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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찌민시 착륙 전 보이는 불빛의 정체

밤에 호찌민에 착륙할 때면, 비행기 창문 밖으로 작은 밝은 빛들이 보인다. 여행 온 친구나 가족들은 종종 공항에서 집으로 가는 길에 그 기이한 광채의 정체가 무엇인지 묻곤 한다. 물론 나 역시 오랫동안 그 궁금증을 품고 있었다.

밤하늘을 흐트러뜨리는 빛들은 무엇일까? 천지 세상을 향한 인류의 오만하면서도 희미한 항의일까? 우리가 모르고 있는 매트릭스의 오류일까? 아니면 지구의 곡률이 만들어낸 착시 현상일까?

실제 답은 그리 터무니없지 않다. 빛의 근원은 용과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용과 농장이다. 호찌민에서 멀지 않은 해안가, 붕따우 (Vũng Tàu) 외곽의 호꼭 (Hồ Cốc) 같은 지역에는 광활한 용과 농장들이 펼쳐져 있다. 선인장에서 자라는 용과는 매년 지역 경제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한다. 비행기에서 보이는 빛의 정체는 농부들이 이 독특한 식물들 곁에 줄지어 설치한 전등이다. 밤새 켜놓은 불빛이 용과의 생장을 촉진해 생산량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에너지 소비와 지속 가능한 농업에 대한 우려에 대응해, 정부 지원 아래 농부들은 비효율적인 기존 전구를 절전형 LED 조명으로 교체해 왔다. 태양광 발전 시설과 절수형 관개 시스템까지 더해져, 이 농장들은 꽤나도 자원과 에너지 효율성이 높다.

사진 출처: Hoàng Hậu dragon fruit farm.

빛으로 뒤덮인 먼 시골 풍경을 내려다보는 것만으로도, 떤선녓 공항을 떠날 때마다 창가 자리에 앉을 이유는 충분하다. 그런데도 왠지 모르게 나는 이 빛의 정체를 알아버린 데 약간의 수치심을 느낀다. 마치 잃어버린 왕의 관을 드디어 찾아 열어보았는데, 이미 도굴당해 먼지만 남아 있는 듯한 기분이다. 

예전에 누군가가 나에게 용과의 밍밍한 맛을 두고 꿈을 포기한 과일 같다고 말한 적이 있다. 어쩌면 그것은 단순한 비유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이토록 찬란하고 영롱한 빛 아래에서, 정작 자기만의 빛은 어떻게 드러낼 수 있을까.

Alberto Prieto 사진.

[맨 위 사진 출처: Reddit user stknrd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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