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엄마입니다. 물론, 전통적인 의미의 엄마는 아닙니다. 저는 자녀가 없으며, 제가 알기론 남성이 출산을 하는 것은 여전히 생물학적으로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베트남 사이버 공간에서 저는 가장 친한 친구들 사이에서 “mẹ”(엄마)라는 호칭을 사용해왔습니다.
제 오래된 친구 몇몇과의 우정은 수십 년 동안 이어졌습니다. 중학교와 대학교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제 우리는 30대 초반이라는 인생이 유연해지는 접어들었으며, 전 세계로 흩어져 각자의 삶을 살며 경력을 쌓아가고 있습니다. 가십이나 중요한 인생 소식이 있을 때마다 우리를 여전히 하나로 이어주는 연결고리는 단체 채팅방 입니다. 그리고 아주 오랫동안, 우리의 메신저 대화에는 “mẹ”(엄마)라는 대명사가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었습니다. 우리 중 누구도 실제로 아이를 낳은 적이 없음에도 말입니다.
많은 베트남 밀레니얼 세대에게, mẹ(엄마)를 오직 가상 공간에서 사용하는 관습은 인터넷 포럼의 전성기 시절에 생겨났습니다. 특히 Web Trẻ Thơ(웹쩨터)라는 포럼에서 두드러졌습니다. 소셜 미디어가 등장하기 전, webtretho.com은 가족 및 육아에 관한 논의를 위한 대표적인 플랫폼으로 부상했습니다. 이곳은 여성 인터넷 이용자들의 높은 유입량을 기록했습니다. 사용자들은 서로를 애정을 담아 các mẹ(엄마들), mẹ bỉm(기저귀 엄마), mẹ bầu(임산부 엄마) 혹은 “mẹ + 계정명” 형태로 불렀습니다.
2010년대 초반, 페이스북이 베트남에 상륙하고 점차 포럼을 대체하며 현지 인터넷 이용자들의 기본적인 소셜 플랫폼이 되자, mẹ 관련 별명들은 페이스북 댓글과 페이지로까지 번지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Web Trẻ Thơ 역시 페이스북으로 진출했지만, 그 특유의 모성 언어는 더 이상 포럼에만 한정되지 않았습니다. 베트남 사이버 공간 전체가 이 표현을 받아들이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아이러니한 유머로 받아들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 표현은 밀레니얼 세대의 순수했던 시절을 상기시키는 그들만의 웃음코드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오늘날, 즉 2020년대 중반에 이르렀습니다. 베트남 사이버 공간은 또 다른 소셜 미디어 신예를 맞이했습니다. 바로 메타(Meta)가 트위터/X의 질적 저하(enshittification)에 대응해 내놓은 스레드(Threads)입니다. 베트남 Z세대는 밀레니얼 세대가 페이스북에 열광했던 것처럼 이 마이크로블로깅 앱을 빠르게 받아들였습니다. 스레드에서는 다양한 신조어들이 탄생했지만, 그 중 하나가 저를 유독 기쁘게 합니다. 바로 mom(엄마)입니다. 세상은 돌고 돈다고 하던가요.
제 가설은, 이 단어 역시 틱톡이나 페이스북 그룹의 육아 콘텐츠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mẹ에서 mom으로의 전환이 어떻게 이루어졌고, 그것이 스레드에 어떻게 자리 잡게 되었는지는 여전히 저에게 미스터리입니다. 이 신조어를 채택한 베트남 스레드 이용자들은 "mom"을 2인칭, 때로는 3인칭 대명사 대용으로 사용합니다. 예를 들면 mom ơi(엄마), các mom(여러분), mom này(그/그녀) 등이 있습니다. 저는 친구들에게 농담 삼아, 베트남 인터넷 이용자가 밀레니얼 세대인지 Z세대인지는 그들이 mẹ를 쓰는지 mom을 쓰는지로 구분할 수 있다고 말하곤 했습니다.
“어머니”라는 존칭을 사용하는 관습은 베트남 인터넷 신조어를 넘어 존재하는 문화입니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는 여성이 아이를 낳은 후 종종 아이 이름에 "어머님"을 붙여 부릅니다. 예를 들면, 수현 엄마(수현이의 어머니)처럼 말입니다. 이는 여성이 아이를 낳은 후 자신의 정체성이 자녀의 정체성으로 녹아든다는 뜻을 내포합니다. 반면, 베트남 인터넷 문화에서 mẹ와 mom을 신조어로 사용하는 것은 훨씬 더 해방적인 의미를 가집니다.
우선, 이 단어들은 여성적인 뿌리를 가지고 있음에도 본질적으로 성별에 구애받지 않으며, 나이와 위계 또한 초월합니다. 저는 mom이 될 수 있고, 당신도 mom이 될 수 있으며, 베트남 인터넷에 존재하는 누구나 mom이 될 수 있습니다. 베트남어는 특히 인칭대명사 사용에 있어서 맥락에 크게 의존하는 언어입니다. 화자와 청자의 나이, 성별, 가족 내 위치, 직함에 따라 인칭대명사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인터넷 상에서는 상대방의 정보를 충분히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이러한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범용적인 중립 대명사 "mom"이 등장한 것입니다. 그리고 이 새로운 중립 대명사가 전통적으로 성별이 강하게 규정된 역할인 “엄마”라는 점은 시적이면서도 동시에 힘을 북돋아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