한 조합에도 불구하고, 달걀과 수프 베이스는 흥미로운 맛의 조화를 이룹니다. 사고 펄로 가득 찬 점도 있는 수프는 짭조름한 삶은 달걀에 식감 있는 단맛을 더해줍니다. 저는 포크로 달걀을 반으로 가르고, 노른자가 노란 가루처럼 수프 안에서 소용돌이치는 것을 봅니다. 몇 년 만에 작은 도자기 그릇에 담긴 이 두 가지 ‘chè’를 다시 먹으면서, 싱가포르로 떠나기 전 6년 전의 맛과 다르지 않다는 사실에 위안을 느낍니다.

Apart from special dishes like tea egg, most toppings are eaten with a jasmine sweet syrup.

쏜 아저씨가 금속 테이블 위에 맺힌 물자국을 닦고 있을 때, 저는 아저씨께 쩨(chè)가 맛있었다고 인사를 전합니다. 밤공기는 여전히 습했고, 노점에는 우리 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잠깐 이야기를 나눕니다. 아저씨는 제 대학 생활과 방학 중인지 여부를 물어봅니다. 제가 싱가포르에서 긴 휴가를 맞아 베트남에 돌아왔다고 말하자, 그는 자신의 아들도 미디어와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했다고 말합니다. 아저씨는 또 싱가포르가 2010년대 가족과 함께 처음 해외여행을 떠났던 곳이기도 했다며, “유니버설 스튜디오가 재미있었어요,” 라고 합니다. 그리고는 잘게 부순 얼음과 연한 차가 담긴 샷잔을 입가심용으로 건네줍니다.

제가 차를 마시며 그의 장사와 단골 손님에 대해 묻자, 아저씨는 대부분이 단골이고, 그들 중 상당수가 해외에 거주하다가 사이공을 다시 방문한 베트남계 교포들이라고 말합니다. 그는 또 지역 내 화교 이웃의 수가 점점 줄어드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합니다. “대부분 이미 해외로 이민 갔어요. 많은 경우 가족이 초청해서 나간 거죠,” 그가 말합니다. “현재 이 지역에 사는 사람들 중 다수는 다른 지방 출신입니다.” 그는 다시 싱가포르 이야기를 꺼내며, 그의 아들이 최근 Lady Gaga의 ‘Lion City Mayhem’ 콘서트를 보기 위해 싱가포르에 다녀왔다고 합니다.

Simmered fruits and nuts make up most of the chè toppings.

양철 지붕 위로 내리는 비 소리가 정적을 채웁니다. 쏜 아저씨는 비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깁니다. 거리 건너편의 Parish Church of The Lady of Peace 외에도, 이곳에는 화교 상인들이 세운 학교였던 Khai Minh 중고등학교와, 여러 명의 화교 아저씨, 아주머니들이 운영하던 작은 음식점들이 자리하던 공동주택들이 있습니다. 이곳들은 1군(District 1)에 사는 화교 주민들이 고령화됨에 따라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지만, 여전히 도시의 한 구석에 숨겨진 작은 보석처럼 존재하며, 누군가가 발견해 주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Lâm Vinh Mậu was the name of the original owner, the late uncle of the brothers who currently run the stall.

짧은 대화로는 쏜 아저씨에 대해, 그가 사는 응우옌 타이 빈 지역에 대해, 혹은 사이공의 화교마을이 지닌 복잡한 역사에 대해 깊이 알게 됐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번 만남은 이 도시도 빗겨갈 수 없는, 현대 도시 공간에서 점점 부각되고 있는 문제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팔림세스트(palimpsest)’라는 개념은 도시의 역사가 층층이 쌓여 있는 구조를 설명하는 데 사용됩니다. 과거의 흔적이 현대의 건물 아래 숨겨지거나 희미하게 남아 있는 것입니다.

Stainless steel sections divide the cart.

도시화와 유산 보존 사이에는 타협이 필요하며, 사이공에서는 이러한 긴장이 해결되어야 합니다. 이 상황 전체에는 씁쓸하면서도 아름다운 감정이 있습니다. 도시를 오가는 사람들의 끊임없는 이동 속에서, 유산의 존재 — 그것이 한 그릇의 쩨든, 혹은 광둥어라는 언어든 — 는 결국 이곳에 터전을 마련하겠다고 생각했던 사람들만큼이나 덧없는 것이 됩니다.

Most patrons are regulars, though the Hoa community in the neighborhood is dwindling every year.

Chè Lâm Vinh Mậu의 정성스레 담긴 달콤한 음식들을 음미하며, 저는 아몬드 두부 덩어리를 자르는 칼, 부드럽게 국물을 떠내는 국자, 구멍 사이로 스며드는 설탕물, 그리고 테이블 가장자리를 거칠게 훑은 후 멈춘 행주를 떠올립니다. 저는 쏜 아저씨의 손을 떠올립니다. 벽지가 벗겨진 낡은 상가주택(shophouse)은, 그 속에서 음식을 만들어온 손이 있었기에 단지 생명 없는 건물만은 아닙니다. 그리고 그 음식을 즐기기 위해 찾아오는 손님들 (새손님이든 오래된 단골이든) 또한 이 건물을 지탱하는 버팀목입니다. 음식과 같은 무형 문화유산은 종종 유형 공간과 그 안의 사람에 깊이 얽혀 있습니다. 어쩌면 사람들의 향수와 뿌리를 되찾고자 하는 욕망이야말로, 이러한 맛있는 유산들을 결국 살아남게 할 가장 큰 원동력일 것입니다.

To sum up

  • Opening time: 7pm–11pm
  • Parking: By the stall (bike only)
  • Average cost per person: $ (Under VND100,000)
  • Payment: Cash
  • Delivery App: None

Chè Lâm Vinh Mậu

31 Nguyễn Thái Bình, Bến Thành Ward, HCM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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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o@saigoneer.com (Tuệ Đinh. Photos by Jimmy Art Devier.) 길거리 음식 Wed, 09 Jul 2025 15:00:00 +0700
골목맛집: 하노이 25년 전통의 분빈휘옌(Bún Bình Huyền)에서 만나는 환상의 분리에우옵보(Bún Riêu Ốc Bò) https://kr.saigoneer.com/길거리-음식/13678-골목맛집-하노이-25년-전통의-분빈휘옌-bún-bình-huyền-에서-만나는-환상의-분리에우옵보-bún-riêu-ốc-bò https://kr.saigoneer.com/길거리-음식/13678-골목맛집-하노이-25년-전통의-분빈휘옌-bún-bình-huyền-에서-만나는-환상의-분리에우옵보-bún-riêu-ốc-bò

하노이의 날씨가 겨울에서 여름으로 바뀌는 덧없는 날들, 장마철 습기 가득한 바람은 환절기 가랑비를 실어옵니다. 이런 날씨에는 김이 올라오는 육수에 담긴 뜨끈한 음식이 그리워집니다. 유독 쌀쌀한 어느 아침, 저는 거리를 거닐다 하노이 아침의 특별한 맛을 찾아 찌에우 비엣 브엉(Triệu Việt Vương) 거리에서 발길을 멈췄습니다.

찌에우비엣브엉 거리는 하이바쯩구(Hai Bà Trưng District) 중심을 가로지르는 도로답게 다양한 식당과 카페가 즐비한 곳입니다. 그런 가게들 사이, 도시가 아무리 변해도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는 25년 된 분리에우(bún riêu) 식당이 있습니다. 끊임없이 들고 나는 손님들의 행렬은 이곳이 여전히 활기찬 하노이의 삶 한가운데 있음을 증명합니다.

분리에우옵보 빈휘옌(Bún riêu ốc bò Bình Huyền)의 주인인 휘옌(Huyền) 아주머니는 1998년 이동식 국수 가게로 처음 장사를 시작했습니다. 대나무 멜대 한쪽에는 육수가 보글보글 끓는 큰 솥이, 다른 한쪽에는 쌀국수와 다양한 고명이 담긴 바구니가 걸려 있었습니다. 이렇게 휘옌은 가족의 비법 레시피를 들고 하노이 곳곳을 누비며 출출한 사람들의 허기를 채웠습니다. 그렇게 15년을 거리에서 장사한 끝에, 마침내 좁디 좁은 골목에 자리를 잡았고, 손님들은 벽을 따라 앉거나 근처 카페 자리까지 차지하며 음식을 즐겼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찌에우비엣브엉 거리를 찾는 이들은 이제 그 골목길 노점 분리에우를 더 이상 볼 수 없습니다. 휘옌 아주머니가 4년 전 가게를 실내 공간으로 옮겨왔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테이블과 의자가 있는 넓은 공간이 되었어도 오랜 단골들은 여전히 솥 옆에서 손놀림 바쁜 휘옌 아주머니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아주머니는 소고기를 정갈히 올리고, 우렁을 얹고, 뜨거운 육수를 국자에 담아 붓습니다.

분빈휘옌은 매일 아침 7시에 문을 엽니다. 하노이 사람들이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 주고 출근하는 길에 든든한 아침식사를 하러 식당을 찾는 황금 시간대입니다. 분리에우 향이 인근 거리까지 스며들어, 행인들이 자연스레 발길을 멈춥니다. 아침이나 점심식사 시간 같은 피크 타임이 되면 10개 테이블로 구성된 좁은 식당은 언제나 후루룩 소리로 가득 찹니다. “제 손님 중에는 남부에서 오신 분들도 많은데, 수십 년 동안 하노이에 올 때마다 빠짐없이 찾아와요.” 휘옌 아주머니는 여러 그릇에 육수를 빠르게 붓는 동안 이렇게 말했습니다.

식당이 꽉 차 있었지만, 저는 오래 기다리지 않고 이 환상적인 분리에우를 맛볼 수 있었습니다. 저는 모든 고명을 다 넣은 스페셜 메뉴를 주문했습니다. 제 앞에 놓인 국수그릇은 저의 모든 감각을 자극하는 화려한 선물 같았습니다. 튀긴 두부 조각은 우렁, 소고기, 파 사이에 숨듯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서로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식감이 의외의 조화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하얀 국수는 육수와 조명 아래에서 반짝이며 빛났습니다. 저는 한 숟가락 떠서 따뜻하고 은은하게 새콤한 국물을 마셨습니다. 김이 얼굴을 감싸며 남아있던 나른함도 사라졌습니다.

휘옌 아주머니의 식당은 중심가라는 위치 때문만이 아니라, 수년간 변치 않는 맛으로 충성도 높은 손님들을 끌어 모읍니다. 한 조각의 우렁, 소고기, 두부 모두 아주머니의 손에서 정성스럽게 준비됩니다. 단골들은 이곳의 뜨거운 국물, 쫄깃한 국수, 쫄깃한 우렁, 특유의 게살 페이스트, 맘똠(mắm tôm), 새콤달콤한 육수, 부드러운 소고기, 바삭한 두부 맛을 잊지 못합니다.

식당이 문을 연 이래 메뉴는 단 하나, 바로 분리에우입니다. 먹고 싶은 조합에 따라 튀긴 두부, 우렁, 돼지고기 소시지, 얇게 썬 소고기 등 약 10가지를 골라서 추가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주머니 사정을 가진 사람들이 모두 즐길 수 있도록 가격은 국수와 게살 페이스트만 들어간 기본 한 그릇이 25,000동부터 시작하고, 다양한 고명과 푸짐한 소고기를 넣으면 80,000동까지 올라갑니다. 분리에우 한 그릇 치고는 꽤 비싸다고 느껴질 수 있지만, 많은 손님들이 여전히 모든 고명을 추가해 푸짐하게 먹는 것을 좋아합니다.

20년 넘는 세월 동안 장사해온 휘옌 아주머니는 신선한 재료만이 최고의 국수를 만든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그녀는 매일 직접 장에 가서 소고기를 고르고 우렁을 손질한 후, 손님을 맞을 준비를 합니다.

장사 준비는 새벽 4시에 시작됩니다. 해가 뜨기도 전, 여섯 명으로 짜여진 팀이 허브를 썰고 두부를 튀기고 우렁을 데치고 육수를 만듭니다.

물론, 분리에우의 핵심은 분(bún, 쌀국수)입니다. 이곳의 분은 부드럽고 하얀색이며, 적당히 얇고 쫄깃해서 물에 쉽게 풀어지지 않습니다. 상추와 각종 향신 허브가 곁들여 집니다. 고기와 게살은 샬롯(shallot)과 함께 단백질이 익고 향이 날 때까지 볶아냅니다. 튀긴 두부는 꼭 들어가는 고명으로, 겉은 바삭하고 속은 폭신하게 튀겨냅니다.

가장 비싼 고명은 소고기로, 빈휘옌에서는 사태, 부채살, 안심 등의 부위를 하루 20킬로그램 정도를 사용합니다. 고기는 깨끗이 손질한 뒤 얇게 썰어두었다가, 손님 주문에 따라 즉시 데쳐 신선한 맛을 유지합니다.

또 하나의 핵심 고명은 바로 옵(ốc), 우렁입니다. 여기서는 껍데기가 윤기 있고 묵직한 우렁만을 골라 사용합니다. 또 익혔을 때 내장이 모두 나와 제거되어야 합니다. 소고기를 종이처럼 얇게 썰어 손질해 두는 것처럼, 몇 킬로그램에 달하는 우렁도 정성스럽게 손질됩니다.

다양한 고명에 더해, 휘옌 아주머니의 국수국물이 분리에우를 완성시킵니다. 뼈, 토마토, 쌀 식초로 만든 반투명한 황금빛 육수는 톡 쏘는 산미로 고명의 풍미와 완벽한 조화를 이루어 냅니다.

모든 분리에우에는 신선한 허브가 함께 나오고, 매운맛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고추기름도 놓여 있습니다. 그리고 호불호는 갈리지만 제게는 빼놓을 수 없는 재료가 바로 맘톰입니다. 이 강한 향의 새우젓 소스는 분리에우의 해산물 풍미와 특히 잘 어우러집니다. 이렇게, 계절이 바뀌는 어느 아침 먹는 이 한 그릇의 분리에우는, 먹는 이에게 더 바랄게 없는 행복감을 줍니다.

To sum up

  • Opening time: 6am–9pm
  • Parking: In front of the restaurant (bike only)
  • Contact: 0947401995
  • Average cost per person: $ (Under VND100,000)
  • Payment: Cash, Transfer
  • Delivery App: ShopeeFood

Bún riêu ốc bò Bình Huyền

149 Triệu Việt Vương, Bùi Thị Xuân Ward, Hai Bà Trưng District, Han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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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o@saigoneer.com (Xuân Phương. Photos by Xuân Phương.) 길거리 음식 Mon, 30 Jun 2025 16:00:00 +0700
중부 베트남 고유의 여름 디저트, '쑤쏘아 (Xu Xoa)' https://kr.saigoneer.com/eat-drink/음식-문화/13677-중부-베트남-고유의-여름-디저트,-쑤쏘아-xu-xoa https://kr.saigoneer.com/eat-drink/음식-문화/13677-중부-베트남-고유의-여름-디저트,-쑤쏘아-xu-xoa

사이공 사람들은 무더운 날씨에 스엉섬 (sương sâm, 잎 젤리)이나 스엉사오 (sương sáo, 풀 젤리)를 즐겨 찾지만, 중부 해안 지방 사람들은 '쑤쏘아 (xu xoa)'를 찾습니다. 투명하고 은은한 감칠맛의 젤리가 생강 향이 감도는 달콤한 시럽에 담겨 있어, 더위를 식히는데 최고의 간식입니다.

