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짜이(ve chai)’라는 말은 종종 자전거나 수레를 끌며 플라스틱 봉투와 고철을 가득 실은 채 “고철 삽니다~”라고 외치는 이모, 삼촌들을 떠올리게 합니다. 익숙하고 정겨운 이 광경이 머지않아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2021년 12월, 베트남 최초로 비공식 재활용업자들과 호치민 시민들을 연결하는 애플리케이션 ‘VECA’가 코로나 봉쇄로 인한 오랜 서비스 중단 후 재 출시를 발표했을 때, 저는 이 새로운 서비스를 꼭 사용해보겠다고 다짐했습니다. 2021년 4월, VECA의 시범 운영 기간 동안에 푸년(Phú Nhuận) 지역에서 판매 요청을 해보았지만, 팬데믹으로 인해 취소되었다는 알림만 받았을 뿐입니다. 당시 사이공은 대규모 코로나19 확산으로 엄격한 봉쇄 상태에 있었고, VECA는 약 5개월간 서비스를 중단해야 했습니다.
놀랍게도 재 출시와 함께 이 앱은 사이공이어 사무실이 위치한 지역을 포함한 사이공의 10개 도심 구(현재는 12개)로 운영 구역을 확장하였습니다. 외국 대기업의 현지 버전이 아닌, 베트남인에 의해 베트남에서 만들어진 애플리케이션이며, 우리의 재활용 역량을 높이는 중요한 과정을 해결하려는 시도이기에 더욱 기대가 컸습니다.
간결한 UI와 편리한 사용
주소, 연락처, 선호 시간 등 몇 가지 정보를 입력하고 월요일에 수거자와 ‘예약’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스토어 모두에서 제공되는 VECA는 다른 서비스 호출 앱에 비해 단순한 인터페이스를 가지고 있으며, 흰색, 초록색, 파란색의 색 조합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VECA's index page.
지역 방송 HTV9과의 최근 인터뷰에서 공동 창립자 민 짱(Minh Trang)은 앱 출시 첫해 동안 사용자 인터페이스(UI)가 너무 복잡하고 불편하다는 피드백을 받았고 이를 지속적으로 개선을 해왔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버전에서는 ‘판매 예약’이 사용자에게 가장 핵심적인 기능입니다. 이 외에도 누적된 포인트와 포인트 교환 방식 등을 보여주는 부가 기능들이 있으며, 판매자는 모모(Momo) 전자지갑으로 돈을 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구매자와 판매자 간의 채팅이나 전화 연락 기능은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첫 화면은 정보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어떤 재활용 품목을 얼마에 판매할 수 있는지 킬로그램 단위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신문지, 문서용지, 종이 상자, 고철, 잡철, 함석, 플라스틱 병, 알루미늄, 알루미늄 캔, 테트라팩 등의 품목이 있으며, 각 카테고리 아이콘을 클릭하면 더 자세한 설명과 정의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VECA는 직접 베짜이를 매입하거나 판매하지 않기 때문에 거래 품목 관리에 일정한 위험이 따릅니다. 유해 폐기물에 대한 주의사항이나 정보가 추가된다면 사용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이 글의 작성 시점 기준, 베트남에서 전자 폐기물 등의 특수 폐기물을 전문적으로 처리하는 서비스는 하노이와 사이공에 10개의 수거 지점을 가진 Việt Nam Tái Chế (베트남 리사이클) 정도입니다.
예약 시간 선택의 제약

Entering details to make a booking.
가정에서 발생한 고철을 판매할 때, 고철 픽업 시간을 평일 혹은 주말로만 선택할 수 있을 뿐 원하는 시간을 선택할 수는 없는 점이 아쉽습니다. VECA가 베짜이 수거 과정의 “유연성과 투명성”을 향상시키고자 한다면, 이 부분은 분명 개선의 여지가 있습니다. 다만 수거자와 연결된 후에는 다른 소통 수단을 통해 직접 시간을 조율할 수 있다는 점이 주요하긴 합니다.
지역, 시간, 판매 수량에 따라 매매에 대한 확인을 받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습니다. 금요일에 예약신청을 하고 픽업 시간을 평일로 지정한 제 경우에는, 약 이틀이 지난 후에야 한 수거자가 예약을 확정해주었습니다. 앱에는 수거자의 이름 외에는 별다른 정보가 없었고, 온라인으로 베짜이를 처음 팔아보는지라 약간 불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기술 기반 베짜이 수거, 새로운 직업을 창출할 수 있을까?
