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가 있는 곳엔 언제나 전통 음식이 함께합니다. 설날에는 반쯩(bánh chưng)과 반뗏(bánh tét), 추석에는 월병과 반삐아(bánh pía)가 식탁에 오릅니다. 단오절인 ‘뗏 도안 응오’(Tết Đoan Ngọ)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날에는 반바짱(bánh bá trạng)과 반우쩌(bánh ú tro)를 먹으며 축제의 분위기를 만끽합니다.
뗏 도안 응오(Tết Đoan Ngọ)란?
뗏 도안 응오는 음력 5월 5일로, 한 해의 음력으로 한 해의 중간 지점을 뜻합니다. 이 명절은 베트남뿐 아니라 한국, 북한, 중국, 일본 등 여러 동아시아 국가에서 기념합니다. 지역마다 풍습은 다르지만, 대부분 재앙을 막고 건강과 풍년을 기원한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합니다.
베트남에서 뗏 도안 응오는 고대 농경 사회의 일상에 기원을 두고 있습니다. 전문가 Trần Ngọc Thêm는 『베트남 문화 정체성 되찾기』(Tìm về bản sắc văn hóa Việt Nam)라는 책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베트남은 북회귀선에 걸쳐 있어 여름이 덥고 불쾌하여 건강에 해롭습니다. 쌀농사를 짓는 농부들의 매일같이 날씨를 세밀히 관찰해, 해는 줄이고 이로움은 최대한 활용하려 했습니다. 이러한 습관이 뗏 도안 응오 풍습을 낳았습니다.”
Bánh ú tro as part of an altar offering plate for Tết Đoan Ngọ.
일부에서는 이를 ‘해충 퇴치 명절’(Tết diệt sâu bọ)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음력 5월은 찌는 듯한 더위에 우기가 함께 오는 시기라 벌레가 번식하기 쉽고 우리의 면역력도 약해집니다. 해충을 박멸하고자 5월 5일 정오에는 조상에게 제물을 올리며 풍년, 건강, 평안을 기원하는 의식을 치릅니다. 약초를 채집하거나 잎 우린 물에 목욕하기, 어린아이 몸에 라임수 찍어 벌레를 쫓는 등 여러 풍습도 함께 이어집니다.
베트남 각 지역의 풍습과 산물에 따라 제에 올리는 음식이 조금씩 다릅니다. Phan Kế Bính, Vũ Bằng, Nhất Thanh 같은 작가들의 글에서도 이러한 다양성과 독창성을 엿볼 수 있습니다. “북부 지방은 붉은 수박을, 중부의 타잉호아(Thanh Hóa)부터 후에(Huế)까지는 오리고기를 빠뜨릴 수 없습니다. 꽝(Quảng) 지역 사람들은 찹쌀밥, chè(쩨), 반우쩌(bánh ú tro)를 올립니다. 남부는 ‘쩨쩌이느억’(chè trôi nước)과 쏘이걱(xôi gấc)을 빠지지 않고 올립니다. 남중부, 남부, 그리고 북부 일부 지역에서는 반우쩌와 반져(bánh gio)를 먹습니다. 후에에서는 ‘쩨께(chè kê)’와 구운 라이스페이퍼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다양한 음식 가운데 반우쩌는 베트남 어디서나 등장하는 별미입니다.
제사상 위의 반우쩌
반우쩌는 찹쌀로 밥을 지어 녹색 잎에 감싸서 만듭니다. 이름은 거창하지만 실제 크기는 아이 주먹만 합니다. 먼저 찹쌀을 24시간 동안 잿물에 담가 불립니다. 잿물은 약한 알칼리성을 띠며, 쌀 전분을 부분적으로 분해해 찌고 나면 젤리처럼 투명하게 변해 쌀알이 보이지 않게 됩니다. 이 덕분에 다른 떡보다 소화가 잘된다고 여겨집니다. 한입 베어 물면 재의 맛이 희미하게 느껴지면서도 산뜻한 느낌이 납니다.
Bánh ú tro (bánh gio) is eaten with molasses in Northern Vietnam.
지역마다 반우쩌의 모양, 맛, 먹는 방식이 조금씩 다릅니다. 북부에서는 반져(bánh gio), 반낭(bánh nẳng), 반엄(bánh âm)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립니다. 속이 없고, 주로 당밀과 함께 먹어 ‘반져먿 (bánh gio mật)’이라고 불립니다. 길거리 좌판에서도 쉽게 볼 수 있으며, 끈적하고 달콤하면서도 재의 향이 감도는 맛이 매력적입니다.
모양은 피라미드형, 네모형, 바나나 모양의 원통형 등 만드는 사람마다 다양합니다. 반져를 접시에 놓고 당밀을 살짝 끼얹어 내면, 먹을 때 대나무 끈으로 잘라서 먹습니다. 달콤하고 상큼하며, 당밀의 광택이 도는 반져는 천천히 음미해야 그 품위 있는 맛이 오래 입안에 남습니다.
Bánh ú tro can be pyramids, squares, or even cylinders.