쑤쏘아는 다양한 이름으로 불립니다. 쑤싸(xu xa), 싸싸(xa xa), 쏘아쏘아(xoa xoa), 또는 쭈쪼아(chu choa) 등 여러 별칭이 있지만, 꽝빈(Quảng Bình)부터 빈투언(Bình Thuận)까지의 쑤쏘아는 동일한 주요 재료로 만들어집니다. 현지에서는 '롱꺼우(rong câu)' 또는 '라우동(rau đông)'이라고 부르는 해조류의 일종으로 바닷가의 젖은 바위나 암초에 흔히 서식합니다.

롱꺼우는 바위 표면에 부착된 덤불 형태로 자라며, 가느다란 줄기가 작은 물고기 뼈처럼 하얗고 반투명합니다. 이 해조류는 봄철에 가장 왕성하게 자라며, 음력 3월부터 7월까지 채취가 가능합니다. 이 시기가 되면 마을 사람들은 해변으로 나가 롱꺼우를 따서 시장에 내다 팝니다.

 

썰물 때인 이른 아침이나 이른 오후, 채취자들은 긁개와 대나무 바구니를 들고 큰 바위로 향합니다. 다양한 크기의 바위들은 에메랄드빛, 황토색, 아이보리색의 다채로운 해조류로 덮여 있습니다. 바지를 걷어붙이고 큰 모자를 쓴 채, 채취자들은 작열하는 햇볕과 짠 바닷바람 속에서도 부지런히 가장 신선한 해조류를 수확하기 위해 일합니다. 먼저 긁개의 끝을 바위 틈에 깊숙이 넣은 후, 뿌리까지 해조류 전체를 밀어내어 채취합니다. 몇 시간 후면 바구니가 가득 차고, 운이 좋으면 몇 킬로그램, 그렇지 않아도 반 킬로 정도가 됩니다. 이 작업은 밀물 때가 오기 전까지 계속됩니다.

쑤쏘아의 주재료를 손질하고 요리하는 과정도 채취만큼이나 고된 일입니다. 해조류에는 모래와 이물질이 많아 일일이 제거해야 하며, 비린내와 짠맛을 없애기 위해 여러 번 깨끗이 씻어야 합니다. 보통 채취한 롱꺼우의 절반은 쑤쏘아를 만드는데 쓰고, 나머지 절반은 햇볕에 말립니다. 정오의 뜨거운 햇살은 건조에 가장 적합하며, 며칠 동안 햇볕에 말리면 해조류는 갈색 코코넛 껍질처럼 쪼그라듭니다. 이 건조된 해조류는 비수기에 쑤쏘아를 만들기 위해 집에 보관하거나 공장이나 시장으로 운반됩니다.

 

디저트 본연의 쑤쏘아를 만드는 과정은 비교적 간단합니다. 신선한 롱꺼우를 물과 함께 끓인 후, 라임즙을 약간 넣으면 해조류가 더 쉽게 풀어집니다. 라임의 산성이 응고 성분을 분해해주기 때문입니다. 해조류가 완전히 녹으면 그 액체를 걸러내어 쑤쏘아 추출액을 만듭니다. 이 액체가 식으면 다시 젤리처럼 굳어 반투명한 덩어리가 됩니다.

젤리가 완성되면, 그 다음 단계는 생강 시럽을 만드는 일입니다. 보통은 몰라세스가 첨가된 흑설탕을 사용하는데, 꽝 지방 주민들은 사탕수수 덩어리를 사용합니다. 물을 끓인 후 설탕을 넣고 졸이면, 끓이는 시간이 길수록 시럽은 점점 더 걸쭉해집니다. 경험 많은 주부들은 점도로 시럽의 완성도를 바로 알아차릴 수 있으며, 보다 정밀한 측정을 원하면 굴절계가 필요합니다. 설탕이 끓는 동안, 잘게 썬 생강을 넣는데, 어린 생강이나 숙성된 생강을 취향에 따라 선택합니다.

 

달콤한 생강 향이 퍼지면 쑤쏘아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앞마당에서 놀던 아이들은 생강 냄새를 맡자마자 모든 걸 내려놓고 부엌으로 달려가 엄마가 쑤쏘아를 만들고 있는지 봅니다. 쑤쏘아는 중부 베트남 아이들의 마음에 남아 있는 추억의 간식입니다. 작가 낌엠(Kim Em)은 『먹으며 기억하다(Ăn để nhớ)』라는 책에서 이렇게 묘사합니다. “어머니는 우리가 오후 낮잠을 거른 채 밖에서 노는 걸 달가워하지 않아서, 낮잠을 잘 자면 쑤쏘아 사먹으라고 용돈을 주겠다 약속했어요. 그래서 저는 소파에 누워 눈을 감고 자는 척하면서, 생강과 설탕이 어우러진 쑤쏘아 한 그릇을 꿈꾸었어요."

길거리 쑤쏘아는 중부 베트남 여름의 상징과도 같습니다. 대나무 지게에 쑤쏘아를 이고 다니는 할머니들이나 오토바이 좌석에 젤리통을 싣고 다니는 노점상들 사이에서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이들은 "아이 쑤쏘아 홍? (Ai xu xoa hông?, 쑤쏘아 드실 분?)" 하고 외칩니다. 판매자들은 종종 화려한 칼 솜씨를 자랑하며 냄비만큼 큰 젤리를 순식간에 반짝이는 조각으로 썰어내고, 향긋한 생강 시럽을 끼얹어 줍니다. 손에 쑤쏘아 한 그릇을 들고 있으면 마치 한여름의 오아시스를 품은 듯한 기분이 들며, 그 아름다움을 눈으로 먼저 감상한 후 한 입 한 입 천천히 음미합니다. 작가 낌엠의 표현처럼 말입니다. "급히 먹고 싶지 않았어요. 그랬다가는 여름이 제 혀끝에서 사라져버릴 것 같았거든요."

전통적인 생강 시럽 외에도, 쑤쏘아를 즐기는 방식은 다양합니다. 다낭의 디저트 가게에서는 쑤쏘아에 녹두 앙금, 빨간 타피오카 펄, 반롯(bánh lọt), 검은콩, 진한 코코넛 밀크를 함께 곁들여줍니다. 호이안에서는 ‘싸싸(xa xa)’와 ‘르엉팡(lường phảnh)’이라는 이름으로 팔리기도 하는데, 싸싸는 호이안에서 쑤쏘아를 일컫는 말이고, 르엉팡은 약초와 약재로 만든 검은 젤리입니다.

 

쑤쏘아는 여름철 더위를 막아주는 간식일 뿐 아니라, 중부 출신 베트남인들에게는 향수를 달래주는 음식이기도 합니다. 사이공에 사는 중부 사람들은 향수가 밀려올 때마다 바호아(Bà Hoa) 시장으로 향해 생강 향 가득한 쑤쏘아 한 그릇을 먹거나, 마른 롱꺼우를 사서 집에서 만들어 먹곤 합니다. 쑤쏘아의 은은한 단맛은 마치 고향의 품처럼, 그리움을 잠시나마 달래주는 존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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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o@saigoneer.com (Thu Hà. Illustrations by Dương Trương.) 음식 문화 Fri, 20 Jun 2025 12:33:41 +0700
오피니언: 베트남계 미국인이라는 것을 자랑스럽게 만들어준 앤서니 보데인(Anthony Bourdain) https://kr.saigoneer.com/eat-drink/음식-문화/13676-오피니언-베트남계-미국인이라는-것을-자랑스럽게-만들어준-앤서니-보데인-anthony-bourdain https://kr.saigoneer.com/eat-drink/음식-문화/13676-오피니언-베트남계-미국인이라는-것을-자랑스럽게-만들어준-앤서니-보데인-anthony-bourdain

금요일 밤, 사이공에 도착했을 때 제 휴대폰에는 앤서니 보데인(Anthony Bourdain)의 사망 소식이 트윗, 문자, 뉴스 속보로 뒤섞여 쏟아지고 있었습니다. 셰프에서 여행 프로그램 진행자로 변신한 보데인이 61세의 나이에 스스로 생을 마감한 것으로 보인다는 구체적인 내용이 드러나자, 인터넷에는 슬픔과 충격의 물결이 일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아마도 보데인의 사망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자신이 어디에 있었는지를 정확히 기억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편집자 주: 이 글은 원래 2018년 6월, 앤서니 보데인의 사망 직후에 처음 게재되었습니다.

주말 동안 저는 많은 동료 언론인들이 이 사랑받는 미식계의 록스타이자 많은 이의 친구를 기리는 최고의 글을 쓰고 있는 것을 보며 놀라지 않았습니다. Chefsfeed의 카산드라 리앤드리(Cassandra Leandry)는 “우리 모두가 보데인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고 썼고, 이는 뉴요커의 헬렌 로스너(Helen Rosner), Food & Wine의 캣 킨스먼(Kat Kinsman), 그리고 Saigoneer의 마이크 타타르스키(Mike Tatarski) 등 많은 매체에서 올라온 감동적인 개인적인 일화와 추억을 반영한 추모 기사들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로스너는 이렇게 회상했습니다. “보데인은 마치 형제 같고, 멋진 삼촌 같고, 믿기지 않을 만큼 쿨한 아빠 같았어요 — 진짜 같고 똑똑한 친구가 어느 날 술집에서 맥주 마시고 나오다 카메라 앞에 섰고, 그냥 거기에 남기로 한 것 같은 느낌이었죠.”

1군에 있는 한 바에서 현지인들과 함께 보데인을 위해 건배를 하면서, 저는 그가 고급 음식 잡지나 미식 레스토랑과 같은 범접하기 어려운 세계를 넘어 흔한 식당과 일상적인 요리에까지 얼마나 멀리 도달했는지 떠올랐습니다. 베트남에 대한 그의 특별한 애정은 이미 잘 알려져 있었고, 이는 여기서 살아가는 사람들뿐 아니라 해외에서 태어난 베트남인들에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 그러니까, 도시락을 싸 갔을 때 “냄새난다”고 놀림 받고, TV에서는 우리와 같은 얼굴을 찾아볼 수 없었던 그런 우리들에게 말입니다. 우리에게 보데인의 베트남에 대한 열정과 그것을 세상과 나누고자 했던 바람은 우리가 베트남인이라는 사실을 조금 더 편하게 받아들이게 만들어주었습니다.

어릴 적 저는 종종 친구들에게 베트남계 미국인이라는 게 어떤 의미인지 설명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 그들 대부분은 역사 시간에 배운 베트남 전쟁이라는 부분 외에는 베트남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래서 보데인의 No Reservations가 2005년 트래블 채널에서 방영되며 베트남을 배경으로 한 세 편의 에피소드를 내보냈을 때, 그는 베트남이라는 나라에 대해 새로운 이야깃거리를 불러일으켰습니다.

“그곳은 신비롭고, 아름답고, 알 수 없는 곳입니다. 제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 중 하나입니다.” 그는 초기 에피소드에서 베트남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베트남은 거의 모든 문화적 요소 — 종교, 정부, 음식 — 가 역사 속에서 외세의 영향을 받은 교차로라고 할 수 있는 곳입니다. 하지만 이 모든 요소들의 단순한 합 이상으로 독특한 정체성을 지니고 있는 곳입니다. 요리에 있어 어떤 거리낌도 없고, 강력한 내면의 정체성으로 끝없는 환대를 보여줍니다. 세상에 이런 곳은 또 없습니다.”

A rare footage of an interview with Anthony Bourdain in which he explained his connection with Vietnam. Video via YouTube user myviewz.

보데인은 이후 여러 차례 베트남을 다시 방문했고, 2013년부터 CNN에서 진행한 두 번째 시리즈 Parts Unknown에서도 여러 에피소드를 베트남에서 촬영했습니다. 이 방문 중 가장 유명한 장면은 2016년, 보데인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함께 전설적인 분짜(bún chả) 한 그릇을 나누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가 베트남을 자주 소개할수록, 팬들은 베트남을 방문해 그의 열정을 공유하게 되었습니다. 더 이상 사람들은 우리가 피시소스를 넣고 요리한다고 얼굴을 찡그리지 않았습니다 — 사실 저는 요즘 베트남 음식 관련 글을 많이 쓰게 된 것도 어느 정도 보데인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는 사람들에게 분보후에(bún bò Huế) 한 그릇을 먹으러 비행기표를 사고 싶게 만든 것 이상의 역할을 했습니다. 보데인의 진지하고 표현력 넘치는 열정은 우리가 타문화를 더 깊고 세밀하게 경험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자신의 뿌리와 다시 연결되도록 만들어주었습니다. 그는 베트남 쌀국수에 대해 “이런 음식을 만들어낼 수 있는 나라라면 초강대국이죠, 제 기준에서는요”라고 했고, 냄새에 대해서는 “오토바이 매연, 피시소스, 향, 멀리서 나는 무언가의 냄새 — 저게 숯불에 굽는 돼지고기인가요?”라고 묘사했으며, 오토바이에 대해서는 “신비롭고, 스릴 넘치며, 아름다운 안무”라고 표현했습니다. 그의 이런 묘사는 제가 베트남이라는 나라의 본질을 전혀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만들었습니다.

저는 모든 베트남계 미국인을 대표할 수 없고 그러고 싶지도 않지만, 제가 말할 수 있는 것은 보데인이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 정말 사랑 받는 인물이었다는 것입니다 — 고국을 떠난 세대에게는 그 나라에 대한 열정을 다시 불러일으켰고,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다고 느꼈던 젊은 1세대에게도 말을 걸어준 사람이었습니다.

Parts Unknown의 베트남 편이 방영되었을 때, 우리는 신이 나서 그 영상 클립을 공유하고 나눴습니다. 심지어 베트남에 대한 기억이 더 복잡하고 아픈 큰아버지, 큰어머니와 같은 어르신들조차 떠나온 고향에 대한 커지는 관심을 기꺼이 받아들였습니다. 제가 처음 음식 관련 글을 쓰게 되었을 때, 그분들은 “보데인 같은 작가가 되길 바란다!”며 축하해주셨습니다. 그리고 그의 사망 소식이 전해졌을 때, 많은 베트남계 미국인 친구들과 가족들이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에 보데인이 자신들의 음식과 문화에 자부심을 느끼게 해주었다고 적었습니다.

보데인은 자신이 사람들에게, 특히 미디어의 조명을 받지 못했던 이들에게 끼친 영향에 대해 알고 있었습니다. 그는 2017년 Roads & Kingdoms와의 인터뷰에서 오바마와 저녁 식사를 했던 후 하노이 사람들의 반응을 이렇게 전했습니다:

“사람들이 손가락으로 저를 가리키며 ‘분짜 아저씨! 분짜 아저씨!(Mr. Bún Chả! Mr. Bún Chả!)’ 하고 말하면서 울었어요. 눈물을 터뜨리며 더듬거리는 영어로 말하려 했어요. 미국 대통령이 쌀국수도 아니고, 스프링롤도 아니고, 멋진 퓨전 레스토랑도 아닌, 바로 그들 동네에 있는 이 식당에서 분짜를 먹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고요. 병맥주로 하노이 맥주를 마시며 그들의 음식, 그들만의 것을 먹었다는 사실에 너무 자랑스러워하고, 놀라워했어요.”