예약한 날 오후, 커다란 바구니를 자전거 뒤에 실은 젊은 남성이 나타났습니다. 이 ‘베짜이 전문가’는 22세의 퐁(Phong)으로 신속하게 제 종이류를 분류해 무게를 재로 핸드폰에 메모를 했습니다. VECA에서 두 달간 일하고 있다는 퐁은 커다란 바구니 덕분에 눈에 띄었을 뿐 VECA 소속임을 보여주는 유니폼이나 브랜드관련 표시가 없었습니다.
The ve chai collector was a young man on a bike, not a traditional vendor as we've known.
VECA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팔로우하고 있었던 저는 웃는 얼굴로 VECA 스티커를 부착한 수레를 끄는 중년 여성들의 사진을 종종 보았기 때문에, 그런 분이 저를 만나러 올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이미지는 VECA가 기존 베짜이 판매자들이 더 효율적으로 재활용품을 수거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취지와도 일치합니다. 그러나 퐁의 말에 따르면, 자신처럼 젊은 수거자들도 드물지 않으며, 기술에 익숙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일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재활용품의 분류, 무게 측정, 저장을 체계적으로 해내는 퐁의 모습은 인상적이었고, 저는 현금으로 바로 지불 받았지만 전자지갑 결제도 가능했습니다. 앱 첫 화면에 매매가격이 미리 정해져 있기 때문에 거래는 빠르고 매끄럽게 이루어졌습니다.
VECA는 중개자 역할만 하며 사용자나 수거자에게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만큼 수거자들은 장비를 직접 구매하고 고철을 되팔 곳도 직접 찾아야 합니다. 퐁은 이미 시내 수거 지점에 대한 조사와 베테랑들에게 들은 정보를 바탕으로 되팔 곳을 알고 있어 걱정은 크게 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지금도 가끔 그렇지만, 처음에는 위탁 창고에서 잘 못 거래해서 손해 본 적이 많았어요. 무게를 제대로 안 재주더라고요,” 라고 퐁은 회상했습니다.
수입의 안정성에 대한 질문에는, “저는 이 일을 부업이 아닌 전업으로 생각해요. 매일 구석구석 돌아다니면서 주문도 많고 수입도 괜찮아요. 예전에는 차량 호출 앱도 해봤는데 경쟁이 너무 심해서 그만뒀어요,” 라고 답했습니다.
After two months on the job, Phong is happy with how his career is going.
VECA는 날씨 등의 이유로 예약이 적은 날에는 수거자에게 일정 보조금을 지급하며, 초보 수거자를 위한 재활용품 분류와 감정 관련 단기 교육도 제공합니다. 퐁이 일에 임하는 모습을 보면서, VECA가 적어도 스마트기기에 익숙한 젊은 세대의 고용 창출에는 분명 기여하고 있다는 점이 반가웠습니다. 하지만 수거자 입장에서의 경험을 직접 해본 것은 아니기에 이 글에서는 더 이상의 언급은 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VECA가 호치민 젊은이들이 부모님께 소개해드릴 만한 앱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정 내 고철 처리와 같은 일은 오랜 세월 동안 어르신들의 익숙한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호치민이 경제 침체를 비롯한 전례 없는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도 12개 구로 서비스 범위를 확장한 것은 VECA 창립자들에게 큰 성과였습니다. 최근 VECA는 순환 경제 네트워크와 WasteAid가 주최한 ‘쓰레기 없는 도시(Thành Phố Không Rác)’ 경진대회에서 6팀의 수상자 중 하나로 선정되어 1만 유로를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여행과 소비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꾼 다른 기술 기반 기업들과 비교했을 때, VECA는 여전히 극복해야 할 과제가 많습니다. 더 많은 수거자와 구매자가 기술을 일상 업무에 적용하도록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서 도시민들이 쓰레기를 분리 배출하는 문화를 확산시키는 것과 같은 장대한 목표까지 입니다. 언젠가는 “고철값”이라는 표현 대신 “VECA 머니”라는 말이 익숙해질지도 모릅니다. 마치 이제는 “택시 불러줘” 대신 “그랩 불러줘”라고 말하듯 말이죠.
이 글은 2022년에 처음 발행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