중부 지방에서는 보통 피라미드 모양의 반우쪄를 10개 묶음으로 판매합니다. 어떤 이들은 이 모양이 산의 안정감을 상징한다고 하고, 또 다른 이들은 이 떡이 오행의 조화를 나타낸다고 말합니다. 불이 땅을 만들듯, 재가 외피를 형성해 가운데 쌀을 감싸고, 쌀은 대지의 영양을 받아 자라기 때문입니다. 중부 사람들은 속이 있는 반우(bánh ú)와 없는 반우를 모두 좋아하지만, 아이들은 겉껍질의 쫄깃함을 더 좋아합니다. 당밀이나 굵은 설탕에 찍어 먹으면 특히 인기가 많습니다.
남부에서는 ‘반우라째’(bánh ú lá tre)로 더 잘 알려져 있습니다. 모양은 피라미드지만 속은 훨씬 다양합니다. 전통적인 녹두 앙금 외에도 두리안, 코코넛, 절인 코코넛, 절인 동과 등 들어가 이미 충분히 달아서 더 무언가를 찍어 먹을 필요가 없습니다. 잎을 벗겨 그냥 하나씩 꺼내 먹기만 하면 됩니다.
반우쩌 만들기
반우쩌는 보기 보다 만드는 데 많은 품이 듭니다. 음력 4월 말부터 준비를 시작하고, 반우를 만드는 제과점들은 단오 전후 성수기에는 주문을 맞추기 위해 밤낮없이 바쁘게 움직입니다.
Bánh ú lá tre.
베트남 전역에는 반우쩌로 유명한 마을이 많습니다. 박장(Bắc Giang)성 딘방(Đình Bảng), 하노이 화이득(Hoài Đức)현 닥서(Đắc Sở), 빈푹(Vĩnh Phúc)성 떠이딘(Tây Đình), 빈딘(Bình Định)성 푸옌(Phú Yên), 꽝남(Quảng Nam)성 호안미(Hoán Mỹ), 타인화(Thanh Hóa)성 옌랑(Yên Lãng), 그리고 사이공에도 반우로 유명한 동네가 있습니다.
가장 전통적인 방식으로는 몇 달 전부터 준비를 시작해야 합니다. 나무, 잎, 과일 껍질 등을 모아 건조시켜 태우고, 그 재를 고운 가루로 체에 거릅니다. 사용하는 식물은 지역마다 다른데, 북부에서는 가시비름, 멀구슬나무, 포멜로 껍질, 바나나 껍질 등을, 후에의 타인 띠엔 마을은 벽돌 가마의 재를, 꽝남은 ‘메(mè) 나무’ 재를 선호합니다. 이 재에서 나오는 기름기가 겉에 층을 만들어서 식감이 좋아진다고 믿습니다. 또 다른 가정에서는 부엌에서 나온 짚과 숯의 재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How to wrap a bánh ú.
이 재에 절인 라임과 물을 섞어 며칠간 두고 가라 안칩니다. 위에 뜬 알칼리성 물만 떠서 요리에 사용하는데, 이 물의 농도가 반우의 맛과 식감을 좌우합니다. 너무 진하면 떫고 쓴 맛이 나고, 너무 약하면 떡이 질기고 거칠어집니다. 찹쌀은 물에 불면서 회색, 갈색, 짚색 등 다양한 색으로 변합니다. 딱 좋은 상태로 찹쌀이 투명해지면, 꺼내서 여러 번 헹궈 남은 재를 제거합니다.
잎은 대나무, 동(dong), 바나나, 돗(đót)에서 나온 잎을 사용합니다. 깨끗이 씻어서 끓는 물에 데치거나 햇볕에 말려 유연하게 만든 후, 몇 겹으로 깔아 깔때기 모양을 만들어 쌀을 넣습니다. 이때 속 재료도 함께 넣습니다. 잎을 꼭 눌러 묶고, 풀이나 잔디줄로 묶어 10개씩 다발을 만듭니다. 4~6시간 삶은 뒤 찬물에 담가 익는 것을 멈추고, 대나무 막대에 걸어 물기를 말립니다.
단오의 달콤한 추억
다른 큰 명절들처럼 널리 알려지진 않았지만, 뗏 도안 응오는 가족과 안부를 나누고 함께 반우쩌를 먹으며 마음을 나누기 좋은 날입니다.
“The simple joy of Tết is just seeing the block of dough appear like sparkling amber. The rice grains have completely mushed together, soft and elastic to the touch.”
지금도 생생히 기억납니다. 손에 들린 반우의 묵직함, 대나무잎 향을 깊게 들이마시며 조심스레 껍질을 벗기던 그 순간. 떡 안에서 반짝이는 호박빛 반죽이 드러나는 단순한 기쁨이 단오절의 전부였습니다. 쌀알이 모두 흩어지고 하나가 되어 부드럽고 탄력이 있었고, 겉껍질은 쫀득쫀득하며 재의 향이 은은하게 스며 있었습니다. 그 안에 담긴 고소하고 달콤한 녹두 소가 딱 어울렸습니다. 만약 그 해 어머니가 두리안 반우를 준비해 주셨다면, 특별한 향기까지 더해졌을 것입니다. 채식용 반우도 좋습니다. 일반 설탕, 알갱이 설탕, 당밀에 찍어 먹으면 더욱 맛있습니다.
단오절이 돌아올 때마다 저는 반우쩌의 맛이 그리워집니다. 그 풍미 때문만은 아닙니다. 이 작은 떡 하나가 감싸고 있는 모든 것 — 잎의 향, 우리의 풍습, 그리고 세대를 잇는 가족의 정 — 그것들이 제 마음속 추억을 더욱 단단히 지켜주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