많은 소수 민족 집단들이 보데인 덕에 연대했습니다. 아프리카계 미국인 음식 작가 마이클 트위티(Michael Twitty)는 트위터에 “보데인은 아프리카를 문명의 요람이라 불렀고, 아이티(Haiti)에 카메라를 비추며, 스눕(Snoop)과 함께 빈민가를 기렸고, 오바마와 함께 식사를 나눴다”고 썼습니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의 구스타보 아레야노(Gustavo Arellano)는 보데인을 “주목받지 못한 라틴 사람들의 영원한 친구”라고 불렀습니다. 그리고 Parts Unknown의 휴스턴 편은 다시 한 번 고국을 떠난 베트남 사람들을 찾아 멕시코만 연안에서 우리가 자랄 때 먹던 베트남-케이준식 가재 요리를 조명했습니다. 그러나 전 세계 이민자 및 소수 민족 음식 문화를 다루는데 있어 보데인의 접근이 특별했던 이유는, 그가 보여준 존중과 공감이었습니다. 그는 결코 ‘이국적인’ 요리를 발견하려 하지 않았고, 대신 사람들과 음식에 대해 솔직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우리는 종종 보데인이 어디를 여행할지 알려주었다고 말하지만, 그는 그 이상을 했습니다. 그는 여행 방식 자체를 바꿔놓은 지혜를 남겼습니다. 여행은 항상 화려하지 않으며, 가장 깊은 우정은 플라스틱 의자에서 나누는 값싼 한 끼 식사에서 태어날 수 있고, 평생 기억에 남는 장소는 종종 한 번도 가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곳일 수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그는 우리에게 세상을 발견하라고, 그리고 그 안에서 우리 자신의 위치를 받아들이라고 영감을 주었습니다 — 주저함 없이 말입니다.

댄 큐. 다오(Dan Q. Dao) 는 뉴욕에 사는 베트남계 미국인으로 음식과 여행에 관한 글을 씁니다.

[Top photo by David Scott Holloway via Travel + Leis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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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o@saigoneer.com (Dan Q Dao.) 음식 문화 Mon, 09 Jun 2025 10:00:00 +0700
골목 맛집 – 작은 식당에서 꽉 찬 맛을 내는 하노이의 Phở Chay (퍼짜이) https://kr.saigoneer.com/길거리-음식/13673-골목-맛집-–-작은-식당에서-꽉-찬-맛을-내는-하노이의-phở-chay-퍼짜이 https://kr.saigoneer.com/길거리-음식/13673-골목-맛집-–-작은-식당에서-꽉-찬-맛을-내는-하노이의-phở-chay-퍼짜이

나무가 줄지어 늘어선 Lò Đúc 거리에는 손바닥 만한 작은 식당 Phở Chay(퍼짜이)가 있습니다.

하이 바 쯩(Hai Bà Trưng) 구에 위치한 이 식당의 채식 쌀국수는 아주 작고, 아주 노랗고, 아주 귀여운 직사각형 형태의 건물에서 먹을 수 있습니다.

작지만 존재감은 확실합니다. 식당의 내부와 외부는 형광 레몬색으로 칠해져 있으며, 식당의 이름과 시그니처 요리가 녹색 배경에 굵은 대문자로 새겨져 있어 눈에 뚜렷하게 들어옵니다. 식당에서 무엇을 판매하는지 헷갈릴까 봐, 쌀국수를 광고하는 작은 포스터도 있고, 입구에 놓인 푸드 카트에도 요리 이름이 적혀 있습니다.

결국 점심에는 이 phở chay(퍼짜이, 채식 쌀국수)를 꼭 먹어야겠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식당 앞 메뉴판에는 다양한 요리가 나와 있었지만, 우리가 도착한 시각은 오후 2시 마감시간에 가까워 기본적인 쌀국수만 주문할 수 있었습니다. 국물은 아기 그릇(baby)과 큰 그릇(big bowl) 두 가지 사이즈로 제공되며, 우리는 큰 그릇 두 개(각 25,000동), 국물에 적셔먹을 바삭한 꽈이(quẩy), 넴란(nem rán), 라임 주스와 두유를 주문했습니다.

이 작은 공간을 설명하기에 ‘귀엽다’는 말만큼 적절한 표현도 없습니다. 비록 ‘스텔스 미학’이라는 표현이 어울릴지 모르지만, 작다는 사실 자체가 귀여움의 핵심 요소인 것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아기 판다, 미니어처 타바스코 병, 아주 작은 국수 가게 — 이처럼 ‘작음’은 우리 뇌를 “어우 너무 작다!”라고 반응하게 만듭니다. 이 식당도 예외는 아닙니다.

우리 자리에 앉으니 벽에는 분홍 연꽃 그림이 걸려 있었고, 천장에는 녹색 플라스틱 덩굴이 드리워져 있었습니다. 어쩌면 이 ‘자연적인’ 요소들 덕분에 우리가 방문했을 때 꿀벌 한 마리가 식당 안으로 날아든 걸지도 모릅니다. 그 벌은 벽에 그려진 꽃들 사이에서 꿀을 찾아 헤맸고, 덜 유쾌하게는 제 머리카락 사이도 뒤졌습니다.

벌과의 유쾌한 조우 외에도, 벽에 꽂힌 작은 스피커에서는 Nam Mô A Di Đà Phật 이라는 음악이 나직히 흘러나오고 있었습니다. 채식 식당에 자주 들르는 분이라면 익숙한 그 음악입니다.

튀김 냄새, 국물의 기대감, 반복되는 평온한 음악, 아늑한 공간, 따스한 오후 — 이 모든 것이 훌륭한 식사의 전조가 되어주었습니다.

식당을 운영하는 투이(Thùy)는 입구 왼쪽에 놓인 플라스틱 테이블 위의 튀김기와, 매장 앞에 위치한 푸드 카트에서 음식을 조리합니다.

곧 쌀국수가 나왔습니다. 밀고기(seitan), 고수 잎이 넉넉하게 들어있었고, 특히 아주 뜨끈하게 나온 국물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뜨겁게 먹어야 하는 음식이나 음료는 입을 데일 정도로 뜨거워야 제 맛이며, 식을수록 맛이 급감한다고 생각합니다. 다행히 이 국물은 제 온도기준에 맞았고, 바삭한 꽈이는 국물 맛을 흡수해 식감의 즐거움을 더해주었습니다.

국물이 진한 맛은 아니었지만, 다양한 양념 덕분에 개인의 취향에 따라 얼마든지 맛을 조절할 수 있는 백지 같은 존재였습니다. 라임을 짜고, 고추를 넣고, 채식 액젓(nước mắm chay)을 약간 붓고, 쌀식초 몇 방울, 후추도 살짝 뿌리면 — 이 요리는 제가 삶의 기쁨이 되는, 즉 맵고, 시고, 짭짤한 양념을 마음껏 사용할 수 있는 완벽한 기반이 되어주었습니다.

면 요리 외에도 막 튀겨져 지글지글한 채 나온 넴 란이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한 입 먹을 때마다 기름지고 쫄깃한 식감이 좋았습니다. 바질잎과 함께 피시소스에 찍어 먹으니 궁합도 최고였습니다. 이렇게 튀기고, 신선하고, 새콤하고, 허브 향이 가득한 걸 한 입에 맛볼 수 있는 날은 좋은 날입니다.

하노이에서 바쁘게 돌아다니다 보면, 뜨끈한 국수 한 그릇과 튀김 몇 개가 참으로 위안이 됩니다. 무엇을 먹고 싶든, Phở Chay에 들르는 건 언제나 좋은 선택입니다.

이 글은 2020년 Urbanist Hanoi에 처음 게시되었습니다.

To sum up:

Opening time: 9am–2pm
Parking: Limited
Contact: 01698206678
Average cost per person: $ (Under VND100,000)
Payment: Cash
Delivery App: None

Govi는 국물요리, 황금빛 저녁시간, 구름, 물가, 나무, 산들바람, 사람의 얼굴, 그리고 '생각에 대해 생각하는 것'에 대해 생각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Phở Chay

168 Lò Đúc, Đống Mác Ward, Hai Bà Trưng District, Han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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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o@saigoneer.com (Govi Snell. Photos by Alberto Prieto.) 길거리 음식 Wed, 04 Jun 2025 10:00:00 +0700
푸른 잎 속 어린 시절 단오의 추억을 감싸 안은 ‘반우쩌(Bánh Ú Tro)’ https://kr.saigoneer.com/eat-drink/음식-문화/13671-bánh-ú-tro-wraps-the-childhood-joy-of-tết-đoan-ngọ-within-its-green-leaves https://kr.saigoneer.com/eat-drink/음식-문화/13671-bánh-ú-tro-wraps-the-childhood-joy-of-tết-đoan-ngọ-within-its-green-leaves

축제가 있는 곳엔 언제나 전통 음식이 함께합니다. 설날에는 반쯩(bánh chưng)과 반뗏(bánh tét), 추석에는 월병과 반삐아(bánh pía)가 식탁에 오릅니다. 단오절인 ‘뗏 도안 응오’(Tết Đoan Ngọ)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날에는 반바짱(bánh bá trạng)과 반우쩌(bánh ú tro)를 먹으며 축제의 분위기를 만끽합니다.

뗏 도안 응오(Tết Đoan Ngọ)란?

뗏 도안 응오는 음력 5월 5일로, 한 해의 음력으로 한 해의 중간 지점을 뜻합니다. 이 명절은 베트남뿐 아니라 한국, 북한, 중국, 일본 등 여러 동아시아 국가에서 기념합니다. 지역마다 풍습은 다르지만, 대부분 재앙을 막고 건강과 풍년을 기원한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합니다.

베트남에서 뗏 도안 응오는 고대 농경 사회의 일상에 기원을 두고 있습니다. 전문가 Trần Ngọc Thêm는 『베트남 문화 정체성 되찾기』(Tìm về bản sắc văn hóa Việt Nam)라는 책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베트남은 북회귀선에 걸쳐 있어 여름이 덥고 불쾌하여 건강에 해롭습니다. 쌀농사를 짓는 농부들의 매일같이 날씨를 세밀히 관찰해, 해는 줄이고 이로움은 최대한 활용하려 했습니다. 이러한 습관이 뗏 도안 응오 풍습을 낳았습니다.”

Bánh ú tro as part of an altar offering plate for Tết Đoan Ngọ.

일부에서는 이를 ‘해충 퇴치 명절’(Tết diệt sâu bọ)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음력 5월은 찌는 듯한 더위에 우기가 함께 오는 시기라 벌레가 번식하기 쉽고 우리의 면역력도 약해집니다. 해충을 박멸하고자 5월 5일 정오에는 조상에게 제물을 올리며 풍년, 건강, 평안을 기원하는 의식을 치릅니다. 약초를 채집하거나 잎 우린 물에 목욕하기, 어린아이 몸에 라임수 찍어 벌레를 쫓는 등 여러 풍습도 함께 이어집니다.

베트남 각 지역의 풍습과 산물에 따라 제에 올리는 음식이 조금씩 다릅니다. Phan Kế Bính, Vũ Bằng, Nhất Thanh 같은 작가들의 글에서도 이러한 다양성과 독창성을 엿볼 수 있습니다. “북부 지방은 붉은 수박을, 중부의 타잉호아(Thanh Hóa)부터 후에(Huế)까지는 오리고기를 빠뜨릴 수 없습니다. 꽝(Quảng) 지역 사람들은 찹쌀밥, chè(쩨), 반우쩌(bánh ú tro)를 올립니다. 남부는 ‘쩨쩌이느억’(chè trôi nước)과 쏘이걱(xôi gấc)을 빠지지 않고 올립니다. 남중부, 남부, 그리고 북부 일부 지역에서는 반우쩌와 반져(bánh gio)를 먹습니다. 후에에서는 ‘쩨께(chè kê)’와 구운 라이스페이퍼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다양한 음식 가운데 반우쩌는 베트남 어디서나 등장하는 별미입니다.

제사상 위의 반우쩌

반우쩌는 찹쌀로 밥을 지어 녹색 잎에 감싸서 만듭니다. 이름은 거창하지만 실제 크기는 아이 주먹만 합니다. 먼저 찹쌀을 24시간 동안 잿물에 담가 불립니다. 잿물은 약한 알칼리성을 띠며, 쌀 전분을 부분적으로 분해해 찌고 나면 젤리처럼 투명하게 변해 쌀알이 보이지 않게 됩니다. 이 덕분에 다른 떡보다 소화가 잘된다고 여겨집니다. 한입 베어 물면 재의 맛이 희미하게 느껴지면서도 산뜻한 느낌이 납니다.

Bánh ú tro (bánh gio) is eaten with molasses in Northern Vietnam.

지역마다 반우쩌의 모양, 맛, 먹는 방식이 조금씩 다릅니다. 북부에서는 반져(bánh gio), 반낭(bánh nẳng), 반엄(bánh âm)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립니다. 속이 없고, 주로 당밀과 함께 먹어 ‘반져먿 (bánh gio mật)’이라고 불립니다. 길거리 좌판에서도 쉽게 볼 수 있으며, 끈적하고 달콤하면서도 재의 향이 감도는 맛이 매력적입니다.

모양은 피라미드형, 네모형, 바나나 모양의 원통형 등 만드는 사람마다 다양합니다. 반져를 접시에 놓고 당밀을 살짝 끼얹어 내면, 먹을 때 대나무 끈으로 잘라서 먹습니다. 달콤하고 상큼하며, 당밀의 광택이 도는 반져는 천천히 음미해야 그 품위 있는 맛이 오래 입안에 남습니다.

Bánh ú tro can be pyramids, squares, or even cylinders.

중부 지방에서는 보통 피라미드 모양의 반우쪄를 10개 묶음으로 판매합니다. 어떤 이들은 이 모양이 산의 안정감을 상징한다고 하고, 또 다른 이들은 이 떡이 오행의 조화를 나타낸다고 말합니다. 불이 땅을 만들듯, 재가 외피를 형성해 가운데 쌀을 감싸고, 쌀은 대지의 영양을 받아 자라기 때문입니다. 중부 사람들은 속이 있는 반우(bánh ú)와 없는 반우를 모두 좋아하지만, 아이들은 겉껍질의 쫄깃함을 더 좋아합니다. 당밀이나 굵은 설탕에 찍어 먹으면 특히 인기가 많습니다.

남부에서는 ‘반우라째’(bánh ú lá tre)로 더 잘 알려져 있습니다. 모양은 피라미드지만 속은 훨씬 다양합니다. 전통적인 녹두 앙금 외에도 두리안, 코코넛, 절인 코코넛, 절인 동과 등 들어가 이미 충분히 달아서 더 무언가를 찍어 먹을 필요가 없습니다. 잎을 벗겨 그냥 하나씩 꺼내 먹기만 하면 됩니다.

반우쩌 만들기

반우쩌는 보기 보다 만드는 데 많은 품이 듭니다. 음력 4월 말부터 준비를 시작하고, 반우를 만드는 제과점들은 단오 전후 성수기에는 주문을 맞추기 위해 밤낮없이 바쁘게 움직입니다.

Bánh ú lá tre.

베트남 전역에는 반우쩌로 유명한 마을이 많습니다. 박장(Bắc Giang)성 딘방(Đình Bảng), 하노이 화이득(Hoài Đức)현 닥서(Đắc Sở), 빈푹(Vĩnh Phúc)성 떠이딘(Tây Đình), 빈딘(Bình Định)성 푸옌(Phú Yên), 꽝남(Quảng Nam)성 호안미(Hoán Mỹ), 타인화(Thanh Hóa)성 옌랑(Yên Lãng), 그리고 사이공에도 반우로 유명한 동네가 있습니다.

가장 전통적인 방식으로는 몇 달 전부터 준비를 시작해야 합니다. 나무, 잎, 과일 껍질 등을 모아 건조시켜 태우고, 그 재를 고운 가루로 체에 거릅니다. 사용하는 식물은 지역마다 다른데, 북부에서는 가시비름, 멀구슬나무, 포멜로 껍질, 바나나 껍질 등을, 후에의 타인 띠엔 마을은 벽돌 가마의 재를, 꽝남은 ‘메(mè) 나무’ 재를 선호합니다. 이 재에서 나오는 기름기가 겉에 층을 만들어서 식감이 좋아진다고 믿습니다. 또 다른 가정에서는 부엌에서 나온 짚과 숯의 재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How to wrap a bánh ú.

이 재에 절인 라임과 물을 섞어 며칠간 두고 가라 안칩니다. 위에 뜬 알칼리성 물만 떠서 요리에 사용하는데, 이 물의 농도가 반우의 맛과 식감을 좌우합니다. 너무 진하면 떫고 쓴 맛이 나고, 너무 약하면 떡이 질기고 거칠어집니다. 찹쌀은 물에 불면서 회색, 갈색, 짚색 등 다양한 색으로 변합니다. 딱 좋은 상태로 찹쌀이 투명해지면, 꺼내서 여러 번 헹궈 남은 재를 제거합니다.

잎은 대나무, 동(dong), 바나나, 돗(đót)에서 나온 잎을 사용합니다. 깨끗이 씻어서 끓는 물에 데치거나 햇볕에 말려 유연하게 만든 후, 몇 겹으로 깔아 깔때기 모양을 만들어 쌀을 넣습니다. 이때 속 재료도 함께 넣습니다. 잎을 꼭 눌러 묶고, 풀이나 잔디줄로 묶어 10개씩 다발을 만듭니다. 4~6시간 삶은 뒤 찬물에 담가 익는 것을 멈추고, 대나무 막대에 걸어 물기를 말립니다.

단오의 달콤한 추억

다른 큰 명절들처럼 널리 알려지진 않았지만, 뗏 도안 응오는 가족과 안부를 나누고 함께 반우쩌를 먹으며 마음을 나누기 좋은 날입니다.

“The simple joy of Tết is just seeing the block of dough appear like sparkling amber. The rice grains have completely mushed together, soft and elastic to the touch.”

지금도 생생히 기억납니다. 손에 들린 반우의 묵직함, 대나무잎 향을 깊게 들이마시며 조심스레 껍질을 벗기던 그 순간. 떡 안에서 반짝이는 호박빛 반죽이 드러나는 단순한 기쁨이 단오절의 전부였습니다. 쌀알이 모두 흩어지고 하나가 되어 부드럽고 탄력이 있었고, 겉껍질은 쫀득쫀득하며 재의 향이 은은하게 스며 있었습니다. 그 안에 담긴 고소하고 달콤한 녹두 소가 딱 어울렸습니다. 만약 그 해 어머니가 두리안 반우를 준비해 주셨다면, 특별한 향기까지 더해졌을 것입니다. 채식용 반우도 좋습니다. 일반 설탕, 알갱이 설탕, 당밀에 찍어 먹으면 더욱 맛있습니다.

단오절이 돌아올 때마다 저는 반우쩌의 맛이 그리워집니다. 그 풍미 때문만은 아닙니다. 이 작은 떡 하나가 감싸고 있는 모든 것 — 잎의 향, 우리의 풍습, 그리고 세대를 잇는 가족의 정 — 그것들이 제 마음속 추억을 더욱 단단히 지켜주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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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o@saigoneer.com (Thu Hà. Graphics by Ngàn Mai.) 음식 문화 Sat, 31 May 2025 18:00:00 +0700
골목 맛집: 혼자 먹는 Bò Lá Lốt(버라롯)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 https://kr.saigoneer.com/길거리-음식/13666-골목-맛집-혼자-먹는-bò-lá-lốt-버라롯-의-참을-수-없는-가벼움 https://kr.saigoneer.com/길거리-음식/13666-골목-맛집-혼자-먹는-bò-lá-lốt-버라롯-의-참을-수-없는-가벼움

혼자 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것들이 있습니다. 노래방, BBQ, 축구 관람, 그리고 ốc(옵, 조개 요리)를 즐기는 일이 그렇습니다. 하지만 bò nướng lá lốt mỡ chài(버느엉라롯머짜이)에 대해서는 아직 논란 중입니다. 그래서 저는 용기를 내어 사이공의 활기찬 bò lá lốt(버라롯) 거리로 혼자 나서 보기로 했습니다.

베트남에는 구이요리에 관한 불문율이 있습니다. 연기가 자욱한 이 요리들은 훌륭한 nhậu(녓, 술안주)이고, 친구 한두 명 없이 마시는 술자리는 재미가 없습니다. 고기를 직접 구워 먹는 식당들이 인기를 끌면서, 구이 요리와 모임의 연결 고리는 더욱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함께 고기를 숯불 위에 얹으며 형성되는 유대감은 아주 강력합니다. 향긋하게 구운 소시지인 bò nướng lá lốt(버느엉라롯)도 이 범주에 포함됩니다. 대부분의 식당에서 고기는 손님이 직접 굽지 않아도 되지만, bò lá lốt를 직접 말아 먹는 과정은 함께하는 사람과의 훌륭한 대화거리가 됩니다. 그래서 질문이 생깁니다. 혼자 bò lá lốt를 먹는 것은 어떨까요? 똑똑한 걸까요, 아니면 안쓰러운 일일까요?

내향성이 강한 저는 제 성향을 오래 전부터 잘 받아들이고 살아왔습니다. 최근 분위기로는 혼자 영화보기 정도를 사회적으로 인정해주는 장대한 발전을 이룬 것 같습니다. 사실 제 경험으로 보자면, 영화는 혼자 보는 것이 더 좋습니다. 영화관은 가벼운 대화를 나누거나 재치를 뽐내는 공간이 아니며, 영화는 조용히 혼자 감상하면서 곱씹으며 생각하는 개인적인 여정이어야 합니다. 외식 문화에서도 마찬가지로, 도쿄에서 뉴욕까지 혼밥 라멘 식당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이런 식당들은 사람과의 접촉을 줄이기 위해 ‘식사 부스’를 마련해 놓고 있습니다. 베트남도 이런 흐름에서 예외는 아닙니다. “lẩu một người(러우못응으어이, 1인용 샤브샤브)”를 구글에 검색하면 무려 1,480만 개의 결과가 나옵니다. 하지만 이 혁신적인 식사법을 ‘FA(Forever Alone, 영원히 솔로)’라는 비하적 표현과 엮는 기사 제목들을 보면 유감스럽습니다. 혼자 뜨거운 국물을 먹는 일이 부끄러울 이유는 없습니다.

The cutlery and crockery at Bò Lá Lốt Phương have seen better times.

이런 트렌드에 힘입어 저는 사이공 최고의 bò lá lốt 가게로 손꼽히는 Bò Lá Lốt Phương Cô Giang으로 향했습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 가게는 원래 1군의 Cô Giang 거리에서 있었지만 얼마 전 4군 내 길거리 음식이 가득한 동네로 이전했습니다. Xóm Chiếu는 이름 그대로 먹자거리로 유명하지만, 실제로는 ‘거리’라고 부르기에는 조금 민망합니다. 인도도 없고, 잘해야 승용차 두 대가 지나갈 수 있는 좁은 길입니다. 이 길의 양 옆에는 해산물 구이, 국수, phá lấu(파러우, 내장탕), bánh tráng nướng(반짱느엉, 쌀 전병 구이) 등을 파는 가게들이 빼곡하게 자리하고 있으며, 각종 조리기구와 테이블들이 좁은 길을 가득 메우고 있습니다.

식당을 눈으로 확인하기도 전에 코부터 음식냄새를 감지했습니다. 식당 입구에는 카트와 그릴이 놓여 있고, 내부는 플라스틱 테이블과 의자가 세 줄 정도 놓인 소박한 공간입니다. Bò Lá Lốt Phương은 가족이 운영하는 식당으로, 가족들은 식당 위층에서 생활하고 있는 듯합니다. 그릴은 아담하고, 젊은 직원이 능숙하게 소시지를 바르고, 뒤집고, 부채질하며 구워내고 있었습니다. 바로 위에 배기 후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갓 구운 bò lá lốt의 향긋한 냄새는 제 기대감을 한껏 높여주었습니다.

Grilling bò lá lốt is an art.

가랑비가 내리고 있는 오후 4시30분 경이라 제가 유일한 손님이었고, 간간이 배달 기사들이 와서 주문한 음식을 가져갔습니다. 제가 주문한 bò lá lốt와 bò mỡ chài(버머짜이)는 바로 나왔으며, 혼밥을 위한 모든 것이 잘 갖춰진 트레이에 담겨 나왔습니다. Bò lá lốt 세트는 가격이 단돈 25,000동으로 매우 저렴하고, 몇 개의 소시지, bánh hỏi(반허이, 얇은 쌀국수 묶음), bánh tráng(반짱, 라이스페이퍼), 물그릇, 다양한 허브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Bò lá lốt를 직접 말아 먹는 것은 제대로 하는 사람은 별로 없는 기술이지만, 한 번만 해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핵심은 ‘적당함’입니다. 물도, 속재료도 너무 많아서는 안 됩니다.

먼저 손바닥에 라이스페이퍼를 놓습니다. 찢어지지 않은 것을 골라야 롤이 잘 말립니다. 그 위에 상추 한 장을 올리고, 그 위에 bánh hỏi를 평평하게 얹습니다. 그 위에 bò lá lốt 또는 bò mỡ chài 하나를 올리고, 숙주, 오이, 풋바나나, 스타프루트, 향신 허브인 húng quế(훙꾸에, 타이 바질)와 diếp cá(지엡까, 어성초)를 더합니다. 손끝을 물에 살짝 적셔 쌀 종이 끝에 묻히고, 손바닥에서 천천히 바깥쪽으로 말아줍니다. 마지막에는 물기가 있는 부분이 접착제 역할을 하며 속재료를 단단하게 고정시켜 줍니다.

A tray of bò lá lốt comes with a wide array of fresh herbs and vegetables.

이제 여러분은 소스를 푹 찍을 수 있게 만든 최적의 도구인 롤을 손에 들고 있습니다. 형태가 아주 안정적으로 완성됐을 수도 있고, 숙주나물이 많아 약간 터질 듯한 모양일 수도 있습니다. 완전한 모양이든 아니든, 중요한 점은 이 음식이 내가 만든 나만의 작품이라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혼자 도전했기 때문에 누구도 비판할 사람은 없습니다. 자, 그 롤을 자랑스럽게 mắm nêm(맘넴, 피쉬소스의 일종)에 찍어 한입 베어 물면, 감칠맛, 매콤함, 신선한 허브 향이 입 안 가득 퍼집니다.

어린이의 엄지 손가락만한 크기의 작은 소시지 속에는 다진 쇠고기, 힘줄, 레몬그라스, 향신료가 들어 있습니다. 이 요리에 두 가지 감싸는 방식이 존재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bò lá lốt는 lá lốt(라롯, 향잎)으로 감싸며, bò mỡ chài는 mỡ chài(머짜이, 그물지방막)로 감쌉니다. 이 두 가지 재료는 고기의 육즙을 지켜주는 역할을 합니다. 저는 이 조리 방식이 베트남인의 창의력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생각해왔습니다. 하지만 요리의 기원을 더 깊이 들여다볼수록, 이것이 외국 조리법을 현지의 재료와 입맛에 맞춰 응용한 것이라는 증거들도 함께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Mỡ chài는 소, 돼지, 양의 내장을 감싸고 있는 얇은 지방막입니다. 이 막은 탄력성이 있어서 소시지나 고기 요리의 포장재로 인기가 있습니다. 프랑스의 crépinette(팬에 굽는 소시지), 영국의 faggot(오븐에 구운 미트볼) 등 여러 유럽 요리에 쓰입니다. 특히 그리스와 키프로스에서 인기 있는 꼬치 요리인 sheftalia는 양념한 다진 고기를 그물지방막으로 싸서 숯불에 굽는 방식입니다. 매우 유사하지 않나요? 가장 유력하고도 뻔한 이론은 베트남의 bò nướng mỡ chài가 프랑스 식민지 시대에 들어온 crépinette에서 영향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A roll with bò mỡ chài inside.

반면 bò lá lốt는 아시아에서 오랜 역사를 가진 잎으로 싸는 요리에서 유래한 것입니다. 옥스퍼드 음식 백과사전(Oxford Companion to Food)에 따르면, 베트남은 인도 벵골 지역을 통해 잎을 이용한 조리법을 받아들였는데, 이는 중동 상인들로부터 인도에 전해진 기술입니다. 중동 요리에는 포도잎에 다진 고기, 쌀, 향신료, 감자, 채소 등을 넣어 싸서 찌거나 삶아 먹는 dolma라는 요리가 있습니다.

벵골은 인도 동부에 위치한 지역으로, 중동과 동남아시아를 잇는 오랜 무역 중심지였습니다. 750년에 설립된 팔라 제국은 9세기 무렵 강력한 세력으로 성장했으며, 이슬람과 요리법 같은 문화적 교류를 통해 다양한 기술들이 전파되었습니다. 이 때 dolma도 벵골 요리의 일부로 정착하게 되었습니다.

Dolma 요리법은 무역 상인들을 통해 동남아시아로 전파되었고, 베트남에서도 널리 퍼졌습니다. 그러나 베트남의 열대 기후는 포도나무를 재배하기에 적합하지 않았기 때문에, 현지에서는 대신 lá lốt이라는 토종 잎을 사용했습니다. 이 잎은 하트 모양을 하고 있어 요리에 이상적입니다. Lá lốt는 흔히 영어로 Betel leaf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서로 다른 식물입니다. 둘 다 후추과에 속하지만, lá lốt(Piper sarmentosum)은 betel leaf(Piper betle)보다 맛이 부드럽고 요리에 더 적합합니다.

The use of leaves in wrapping food is not unique to Vietnam.

자리에 앉은 지 30분 후, 저는 롤 하나하나를 정성껏 말고, 소스까지 싹싹 긁어 음식을 깨끗이 비웠습니다. 식당 주인네 가족은 근처 플라스틱 테이블에서 생선 튀김과 밥으로 저녁 식사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저녁식사로 bò lá lốt를 먹을 거라 예상했던 제 자신이 어리석게 느껴졌습니다. 이제 그들에게는 이미 지겨운 음식이겠지요. 전체적으로 Bò Lá Lốt Phương Cô Giang의 음식은 훌륭했습니다. 하지만 특별한 무언가는 없어서 일부러 4군까지 찾아갈 만큼의 매력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이 식당의 명성은 뛰어난 맛보다는 매우 저렴한 가격 덕이지 싶습니다. 그래도 근처에 볼일이 있거나 인근에 거주한다면, 친구와 함께든 혼자든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훌륭한 저녁 식사 장소임이 분명합니다.

Bò Lá Lốt Phương Cô Giang은 오후 3시부터 11시까지 영업합니다.

이 글은 2019년에 처음 게재되었습니다.

To sum up

Taste: 3.5/5
Price: 6/5
Atmosphere: 4/5
Friendliness: 5/5
Location: 3/5

Khôi는 타마린드를 좋아하며, 열정적인 밀레니얼이고, 음식을 위해 글을 씁니다.

Bò Lá Lốt Phương Cô Giang

228A Xóm Chiếu, Ward 15, D4, HCM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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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o@saigoneer.com (Khôi Phạm. Photos by Alberto Prieto.) 길거리 음식 Tue, 06 May 2025 12:00:00 +0700
골목 맛집 – 진짜 인도 짜이와 베트남 전통 차를 맛볼 수 있는 곳, Mão A Chai https://kr.saigoneer.com/카페-바/13662-골목-맛집-–-진짜-인도-짜이와-베트남-전통-차를-맛볼-수-있는-곳,-mão-a-chai https://kr.saigoneer.com/카페-바/13662-골목-맛집-–-진짜-인도-짜이와-베트남-전통-차를-맛볼-수-있는-곳,-mão-a-chai

제가 한때 유학생활을 하던 미국 미네소타의 겨울은 빨리 찾아오고 너무 오래 머물렀습니다. 눈과 고요함에 둘러싸여 보내는 그 긴 시간 동안, 저는 커피에 크게 기댔습니다. 늦은 밤 공부할 때나 이른 아침 수업에 가기 전, 커피는 늘 제 곁에 함께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호스트맘이 인도 차인 ‘짜이 (chai)’를 알려주었습니다.

마살라 짜이(masala chai)를 처음 마셨을 때의 감격을 잊을 수 없습니다. 따뜻하고, 매콤하고, 흙냄새가 나면서도 묘하게 위로가 되는 맛이었습니다. 곧 그것은 하나의 의식처럼 자리잡았습니다. 보일러가 고장 나거나 눈이 너무 많이 올 때마다, 호스트맘은 온 가족을 위해 짜이 주전자를 불에 올렸습니다. 나에게 짜이는 단순한 음료 그 이상이 되었습니다. 그것은 타국에서 찾은 고향집 같은 존재였습니다.

Perched atop the fourth floor of an old apartment building in District 1, Mão A Chai has great views of downtown Saigon.

수년 후, 베트남으로 돌아온 저는 그 맛을 찾아보았습니다. 하지만 마시는 짜이마다 뭔가 잘못되어 있었습니다. 너무 달거나, 너무 유행을 쫓거나, 혹은 미네소타의 주방에서 내 손을 데웠던 그 짜이와는 너무나 달랐습니다. 거의 단념하려던 그 때, 대학 시절 친구가 사이공의 오래된 건물 4층에 숨겨진 작은 찻집 Mão A Chai을 소개해주었습니다.

The store is filled with earthy materials and colors.

나무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부터 무언가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가장 먼저 코를 자극한 것은 향신료의 냄새였습니다. 계피, 정향, 카다멈 등 다양한 향이 풍겨왔고, 이어서 대나무 조명, 나무 의자, 도자기 컵 등 자연의 질감이 가득한 조용한 공간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네온사인도 없었고, 인스타용 사진을 찍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그저 고요했습니다.

Many items were brought here from the travels of the owners.

그날 제가 주문한 음료는 시나몬 짜이(cinnamon chai)였습니다. 첫 모금에 즉시 옛 기억이 소환되었습니다. 균형 잡히고, 따뜻하며, 부드러운 그 맛.

Hiếu, one of Mão A Chai's co-founders. Photo by Tô Thụy Hoàng Mai.

재방문에서 저는 Mão A Chai의 공동 창립자 중 한 명인 Hiếu를 만났습니다. 그는 원래 IT 분야를 공부하고 직업을 찾았었지만, 그 업계 특유의 분위기가 자신에게 맞지 않는다고 느껴 결국 그만 두었다고 합니다. “IT 회사 생활이 즐겁지 않았어요. 하지만 이미 들어선 길이었고, 미래를 생각하면 두려웠고 그게 저를 불안하게 했죠.”

대학 시절, Hiếu는 디자인을 주로 하는 회사에서 근무하며 창의적인 일에 대한 열정을 발견했습니다. 그 열정 덕분에 현재의 비즈니스 파트너이자 인생의 반려자인 Hà와 만나, 단순한 사업체가 아닌 자신들의 삶을 확장한 공간으로 Mão A Chai를 만들었습니다.

Hà는 인도를 포함해 50개국 이상에서 생활하고 일한 경험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배낭여행이나 관광이 아니었습니다. 그녀는 현지인처럼 살아가며, 친구, 이웃, 심지어 인도인 가정부에게서 마살라 짜이를 배웠습니다. 바로 이 배움과 경험이 짜이의 맛에 그대로 드러납니다.

Guests will share the space with two resident felines.

“우리는 우리가 진심으로 이해하는 것만 제공합니다.” Hiếu가 말했습니다. 이 말은 인도 짜이뿐만 아니라, 베트남 북부 문화에 깊이 뿌리내린 담백한 전통 차인 Thái Nguyên (타이응우옌) 녹차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이런 철학은 메뉴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찻집의 모든 소품은 어느 하나 허투루 구하지 않았습니다. 하노이 인근 공예 마을에서 가져온 대나무 조명, 중앙 고원 지역에서 수집한 재활용 가구들, 이름이 Thật Thà(정직함)인 창가에 앉은 작은 도자기 새까지 하나하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그저 쇼핑 카탈로그를 보고 산 물건이 하나도 없어요,” Hiếu는 설명했습니다. “우기는 어디서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알고, 직접 가서 보면서 물건을 구했죠. 차를 끓일 때 약초를 구하듯 이요.”

Thật Thà the ceramic bird in its natural habitat.

그 결과는 분명합니다. 이 공간은 꾸며진 느낌이 아니라, 시간이 흐르며 천천히 완성된 집처럼 느껴집니다. 사진 촬영을 위한 포토존이 아닌 진짜 삶의 흔적이 있습니다. 요란한 브랜드 로고도, 벽에 붙은 와이파이 비밀번호도, 주의사항 같은 메시지도 없습니다. 그저 조용하고 따뜻할 뿐입니다.

짜이를 만드는 바리스타를 바라보며, 저는 한 잔의 짜이를 위해 얼마나 많은 정성이 들어가는지를 깨달았습니다. 먼저 향신료를 부드럽게 볶아 향을 내고, 그 다음에는 홍차를 약한 불에서 천천히 우리며 쓴맛을 줄입니다. 식물성 우유가 들어가는데, 그것은 유행을 좇기 위한 것이 아니라 건강을 위한 선택입니다. 약간의 설탕이 마지막을 부드럽게 감쌉니다. 이 모든 과정은 잘 만들어진 리듬과 같습니다.

Making masala chai is not a quick process, it takes a certain level of attention and care.

“짜이는 그저 정해진 레시피에 따라서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Hiếu는 말했습니다. “재료들 사이의 대화이고, 열과 시간의 대화입니다.” 대화의 끝무렵, 저는 그에게 물었습니다. “처음 Mão를 방문하는 사람에게 어떤 음료를 추천하시겠어요?”

그는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무조건 두 가지입니다. 전통 베트남 차를 알고 싶다면 타이응우옌 녹차는 꼭 마셔야 해요. 그건 우리의 문화유산이니까요. 그리고 인도 짜이 — 신선하게 끓이고 은은한 향신료가 더해진 — 그건 요즘 젊은이들에게도 정말 잘 맞아요.”

Masala chai and a cookie.

이제 저는 일에서뿐만 아니라, 소음, 마감, 늘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마다 Mão로 향합니다. 창가에 앉아 짜이를 홀짝이며, 숨을 고릅니다.

우리는 모두 제3의 공간이 필요합니다. 집도 일터도 아닌, 그 중간 어디쯤 되는 공간 말입니다. 이유 없이도 다시 찾아갈 수 있는 곳. 저에게는 Mão A Chai가 그런 공간입니다. 어쩌면, 여러분에게도 그럴지 모르겠습니다.

Mão A Chai는 오전 7시 30분부터 오후 9시 30분까지 운영합니다.

Mão A Chai

4th Floor, 26 Lý Tự Trọng, Bến Nghé Ward, D1, HCM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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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o@saigoneer.com (Ý Mai. Photos by Ben Nguyễn.) 카페 & 바 Fri, 25 Apr 2025 11:00:00 +0700
골목 맛집: 메콩 강가 고향을 떠올리게 하는 소박한 분리에우(Bún Riêu) https://kr.saigoneer.com/길거리-음식/13660-hẻm-gems-메콩-강가-고향을-떠올리게-하는-소박한-분리에우-bún-riêu https://kr.saigoneer.com/길거리-음식/13660-hẻm-gems-메콩-강가-고향을-떠올리게-하는-소박한-분리에우-bún-riêu

어렸을 때, 잠에서 갑자기 깨어 어머니가 보이지 않으면 눈물을 터뜨린 밤이 있었습니다. 어머니가 너무 보고 싶고 어머니 손길 그리웠기 때문입니다. 어느 날 밤에는 침대 밑으로 기어들어가 어머니를 당장 데려오라고 떼를 썼습니다. 아버지와 형은 분리에우(Bún Riêu)를 팔러 나간 어머니가 곧 돌아올 것이라고 말해주었지만, 네 살짜리 아이의 마음에는 어머니가 무슨 국수를 어디서 파는지는 상관이 없었습니다. 그저 언제 어머니가 돌아올 지가 중요했습니다. 그 당시 저는 어머니의 분리에우를 먹어본 기억이 없습니다.

집에서 보낸 17년 동안 어머니께서 해주신 수많은 국수 요리 중, 저는 분리에우만은 한사코 먹지 않았습니다. 국물의 핏기 같은 색과 그릇 한가운데 놓인 거대한 돼지 족발이 너무 부담스러워 보여서, 분리에우를 마주하면 식욕이 사라지곤 했습니다.

이후 저는 대학 진학을 위해 고향을 떠나 사이공으로 왔습니다. 캠퍼스 근처 작은 골목들을 돌다가, 7군 Nguyễn Thị Thập 거리에 자리한 주인장의 이름을 딴 'Thắm(탐)'이라는 소박한 국수 가판대를 발견했습니다. 이곳은 메콩 델타, 제가 태어나고 자란 소박한 동네이자, 이제는 다시 찾기 힘든 고향의 맛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사이공의 땅거미가 지기 시작하는 매일 오후 5시부터 7시까지, 분리에우 국수 가판대는 인근 골목 한쪽에 오토바이들이 지나다닐 수 있도록 길을 낸 후 다른 한쪽 공간에 자리를 잡고 손님을 받습니다. 그러다 저녁 7시에서 8시 사이, 옆 가전제품 가게가 문을 닫고 넓은 앞마당이 열리면, 가판대를 그 공간으로 이동해, 탁자와 의자들을 펼쳐 누구든지 뜨끈한 분리에우 한 그릇을 즐길 수 있는 야외 식당으로 탈바꿈 했습니다.

마지막 분리에우를 먹은 지 1~2개월이 지나 다시 가판대를 찾았습니다. 전자제품 가게가 영업중이던 저녁 7시였기 때문에 가판대는 골목 어딘가 ‘대기 중’이어야 했습니다. 그러다, 이제 Thắm의 분리에우가 더 이상 골목 가판대가 아닌, 작고 소박하지만 자신만의 점포를 찾았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낮 시간 동안은 이곳에서 영업을 하는데, 밤에 자리를 잡던 곳에서 100미터도 채 떨어지지 않은 거리였습니다. 우리는 이곳에서 진짜 분리에우 한 그릇을 맛보았습니다.

저는 돼지 족발을 제외한 모든 토핑을 올려 주문했지만, 족발을 좋아하는 손님이라면 돼지 족발을 추가할 수 있습니다. 손님들은 음식의 조화와 절제된 구성미를 한눈에 느낄 수 있습니다. 하얀 국수 가닥이 풍성한 토핑 아래에서 고개를 내밀고 있으며, 주황빛 국물은 비집고 나올 틈도 없습니다.

그릇 전체에 걸쳐 얇게 썬 돼지고기, 짜건(chả gân, 힘줄 소시지), 게살 케이크, 튀긴 두부가 층을 이루며 분리에우 특유의 붉은 국물에 잠겨 있습니다. 공심채(모닝글로리)의 초록빛이 색의 포인트가 되어줍니다. 마지막으로, 많은 분리에우 애호가들이 손꼽는 필수 재료인 게살 미트로프가 한 켠에 큼직하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손님들은 새우젓, 설탕, 금귤즙을 입맛대로 섞어 토핑을 찍어 먹을 소스를 만들어 먹습니다

메콩 지역 사람들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조미료의 종류가 다양하고 양이 많기로 유명합니다. 이로 인해 메콩 지역 요리 특유의 복합적이고 부드러운 맛 조합이 탄생합니다. Thắm의 분리에우 또한 이 같은 양념 철학의 영향을 받아, 북부 지역 분리에우와는 다른 자신만의 맛을 만들어냈습니다.

국물에서는 뼈에서 우러났거나 첨가된 MSG에서 나오는 감칠맛이 느껴집니다. 부드러운 쌀국수, 돼지고기의 식감, 게살 케이크의 아삭함, 국물을 머금은 부드러운 두부 조각까지 모두 즐길 수 있습니다. 특히 게살 미트로프를 한입 베어 물면, 땅게(field crab)와 달걀에서 나오는 풍부하고 고소한 맛이 부드럽게 어우러진 것을 즉시 느낄 수 있습니다. 메콩 스타일 분리에우는 달콤 짭짤한 맛이 특징인데 여기에 입맛에 따라 금귤즙으로 상큼한 신맛을 추가할 수 있습니다.

Thắm’의 분리에우는 메콩 지역의 맛과 매우 닮아서, 비록 고향에서 17년 동안 단 한 번도 분리에우를 먹어본 적이 없던 저이지만, 사이공에서 처음 먹은 국수 한 그릇에서 왠지 모를 친숙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마치 전혀 다른 나라를 여행 중 어느 한 구석에 앉아 있다가, 바로 옆 자리에서 고향 사투리로 말을 거는 동향 사람을 만난 듯한 느낌입니다. 너무 익숙해서 눈물이 핑 돌 정도였습니다.

5년 동안 7군에서 공부하고 일하며 지내는 동안 이곳은 저에게 낯설면서도 익숙한 공간이 되었습니다. 그러다 길거리에서 먹는 남서부식 분리에우 한 그릇은 음식 그 자체만으로 고향을 그리워하게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여기저기서 들리는 서빙 직원들의 억양, 손님들이 주문하는 방식, 단골들과 농담을 주고받는 모습, 쉬는 시간에 웃으며 떠드는 풍경, 스테인리스 탁자, 플라스틱 의자, 그리고 얼음이 가득 담긴 거대한 플라스틱 머그잔까지, 이 모든 것들이 마치 고향의 작은 골목에 들어와 있다는 착각을 하게 만듭니다. 주문한 음식이 나올 때면, 장터에서 아빠에게 국수를 가져다 주던 어머니의 모습이 겹쳐 보입니다.

하나하나 정성으로 만든 메콩 델타 스타일의 분리에우는 완성도 높은 맛의 경험을 제공합니다. 저에게 분리에우는 단순한 식사가 아닙니다. 유독 힘든 날에 쉬러 들어갈 등껍질 같은 존재입니다. 또한 제가 앉아 있는 이곳에서 300킬로미터나 떨어진 소중하고, 제 인생 여정에 힘이 되어주는 기억의 조각들을 저와 이어주는 다리 같은 곳입니다.

분리에우 깐분 탐(Bún riêu canh bún Thắm)은 오후 5시부터 자정까지 영업합니다.

To sum up:

Taste: 4/5
Price: 4/5 — VND35,000 per bowl.
Atmosphere: 4/5
Friendliness: 5/5
Location: 5/5

Bún riêu canh bún Thắm

249-263 Nguyễn Thị Thập, Tân Phú Ward, D7, HCM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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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o@saigoneer.com (Minh Phát. Photos by Jimmy Art Devier.) 길거리 음식 Sun, 20 Apr 2025 15:11:06 +0700
골목맛집: 음악에서 음식까지, 우정으로 다져진 A Thăng https://kr.saigoneer.com/길거리-음식/13657-골목맛집-음악에서-음식까지,-우정으로-다져진-a-thăng https://kr.saigoneer.com/길거리-음식/13657-골목맛집-음악에서-음식까지,-우정으로-다져진-a-thăng

“우리는 예술가가 되고 싶었습니다. 우리는 자유롭고 싶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자유롭습니다.” A Thăng의 공동 창립자 Nguyễn Hoàng Anh은 이렇게 말합니다.

Hoàng은 사이공에서 호스피탈리티를 전공하던 시절, 식당의 또 다른 공동 창립자이자 수석 셰프인 Bùi Gia Huy를 만났습니다. 두 사람은 음악이라는 공통점을 바탕으로 빠르게 친해졌습니다. Huy는 노래를 하고, Hoàng은 기타를 연주합니다. 모두 20대 초반이었던 그들은 졸업 후 식당에서 일하는 단조로운 생활이 정신 건강에 좋지 않다고 느꼈고, 이에 지난 12월, 자신들을 해방시키기 위해 A Thăng을 열기로 결심했습니다. A Thăng이라는 식당 이름은 음악에서 ‘라 샵(A♯)'을 뜻하는 베트남어로, 두 사람의 우정과 공통 관심사를 상징합니다.

Hoàng (left) and Huy (right) founded A Thăng at the end of 2024.

사이공 1군의 골목길 안 작은 건물에 자리한 A Thăng은 젊은이들의 야망, 창의성, 그리고 우정을 증명하는 공간입니다. 이전에는 홈스테이였던 이곳은 DIY 감성과 고향에 대한 자부심이 공간 전체에 스며 있습니다. 재활용된 문이 바 선반으로 사용되고 있고, 그 뒤에는 꾸이년(Quy Nhơn) 칠리소스가 담긴 병이 놓여 있습니다. 운영진의 핵심 멤버인 Khoa Diệp이 더한 작은 곰 장식들과, Nghi Diệp이 그린 귀여운 곰 낙서들이 아기자기한 매력을 더해주며 따뜻하고 환영하는 분위기를 끌어올립니다.

꾸이년(Quy Nhơn)에서 태어나고 자란 Huy는 아버지의 요리가 자신을 같은 길로 이끌었다고 말합니다. 그는 아버지가 전통적인 빈딘(Bình Định)식 가족 식사를 준비하는 모습을 보며 자랐고, 사이공에 와서 공부를 시작하면서 서양식 조리 기법과 풍미를 요리에 더하게 되었습니다. 고향에서 배운 것들과 그곳 식재료에 대한 애정은 그가 ‘# Q Fish Rice’을 추천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 요리는 농어와 앞서 언급한 꾸이년(Quy Nhơn) 칠리소스로 만드는데, 단단하고 육고기 느낌의 맛있는 생선과 딱 맞게 지어진 밥에 계피, 후추, 칠리향이 더해져 있습니다.

좀 더 최근의 방문에서 우리가 주문한 또 다른 인기 메뉴는 호박 수프와 그릴드 치즈였습니다. 국물요리를 좋아하는 저에게, 특히 사이공처럼 늘 상 국물요리가 당기는 곳에서 즐기는 A Thăng의 수프는 놀라울 정도로 진하고 풍부했습니다. 바삭한 샌드위치 빵을 끈적한 치즈와 함께 찍어 먹으니 바삭함과 눅진한 식감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빛나는 것은 훌륭한 식재료였습니다. 매일 아침, 이들은 근처 떤딘(Tân Định) 시장으로 가서 신선한 재료를 구입합니다. 비용은 조금 더 들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으며, 이 덕분에 신선하고 깔끔한 요리가 탄생합니다. 건강한 고기와 채소에 집중은 이들의 식습관과 “우리가 먹는 것을 판매한다”는 식당의 모토를 반영합니다. 그래서 간헐적인 팝업스타일 메뉴를 제외하면, 이 식당의 메뉴에는 해산물, 돼지고기, 닭고기, 채식 요리만이 포함됩니다.

처음 문을 열었을 때 A Thăng은 전면 공간과 몇 개의 테이블이 있는 작고 내부 공간만 있었습니다. 하지만 틱톡에 올라온 한 영상이 입소문을 타면서 상황이 빠르게 달라졌습니다. 공동 창립자의 친구가 개업을 축하하기 위해 꽃을 주문했고, 이를 배달한 플로리스트는 식당의 분위기에 끌려 저녁식사를 하러 오게 됩니다. 이후 그녀는 팔로워 수도 그리 많지 않던 그녀의 계정에 방문 영상을 올렸는데, 이 영상이 순식간에 수십만 뷰를 기록했습니다. 누군가에겐 이 편안한 인테리어가 절친의 아늑한 집처럼 느껴졌을 수도 있고, 열정을 다해 일하는 젊은이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을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그저 음식이 너무나도 맛있어 보였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이유야 어찌 됐든, 이 영상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었고 손님들은 몰려들기 시작했습니다. 이 초기 성공 덕분에 식당은 더 크고 밝은 전면 공간을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주방 뒤의 작은 방에서 지내던 Huy와 Hoàng은 근처 아파트로 이사했고, 임시 숙소는 재료 보관소로 바뀌었습니다.

도시의 젊은 미식가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트렌드와 맛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이 식당은, 음료 메뉴에도 이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섬세하게 구성된 말차 메뉴들과, 호이안(Hội An)에서 유행했던 ‘Mót 허브차’를 재해석한 수제 탄산음료가 대표적입니다. Hoàng은 정성스레 말차를 젓고 ‘후지산’처럼 폼을 올리며 공동 창립자의 배경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어느 순간 그는 벽에 걸린 식당 허가증을 자랑스럽게 가리켰습니다. Hoàng은 껀터(Cần Thơ) 출신으로, 가족이 쌀 무역에 하고 있는 덕에 상업의 법적 절차에 익숙해질 수 있었습니다.

물론 A Thăng Eatery는 분명한 사업체이며, 모든 운영진이 지속 가능한 수익을 내길 바랍니다. 그러나 부자가 되는 것이 최우선 순위는 아닙니다. 그보다는 공동의 창의성과 열정을 탐구할 수 있는 공간을 원했습니다. 이 정신은 최근 사이공이어가 사랑하는 Trần Pizza와의 팝업 메뉴에서 잘 드러납니다. 놀랄 일도 아니지만, 거리 피자의 주인 Hiếu는 A Thăng 운영진과 오랜 친구였으며, 새로운 가게를 찾기 전 잠시 공간이 필요하던 시점에 자연스럽게 협업이 성사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팝업은 단순히 주방 공간과 메뉴에 자리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모두가 함께 즐기며 배울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Huy와 Hoàng은 피자 만드는 법을 배웠고, Hiếu는 A Thăng이 만든 토핑 덕분에 새로운 스타일을 시도할 수 있었습니다. 그 결과물은 싱가포르의 유명 셰프 이름에서 따온 ‘Kurty Wurty’라는 쌀국수풍 피자로, 그 주의 베스트셀러가 되었습니다.

A Thăng에서 느껴지는 공동체 의식은 Trần Pizza팝업을 훨씬 넘어섭니다. 운영진은 음악 공연을 열어 예술가 친구들과 또 스스로를 위한 무대를 만들고, 향후 다양한 미식 협업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그 동안은 친구들의 프로젝트도 적극 홍보하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푸꾸옥(Phú Quốc)에서 독특한 수제 후추를 판매하는 The Hồ Tiêu라는 브랜드입니다. 심지어 식사 시간이나 한가한 시간에도 식당이 어떻게 사람들을 이어주는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주방 밖에 연결된 플레이스테이션 2(Playstation 2)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어서 가서 해 보세요,”라며 Hoàng이 웃어줍니다.

물론 모든 손님이 운영진이 멋지다거나 젊은이의 열정을 정직하게 담아낸 식당의 사명이 좋아서 식당을 찾는 것은 아닙니다. 대부분은 훌륭한 음식을 원합니다. A Thăng은 이 점에서도 뛰어납니다. 작지만 훌륭한 베트남풍 서양식 메뉴를 자랑합니다. ‘#A Rice’과 호박 수프 외에도, 케일, 수경재배 상추 등 다양한 신선한 채소로 만든 ‘A# Salad’, 팬에 구운 새우와 시그니처 소스로 만든 ‘A# Pasta’도 즐겼습니다. 이 파스타의 완벽한 면과 새우는 셰프들의 기본 기술력이 뛰어남을 증명하며, 이를 바탕으로 기존의 규칙을 창의적으로 벗어날 수 있는 자유를 얻었습니다. 서양식과 베트남식의 경계를 능숙하게 넘나드는 예로, 지역 향신료와 고추를 곁들인 Nduja(향신료를 넣은 돼지고기 소시지)를 사용한 아글리오 올리오 파스타, 계란과 김치를 더한 중부 베트남식 ‘A# Chicken Rice’가 있습니다.

이 식당의 철학에 걸맞게, 사이공이어가 A Thăng을 알게 된 계기도 공동 창립자와의 공통 지인 덕분이었습니다. 처음 식당을 방문한 건 토요일 오후였고, 그 시간엔 주로 젊은 사람들이 식당을 가득 채우고 편안한 주말 식사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가장 최근 수요일 오후에 식당을 다시 방문했을 때는, 음식 사진을 찍고 있는 두 젊은 여성 외에는 손님이 없었습니다. 평일 점심에 1인당 9만동에서 12만동 사이라는 매우 합리적인 가격대를 생각하면 조금 의외였습니다. 여러분이 식당을 방문하는 시간이 언제든 멋진 분위기에서 훌륭한 식사를 즐길 수 있을 것입니다. 운영진의 열정과 재능에서 영감을 받아 식당을 떠날 때 쯤엔 도시 외식 문화의 미래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갖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A Thăng Eatery는 월요일과 목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운영합니다. 오픈 시간과 날짜는 인스타그램 계정을 참고하세요.

To sum up:

Taste: 5/5
Price: 5/5
Atmosphere: 6/5
Friendliness: 7/5
Location: 4/5

A Thăng

47/9 Trần Quốc Toản, Ward 8, D3, HCM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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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o@saigoneer.com (Paul Christiansen. Photos by Alberto Prieto.) 길거리 음식 Sun, 13 Apr 2025 16:00:00 +0700
반미짜르아(Bánh Mì Chả Lụa)로 완성되는 가족여행 https://kr.saigoneer.com/eat-drink/음식-문화/13656-반미짜르아-bánh-mì-chả-lụa-로-완성되는-가족여행 https://kr.saigoneer.com/eat-drink/음식-문화/13656-반미짜르아-bánh-mì-chả-lụa-로-완성되는-가족여행

우리 대가족이 여행을 갈 때마다, 그 모습은 휴가라기보다는 대규모 피난처럼 보였습니다. 가방들은 아슬아슬하게 쌓이고, 팔에는 짐이 가득했으며, 재앙에서도 살아남을 만큼의 먹거리가 있었습니다.

뗏(Tết, 설) 전날처럼, 아이들은 아직 잠에서 덜 깨어있고 어른들은 바쁘고 익숙한 손놀림으로 이리저리 분주하게 움직였습니다. 모든 가방이 빈틈없이 실리고, 모든 좌석이 채워지기 전까지는 누구도 숨을 놓지 않았습니다. 그제야 비로소 가족 모두가 동시에 안도의 숨을 내쉬었고,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습니다. "이제 여행이 시작됐다."

첫 번째 볼레로(Bolero) 곡이 채 2절까지 나오기도 전에, 우리 가족의 총사령관인 어머니는 벌써 좌석 아래로 손을 뻗어 어머니가 늘 챙기는 여행 키트를 꺼내십니다. 비닐봉지, 두통약 몇 알, 생수 한 상자, 약용 오일 한 병.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이른 새벽부터 정성스럽게 싼 반미짜르아(bánh mì chả lụa)가 들어 있습니다. 배가 고프든 아니든, 앞자리든 뒷자리든 모두가 각각 깔끔하게 종이에 쌓인 걸 하나씩 받았습니다. “조금이라도 먹어, 기운 차려야지,” 늘 어른들이 말씀하셨습니다.

어렸을 땐, 왜 여행마다 반미짜르아를 챙기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여행이라는 게 새로운 걸 먹는 거 아니었나요? 붕따우(Vũng Tàu)에서는 해산물, 달랏(Đà Lạt)에서는 고지에서 나는 음식을 먹어야지, 동네 골목 끝에서 매일 살 수 있는 것을 또 먹다니요? 하지만 어른들에게는 그게 바로 이유였습니다. 낯선 곳으로 떠나기 전에, 익숙한 맛으로 속을 든든하게 해 두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여행길이 길든 짧든, 반미짜르아의 한 입은 “정말 떠나는구나”라는 마음속 확인이었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반미짜르아는 반미 중에 간판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콜드컷 버전처럼 인기 있는 것도 아니고, Anthony Bourdain 이 반해서 세 개나 먹었다던 디푸엉(Dì Phượng)의 반미 가쎄(bánh mì gà xé)처럼 감탄을 자아낸 적도 없습니다.

저는 반미짜르아의 단순함이야말로 최고의 여행 친구라는 걸 알게 되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습니다. 몇 조각의 짜(chả, 돼지고기 햄), 균일하게 썬 오이, 소금과 후추 한 꼬집이면, 제대로 된 집밥을 대신할 만큼의 탄수화물, 단백질, 식이섬유가 균형을 이룹니다. 물론 버터, 파테(pâté), 슈마이(xíu mại), 구운 돼지고기 등은 모두 너무나 좋은 속재료이지만, 좁고 흔들리는데다 햇볕에 달궈진 장거리 버스 안에서는 작은 비극의 주인공이 되기 쉬웠습니다. 반면 반미짜르아는 먹기 편하고, 바가지요금과 이용여부가 의심스러운 휴게소 화장실 복불복 게임에 대비한 보험 같은 존재였습니다.

맛있어 보이는 길거리 음식 판매대를 지나며 마음속에 스며들던 익숙한 아쉬움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손에 들린 반미짜르아는 흐물거리고 밋밋했죠.

“응, 먹고 있어요,” 어른들이 물으면 그렇게 중얼대며 조용히 한숨을 쉬었습니다. 빵은 제 무릎 위에서 축 처졌고, 제 얼굴도 꼭 그랬습니다. 그렇게 질질 끌며 먹다 보니, 마지막 한 입은 거의 동나이(Đồng Nai)에 도착했을 때쯤에야 겨우 입에 넣게 되었습니다. 참 이상합니다. 그렇게 평범하던 것이 이제는 그렇게도 닿기 힘든 것이 되었습니다.

세월이 모든 것을 바꿔 놓았습니다. 아이들은 집을 떠나고, 형제자매는 멀어졌으며, 한때 북적였던 집은 조용해졌습니다. 가족의 경제 사정이 나아지면서, 휴가는 비행기를 타야만 갈 수 있는 먼 곳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모든 게 정돈되고 살균된 비행기에는 집에서 만든 음식이 끼어들 자리가 없습니다. 대신 우리는 새로운 리듬에 적응했죠. 공항에서 지나치게 비싼 쌀국수를 조용히 홀짝이며. 여전히 밋밋하지만, 이상하게 훨씬 더 비싼.

요즘은 혼자 여행을 다니며, 간단하고 편리한 주먹밥 몇 개로 허기를 달래곤 합니다. 이제는 어른이 되었고, 버스가 출발하기 전 제 손에 따뜻한 반미짜르아를 쥐여주는 사람도 없습니다. 새벽 일찍 일어나 가장 신선한 바게트를 고르고, 짜(chả)를 해동하고, 오이를 정갈하게 썰어주는 정성이 있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 어머니가 해 주시던 그 방식으로요.

어쩌면 제가 그리운 것은 반미(bánh mì)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준비하던 다정함이었는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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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o@saigoneer.com (Uyên Đỗ. Graphic by Dương Trương.) 음식 문화 Sat, 12 Apr 2025 16:00:00 +0700
베트남 지역색이 담긴 다양한 짜오(Cháo) 살펴보기 https://kr.saigoneer.com/eat-drink/음식-문화/13648-베트남-지역색이-담긴-다양한-짜오-cháo-살펴보기 https://kr.saigoneer.com/eat-drink/음식-문화/13648-베트남-지역색이-담긴-다양한-짜오-cháo-살펴보기

‘짜오(cháo)’는 영어로 Congee로 알려진 죽으로 베트남 요리에서 만드는 방법과 맛의 다각화로 매우 다양한 장르를 이룹니다. 판단(pandan)이나 팥을 넣은 소박한 형태부터, 내장죽, 닭죽, 메기죽처럼 더 풍성하고 복합적인 식사 형태에 이르기까지 그 종류는 다양합니다. 재료는 다르지만, 모두 영양가가 높고 지역별 요리색을 풍부하게 지니고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짜오 한 그릇의 역사

전쟁으로 물자가 부족하던 시절, 선조들은 음식의 양을 늘리는 방법으로 짜오를 만들어 먹었습니다. 소금 한 줌이나 앞뜰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잭프룻, 논두렁 주변의 나물, 공심채, 바나나 꽃, 완두잎, 죽순과 같은 재료를 넣어 먹곤 했습니다. 『베트남인의 물질문명』(Văn minh vật chất của người Việt)의 기록에 따르면 “기근이 닥치면 베트남인들은 식사 횟수를 먼저 세 끼에서 두 끼로, 다시 하루 한 끼로 줄이고, 쌀밥 대신 짜오를 끓여 그 한끼는 먹으려 노력했다”고 합니다. 쌀죽은 밥보다 훨씬 적은 양의 쌀(약 1/4)로 만들 수 있으며, 체내 흡수율이 높고 탈수를 효과적으로 막아줍니다. 하루 종일 들에서 일한 뒤, 이들은 물을 많이 탄 쌀죽을 마시며 속을 달래고 에너지를 보충하곤 했습니다.

베트남에 널리 퍼진 음양설에 따르면 인간의 몸은 음과 양이 동등하게 조화를 이루는 ‘소우주’입니다. 이 둘 중 하나가 과하면 병이 찾아오게 됩니다. 짜오는 부드럽고 가볍고 기름기가 없는 음식으로, 쉽게 소화되며 다른 재료들과 조합하여 체내의 부족한 음 또는 양을 보충할 수 있는 식사로 여겨집니다. 베트남 침술협회 소속 Ngô Quang Hải 박사는 “만약 음이 과해서 병이 생겼다면, 양이 많은 음식을 먹어야 하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입니다. 예를 들어, 음의 질환인 감기에 걸렸다면, 생강이나 tía tô(띠아또, 베트남 향채)잎이 들어간 짜오처럼 양기가 많은 음식을 먹어야 합니다. 반대로 양의 질환인 일사병에 걸렸다면, 파가 들어간 짜오처럼 음기가 많은 음식을 먹어야 합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Cháo is a dish that promotes the yin-yang balance.

베트남의 다양한 짜오 탐방

짜오는 간단한 음식이지만, 지역에 따라서는 대표 음식이 되기도 합니다. 북부에서 남부까지 지역 특산물과 입맛에 따라 다양하게 변형된 수많은 종류의 짜오가 존재합니다. 북부 하이퐁(Hải Phòng)에는 ‘짜오 khoái(코아이)’가 있고, 박닌(Bắc Ninh)에서는 젓가락으로 먹는 독특한 ‘짜오 thái Đình Tổ(타이딘또)’가 있으며, 하장(Hà Giang)에 있는 흐몽(H’Mông)에서는 독성이 있는 뿌리 식물을 사용하여 만드는 ‘짜오 ấu tẩu(어우떠우)’를 즐겨 먹습니다. 물론 하노이의 걸쭉한 ‘짜오 sườn(스언)’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저는 아직 북부에 방문해서 이 모든 별미를 직접 맛보지는 못했지만, 북부에 뿌리를 둔 가족의 일원으로서 사이공의 ‘팜 반 하이(Phạm Văn Hai) 시장’의 노점상에서 판매하는 짜오 sườn에 반하게 되었습니다. 이곳은 1954년 이후 북부 이주민들이 모여 사는 지역 중 하나입니다. 쌀로 만드는 짜오와 달리, 짜오 sườn은 쌀가루로 만들어 점성이 있으며, 부드럽게 익은 갈비 연골 조각, 바삭한 샬롯, 잘게 썬 고수와 쪽파, 그리고 바삭한 꽈이(quẩy, 기름에 튀긴 밀가루 빵)와 함께 나옵니다. 아이들에게 특히 인기 있는 간식으로, 오후에 간식으로 한 그릇 먹으면 저녁을 거를 정도로 든든합니다.

Cháo sườn on chilly days.

중부 지역 응헤안(Nghệ An)에는 장어죽이 있으며, 땀끼(Tam Kỳ)는 닭죽으로 유명합니다. 빈딘(Bình Định)에서는 돼지 내장죽에 반쯩 호이(bánh hỏi, 얇은 면발)를 곁들이고, 꽝남(Quảng Nam)에서는 소 내장죽에 검은콩을 넣습니다. 또 ‘꿋 넨(củ nén)’이라는 마늘과 비슷한 향신채가 들어간 쌀죽은 “꽝 지역”의 필수 음식입니다. 지역마다 다르기도 하지만, ‘반쨩 메 누엉’(bánh tráng mè nướng, 깨를 뿌린 구운 쌀과자)를 곁들이는 점은 같습니다. 꽝남을 방문했을 때, 그곳의 짜오를 먹는 올바른 방법을 배웠습니다. 반쨩 누엉(bánh tráng nướng)을 손으로 잘라 그릇에 넣고, 죽에 잠깐 적셔 부드럽게 만들어 먹으면, 약간 쫄깃한 식감이 일품입니다.

Eel congee in Nghệ An.

사이공에 있는 쌀죽 노점상은 이상하리만큼 사람을 끌어들입니다. 특별한 장식도 없고, 그저 커다란 양산 하나와 낮은 플라스틱 의자 몇 개뿐이지만, 모두가 입맛을 다시며 모여듭니다. 사이공 스타일의 기본 쌀죽은 보통 세 가지 요소 - 볶은 쌀, 튀긴 도이(dồi, 돼지선지소시지), 그리고 바닥에 깔린 숙주 - 로 구성됩니다. 볶은 쌀은 구수한 풍미를 더해주고, 생숙주는 뜨거운 죽에 살짝 데쳐지며 아삭한 식감을 유지합니다. 여기에 라임즙 한 방울과 잘게 썬 고추를 넣은 피시 소스를 곁들이는 것은 필수입니다. 이로써 짜오 롱(cháo long, 내장죽)은 짠맛, 단맛, 신맛, 매운맛이 모두 조화된 완성형 음식이 됩니다. 뜨거운 죽을 후루룩 마시고, 쫄깃한 내장을 한 입 베어 물며 그 순간을 영원히 기억하게 됩니다.

A bowl of cháo lòng.

메콩 델타 지역으로 가면, 반드시 짜빈(Trà Vinh)의 명물 ‘짜오 ám(암)’을 만나게 됩니다. 이 요리의 이름은 며느리의 요리 실력을 평가하던 풍습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결혼한 새색시가 시댁으로 간 첫날, 며느리로서 가족과 친척들을 위해 메기죽을 끓여야 했습니다. 그만큼 부담이 크기 때문에, 맛있는 짜오 ám을 잘 만드는 일은 며느리들에게 평생의 숙제와도 같습니다. 여기서 ‘ám’은 ‘ám ảnh’(악몽, 트라우마)의 줄임말입니다.

짜오 ám은 논에서 갓 잡은 메기를 사용하며, 육수를 더 깊고 풍부하게 만들기 위해 구운 샬롯, 마른 오징어, 마른 새우를 추가합니다. 함께 나오는 채소 접시에는 바나나 꽃, 쑥갓, cải trời(까이쪄이) 같은 향채가 포함되며, 그중에서도 rau đắng(라우당, 쓴풀)과 숙주가 가장 일반적입니다. 쓴풀의 은은한 쓴맛은 쌀죽의 고소함, 메기의 단맛, 후추의 매운맛, 향신채의 향, 바삭한 샬롯의 풍미와 완벽하게 어우러집니다.

Cháo ám is Trà Vinh’s famous congee.

사이공 쩌런(Chợ Lớn) 지역의 화족 공동체 중 가장 큰 조주(Teochew)는 하카(Hakka), 광둥(Guangdong), 복건(Fujian)과 함께 주요 분파 중 하나입니다. 조주 문화에서 가장 독특한 음식 중 하나는 ‘껌 짜오(cơm cháo)’입니다. 이 요리는 흰밥 한 냄비와 뜨거운 쌀죽 냄비를 함께 내는 독특한 방식으로 제공됩니다. 밥은 조림한 내장 조각, 절인 배추와 함께 먹습니다. 이 절인 배추는 베트남 사람들이 보통 잔치를 치루고 남은 돼지고기나 오리 구이등과 함께 조림할 때 사용하는 재료입니다. 절인 배추의 신맛은 음식의 보존 기간을 늘릴 뿐 아니라 동물성 단백질의 느끼함도 잡아줍니다.

짜오 롱(cháo long)은 베트남 전역에서 인기 있는 음식이지만, 조주식 짜오 롱은 그와는 조금 다른 사촌 격입니다. 육수와 쌀을 함께 푹 끓여 만든 하얀색 쌀죽에, 돼지 뼈, 마른 오징어, 짚버섯의 풍미가 어우러집니다. 심장, 신장, 창자, 간 등 돼지 내장은 따로 삶아지고, 간장과 붉은 식초로 만든 소스에 찍어 먹습니다. 생강, 후추, 파가 쑥갖과 어우리진 향이 은은하게 배인 죽 위에는 피단과 함께 내장이 올려져 있어 각자의 취향대로 고기를 선택해 즐길 수 있는 “단백질 뷔페” 같은 느낌을 줍니다.

Cơm cháo Triều Châu.

짜오를 먹는다는 것은 어쩌면 삶을 천천히 음미하는 가장 좋은 방법일지 모릅니다. 쌀죽은 늘 김이 피어오를만큼 따뜻하게 나오는 음식이니, 성급하게 먹다간 입천장을 데이기 쉽습니다. 느긋하게 짜오의 모든 맛을 음미하는 것이 최고입니다. 쌀쌀해지기 시작하는 날에, 가장 좋아하는 짜오 한 그릇과 함께 보내는 시간보다 더 좋은 일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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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o@saigoneer.com (Thu Hà. Illustrations by Dương Trương.) 음식 문화 Tue, 25 Mar 2025 16:42:15 +0700
골목 맛집: 일본의 희귀 사케를 만날 수 있는 Kura Bar https://kr.saigoneer.com/카페-바/13645-골목-맛집-일본의-희귀-사케를-만날-수-있는-kura-bar https://kr.saigoneer.com/카페-바/13645-골목-맛집-일본의-희귀-사케를-만날-수-있는-kura-bar

사이공에는 정말 좋은 일본 음식점이 많습니다. 스시, 라멘, 이자카야 식당이 도시 곳곳에 자리 잡고 있으며, 그 수는 수십여 개는 가뿐이 넘기고 수백여 개이지 싶습니다. 조금 더 색다른 일본 요리를 찾고 있다면 츠케멘, 도쿄 아부라 소바, 오키나와 타코 라이스 같은 독특한 요리들도 쉽게 맛볼 수 있습니다. 일본 식당들, 특히 일본인이 운영하는 식당들은 Lê Thánh Tôn 거리의 위쪽에서 Bình Thạnh구의 Phạm Viết Chánh 지역으로 그 중심이 서서히 이동하고 있습니다.

지금 소개할 이곳은 일본 미식세계에서도 보다 희귀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입니다. 중심지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일본 남동부 나라현 출신인 사나(Sana)가 운영하는 蔵 KURA라는 사케바가 있습니다. 흔히 "일본 문명의 요람"이라고 알려진 나라현은 일본에서 가장 많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을 보유한 지역입니다. 이런 족보를 가진 곳이니, 나라현이 오랜 전통의 사케가 있는 곳이라는 사실도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KURA is hidden in a hẻm just off Nguyễn Hữu Cảnh Avenue.

KURA는 사나가 혼자 운영하는 바로, 사나가 직접 사케를 고르고, 바의 작은 공간에서 다양한 애피타이저 크기의 안주를 준비합니다. 이곳은 각자의 개성 있는 사케 취향을 가진 일본인, 베트남인, 서양인 등 다양한 국적의 손님들의 단골집입니다.

아무래도 일본인들이 사케에 대해 가장 탁월한 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본인들은 사케에 대한 지식이 많을 뿐 아니라 일생에 걸쳐 만든 자신만의 취향이 있습니다. 사나는 "우리 가게에 오는 일본손님들은 일본의 각 지역별 사케 중에 제일 좋아하는 맛이 정해져 있는 경우가 많고, 그 보통은 그 맛을 찾곤 하시죠."라고 사이공이어와의 인터뷰에서 말했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그 맛이 나는 사케를 찾기도 하고, 그저 자신이 태어난 현(縣)에서 생산된 사케를 찾기도 합니다. 일본인 손님들에게 KURA는 고향집의 편안함과 향수를 제공하는 곳입니다.

Sana is deeply proud of her Nara heritage.

베트남손님들 역시 일본에서 살았거나 여행해 본 경험으로 일본과 사케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경우가 많아, 일본 손님들처럼 사케를 주문한다고 사나는 설명합니다.

반면, 서양에서 온 손님들은 시각적인 요소를 중요하게 여깁니다. 사나는 "서양인 손님들은 처음에 보통 라벨이나 병의 외관을 보고 주문을 합니다. 예를 들어 '저 빨간 병 사케를 한번 마셔보고 싶어요'라든가 '이 라벨이 예쁜 사케를 고를게요' 같은 식이죠."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시음을 해보고 나면 점점 자신의 취향을 찾고 선택지를 줄여 나갑니다. 사나는 "서양 손님들은 겸손하면서도 자신만의 미각과 감각에 대한 확신을 가지는 편이예요."라고 덧붙였습니다.

Have you ever seen this many types of sake in one place?

종류가 너무 많아 손님이 주문을 어려워할 때는 사나가 손님들의 기호를 파악해 적절한 사케를 추천해 줍니다. 그녀는 "보통 손님들에게 '가라구치(辛口, 드라이)'를 좋아하는지, '아마구치(甘口, 스위트)'를 좋아하는지를 먼저 물어봅니다. 손님에게 확실한 취향이 없다면, 제가 가장 좋아하는 사케나 시즌별 추천 사케를 권합니다. 손님이 만족하면 저도 뿌듯해요. 처음 접하시는 분께는 너무 강하거나 독특한 맛의 사케를 권하는 것은 피하고 있어요."라고 설명했습니다.

Sake is just as diverse as wine or other spirits.

사나는 또한 가짓수가 많지는 않지만 사케와 어울리는 안주도 판매합니다. 그녀는 "저는 보통 발효되거나 훈제된 숙성 요리를 제공합니다. 사케도 숙성주이니, 이러한 음식들과 함께 마시면 입안에서 놀라운 조화를 이루죠."라고 말했습니다.

A platter of aged snacks accompanies sake sipping.

KURA에 들러보면 사나가 오랫동안 이 일을 해온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러나 그녀가 이 길을 걷게 된 과정은 열정을 쫓는 다른 많은 사람들처럼 운명적이었습니다.

2010년, 사나는 도쿄에서 무용, 발레, 뮤지컬을 촬영하는 사진작가였습니다. 같은 해, 나라현은 나라 시대(710 - 740년, 745 - 784년)의 수도로 지정된 지 1300년이 된 것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었습니다. 이 행사에서 지방의 사케 양조장에서 작은 시음회를 열었는데, 이 곳에서 사나는 고향에서 만들어진 유서 깊은 사케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난 후, 한 비즈니스 풍수가가 사나에게 베트남으로 가라고 조언했습니다. "사실 베트남은 제가 가려던 나라가 아니었어요. 그런데 풍수가가 정확하게 베트남을 짚어주면서, 호치민시로 가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일주일 후, 저는 베트남에서 사업을 시작하도록 도와주는 회사를 만나게 되었어요. 그 후로도 좋은 인연들이 계속해서 저를 호치민으로 이끌었고, 결국 1년 뒤인 2015년, Lê Thánh Tôn에서 제 가게를 열게 되었습니다." 사나는 이렇게 회상했습니다. "그 당시 베트남에는 사케가 잘 알려지지 않았었습니다. 심지어 사케를 제대로 보관하고 보존하는 방법조차 전혀 알려져 있지 않아서 속이 상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사케를 최상의 상태로 즐기는 올바른 방법과 사케가 얼마나 위대한 일본의 걸작인지에 대해 꾸준히 알리겠다고 결심했어요."

사나가 베트남에 온 이후, 많은 것이 변했습니다. 이제 사이공에서는 사케를 훨씬 쉽게 접할 수 있고, 소비자들의 관심과 수요도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습니다. 다양한 종류의 사케를 제공한다는 점만으로도 KURA는 방문할 가치가 있는 곳이지만, KURA가 사이공의 숨겨진 보석(Hẻm Gem)으로 자리 잡은 진짜 이유는 바로 사나의 깊은 지식과 열정 덕분입니다.

KURA는 오후 6시부터 11시까지 운영됩니다.

蔵 KURA

40/28 Phạm Viết Chánh, Ward 19, Bình Thạnh, HCM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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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o@saigoneer.com (Brian Letwin. Photos by Alberto Prieto.) 카페 & 바 Wed, 19 Mar 2025 10:00:00 +0700
골목 맛집: Cô Chánh의 Hủ Tiếu Mì와 Chợ Cũ의 황금기로 돌아가기 https://kr.saigoneer.com/길거리-음식/13643-골목-맛집-cô-chánh의-hủ-tiếu-mì와-chợ-cũ의-황금기로-돌아가기 https://kr.saigoneer.com/길거리-음식/13643-골목-맛집-cô-chánh의-hủ-tiếu-mì와-chợ-cũ의-황금기로-돌아가기

시골에서 자란 제 어린 시절 기억 속에는 언제나 낡은 재래시장의 익숙한 풍경이 존재합니다. 아침이면 어머니를 따라 시장을 돌아다니며 간식이나 CD, 사탕을 사곤 했습니다. 오후에는 할머니와 함께 고기와 채소를 사러 가면서 몰래 장바구니에 장난감 하나쯤 넣어두기도 했습니다. 가끔 제가 말을 잘 들은 날이면, 할머니께서는 시장에서 점심을 사주곤 하셨습니다.

수년 동안 사이공에서 공부하고 일하게 되면서, 이런 추억들은 이제 제 머릿속에만 남아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Tôn Thất Đạm 거리의 쩌꾸(Chợ Cũ, 꾸시장)를 찾았을 때, 제 어린 시절 기억 속 그 모습 그대로인 작은 식당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습니다.

69 Tôn Thất Đạm에 자리잡은 Hủ Tiếu Mì Cô Chánh(흐띠에우미꼬짠)의 주인은 Huỳnh Thị Dung이 본명이지만 식당의 이름에 붙였듯이 Cô Chánh(꼬짠)으로 불립니다. Cô Chánh은 이 식당이 삼촌에게서 물려받은 가족의 유산이라고 말했습니다. 삼촌은 60년 전부터 국수를 팔기 시작했고, 해외로 이주하면서 식당 운영을 Cô Chánh에게 맡겼습니다. 처음에는 광둥식 Hủ Tiếu(흐띠에우)만 판매했지만, 점차 현지 고객들의 입맛을 고려해 Hủ Tiếu Mì(흐띠에우미), 완탕, 미트볼 등의 다양한 메뉴를 추가했다고 합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Cô Chánh의 국수맛도 변화해 왔습니다. 삼촌이 떠날 당시에는 Cô Chánh은 국수 맛을 완벽하게 내지 못했지만, 매일 손님들의 피드백을 참고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조리법을 발전시켜왔습니다.

이곳의 면은 두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가느다란 면과 굵은 면인데, 둘 다 쫄깃한 식감과 눈길을 사로잡는 황금빛 색감을 자랑합니다. 여기에 새우, 튀긴 마늘, 튀긴돼지라드, 간, 돼지 심장, 돼지고기 같은 다양한 토핑이 더해져 맛을 완성합니다. 특히 간은 철저히 손질되어 냄새 없이 깔끔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Cô Chánh은 오랜 세월 동안 신뢰할 수 있는 동일한 공급업체에서 재료를 받아오고 있습니다. 한쪽 구석에서 보글보글 끓고 있는 육수는 너무 달지 않고 적당히 간이 되어 있어, 지나가는 손님들이 발길을 멈추고 한 그릇 먹어보고 싶게 만듭니다. 또한, 각 손님은 제공되는 Teochew 식초와 다양한 소스를 활용해 자신의 입맛에 맞게 국물의 맛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따뜻한 국물을 몇 숟가락 떠먹다 보니, 어릴 적 즐겨 먹던 국수 가게로 시간 여행을 온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Cô Chánh의 국수는 Hoa Vietnamese(화교 베트남인)의 클래식한 맛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완탕은 속이 꽉 차 있고 얇은 피로 감싸져 있어 계속 먹고 싶어지는 맛입니다. 특히, 이곳의 고기 소는 다른 가게보다 약간 짭짤한 편인데, 담백한 국물과 잘 어우러지며 균형 잡힌 맛을 선사합니다. 맛뿐만 아니라, 국수가 담긴 그릇의 아름다운 플레이팅도 인상적입니다. 얇게 썬 돼지고기, 바삭한 튀긴 양파, 탱글한 새우 하나하나가 정성스럽게 가지런히 올려져 있습니다.

Cô Chánh은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장사 준비를 시작하고, 저녁 7시쯤 일을 마친다고 합니다. 한때는 이 작은 식당에서 하루에 100그릇이 넘게 판매하기도 했습니다. 대부분은 근처 사무실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아침이나 점심을 먹기 위해 찾아왔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손님이 크게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하루에 많아야 30그릇밖에 못 팔아요. 어떤 날은 재료비도 건지지 못할 정도랍니다." Cô Chánh은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습니다.

손님이 없는 시간에는 그녀와 식당을 함께 운영하는 친구 Cô Gái(꼬가이)가 틈틈이 청소를 하고 정리를 합니다. 그런 후에 둘은 식당 앞에 앉아 세상의 모든 이야기를 나누곤 합니다. 이 따뜻한 대화가 식당만의 정다운 분위기를 만들어 식당을 찾는 손님들도 쉽게 대화에 합류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즐길 수 있습니다.

Cô Chánh에게 Cô Gái에 대해 묻자, "예전에는 내가 국수를 팔고, Cô Gái는 바로 옆에서 간식을 팔았어요. 그런데 시장에서 장사가 너무 안 돼서, 내가 같이 국수를 팔자고 했죠. 그 후로 우리 자매처럼 붙어 다녀요." 그 운명적인 선택 후, Cô Chánh의 국숫집은 항상 웃음으로 가득한 곳이 되었습니다. 두 사람은 함께 일하고 함께 웃으며, 힘든 하루의 피로도 장난으로 날려버립니다.

나이가 들면서 Cô Chánh의 건강도 예전 같지 않지만, Cô Chánh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이 식당을 지켜나갈 것이라고 합니다. 이 식당은 사이공에서 홀로 살아온 Cô Chánh에게 삶의 일부이자 영원한 행복의 원천이니까요.

To sum up:

Taste: 4/5
Price: 4/5
Atmosphere: 4/5
Friendliness: 5/5
Location: 4.5/5

Hủ Tiếu Mì Cô Chánh

69 Tôn Thất Đạm, Bến Nghé Ward, D1, HCM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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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o@saigoneer.com (Đăng Khương. Photos by Ben Nguyễn.) 길거리 음식 Fri, 14 Mar 2025 20:20:14 +0700
골목 맛집: 가정집 거실에서 북부식 국수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Cô Chi(꼬찌)’ https://kr.saigoneer.com/길거리-음식/13640-골목-맛집-가정집-거실에서-북부식-국수의-세계를-만들어가는-‘cô-chi-꼬찌-’ https://kr.saigoneer.com/길거리-음식/13640-골목-맛집-가정집-거실에서-북부식-국수의-세계를-만들어가는-‘cô-chi-꼬찌-’

Bún Cô Chi(분꼬찌)는 훌륭한 북부식 국수를 경험할 수 있는 곳입니다.

저는 동료의 추천으로 Bún Cô Chi(분꼬찌)를 알게 되었습니다. 구글에서 검색해 보니 흥미로운 점이 많은 곳이었습니다. 어르신들이 좋아할 만한 나무 조각 컬렉션이 전시되어 있는 것부터,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다양한 메뉴까지, 그 모든 것이 독특했습니다. 게다가 사무실에서 차로 7분 거리에 있어 설 연휴를 앞두고 교통체증이 심해지는 이 시기에 가까운 곳에서 배를 채울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었습니다.

Bún Cô Chi는 10군 Hòa Hưng 거리의 작은 골목 안에 자리 잡고 있으며, 입구에는 가게의 이름이 적힌 간판이 걸려 있습니다. 골목으로 들어서 Bún이라는 큰 간판이 붙은 집을 찾으면 됩니다. 이곳은 겉으로 보면 일반 가정집처럼 보이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거실이 식당으로 개조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The family's extensive collection of wooden sculptures serves as dining decorations.

저는 이곳의 주인이자 가게 이름의 바로 그 꼬찌(Cô Chi)를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꼬찌는 가게의 다양한 메뉴를 소개해 주었는데, 대표적인 북부식 국수인 분리에우(bún riêu), 분몹(bún mọc)부터, 잘 알려지지 않은 분까허이(bún cá hồi), 분탕(bún thang)까지 다양한 요리를 선보이고 있었습니다. 메뉴가 너무 많아 고르기가 어려웠던 저는 꼬찌에게 추천을 부탁했습니다.

저는 분붕(bún bung), 혹은 분적뭉(bún dọc mùng), 이라는 이름이 독특한 메뉴에 흥미가 생겼습니다. 꼬찌는 “이 요리의 새콤한 맛이 사이공 사람들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도 있지만, 이 맛에 적응이 되면 메뉴판 안의 모든 요리를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말에 더 궁금해져 버린 저는 바로 분붕을 주문했습니다.

A humble bowl of bún bung.

“붕(bung)”이라는 단어는 전통적인 육수 및 재료를 준비하는 방법에서 유래한 오래된 단어라고 합니다. 분적뭉(bún dọc mùng)이라는 이름은 이 요리의 핵심 재료인 적믕(dọc mùng, 토란 줄기)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남부에서는 토란 줄기가 깐쭈어(canh chua) 같은 국물 요리에서 종종 사용되지만, 북부식 국수에서는 그 자체로 요리의 주인공이 됩니다.

사진을 찍어도 될지 꼬찌에게 묻자 흔쾌히 허락하며, 꼬찌는 국수 위에 파를 올려 색감이 더욱 돋보이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꼬찌는 가게의 메뉴판도 가족이 직접 촬영하고 디자인했다고 합니다. 모든 사진은 실제 촬영본으로, 스톡 이미지는 사용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가게의 세심한 관리와 정성이 느껴졌습니다.

Rare northern dishes are on the menu.

이야기가 이어지자, 저는 꼬찌에게 가게의 역사에 대해 더 물었습니다. 꼬찌의 가족은 원래 하노이 출신으로, 1990년대에 사이공으로 이주했습니다. 생계를 위해 이 식당을 시작한지는 십 년이 조금 넘었고, 다양한 고향의 음식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근처의 다른 곳에서 식당을 운영했지만, 가족들이 다른 사업을 시작하면서 운영 비용 절감을 위해 현재 위치로 가게를 옮겼습니다. 꼬찌는 이제 가게를 “순전히 열정으로 운영하는 중”이라고 말하며, 주로 사이공에 거주하는 북부 사람들과 북부 음식을 맛보고 싶은 손님들을 위해 요리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잠시 기다리자 제가 주문한 분붕이 나왔습니다. 첫인상은 단출했습니다. 세 가지 주요 재료로 이루어진 간단한 요리였지만, 노란색과 녹색이 어우러진 색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국물을 한 모금 마시는 순간, 저는 남부식 국수와 북부식 국수의 큰 차이를 바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분붕은 산뜻하면서도 가벼운 신맛이 특징이었고, 생소한 맛이었지만 전혀 거부감이 들지 않았습니다.

Dọc mùng might be an unfamiliar topping to some eaters.

이 요리에서 가장 시각적으로 돋보이는 재료는 토란 줄기입니다. 초록빛이 도는 노란색을 띠며, 국수의 독특한 색감을 완성합니다. 한 입 베어 물자 토란 줄기의 부드럽고 수분 가득한 식감이 입안에서 퍼졌고, 시원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저는 깐쭈어에서 토란 줄기를 먹어본 적이 많이 있지만, 이 요리에서는 토란 줄기의 풍미를 온전히 즐길 수 있었습니다.

꼬찌는 토란 줄기를 먹은 후 입안이 가려울 수 있다고 설명해 주었습니다. 하지만 이 가게에서는 토란 줄기의 겉껍질을 벗기고, 소금물에 담가 여러 번 주무르며 점액질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철저한 전처리 과정을 거치기에 괜찮을 거라고 안심을 시켜줍니다. 덕분에 저는 아무런 불편함 없이 요리를 즐길 수 있었습니다.

It's like dining in somebody's living room.

토란 줄기가 부드러운 맛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상당한 양이 들어가는 데다 새콤한 맛도 있어 다소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저도 먹다 보니 약간 과하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이는 음식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별 입맛 차이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저 나름대로는 토란 줄기를 국수 면과 고기 같은 다른 재료들과 함께 먹으며 맛의 균형을 맞추는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고기는 작게 썬 돼지갈비를 사용하는데, 부드럽고 적당한 지방이 포함되어 있어 기름지지 않았습니다. 또한, 이 요리에는 다진 돼지고기와 잘게 썬 목이 버섯(black fungus mushroom)으로 만든 몹(mọc)이라는 완자가 들어있어, 하나의 완자 안에서 두 가지 다른 쫄깃한 식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습니다.

These must be a nightmare to keep dust-free.

전반적으로, 꼬찌의 분붕은 소박한 재료들로 만들어졌지만, 각 재료가 뚜렷한 개성을 가지면서도 조화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국물의 가벼운 신맛과 토란 줄기의 부드러운 식감은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 있지만, 한 번 맛을 보면 한 숟갈 한 숟갈이 개운하고 시원한 느낌을 줍니다.

Bún Cô Chi에서는 분붕 외에도 남부 사람들에게 좀 더 친숙한 북부 요리들을 제공합니다. 예를 들어 분짜옵둠라롣(bún chả ốc đùm lá lốt), 분몹(bún mọc) 등이 있으며, 후식으로는 플랜 (flan)도 판매하고 있습니다. 뜨거운 국수를 먹은 다음 입안을 깔끔하게 정리하기에 딱 좋은 디저트입니다. 또한, 주머니 사정이 팍팍한 손님을 위한 무료 아이스티도 있어서 갈증을 해소할 수 있습니다.

Bún Cô Chi is located deep inside a hẻm.

결론적으로, Bún Cô Chi에서 먹은 분붕은 저에게 북부식 국수의 세계를 탐험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었습니다. 저는 단순히 맛있고 신선한 미식 경험을 한 것이 아니라, 꼬찌 덕분에 “음식에 대한 열정”이 정수인 곳에 직접 와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가게의 세심한 관리, 꼬찌가 음식에 대해 나누는 열정, 그리고 손님들과 그녀의 가족이 만든 요리에 대해 대화하는 분위기 덕분에, 이곳이 단순히 생계를 위한 곳이 아니라, 사람들이 음식을 통해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임을 깨달았습니다.

Bún Cô Chi 운영 시간: 오전6시-오후1시, 오후4시-오후8시 (일요일 휴무)

Bún Cô Chi

170/2 Hoà Hưng, Ward 13, D10, HCM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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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o@saigoneer.com (Khang Nguyễn. Photos by Ben Nguyễn.) 길거리 음식 Sun, 09 Mar 2025 09:05:37 +0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