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이 날 것만 같아요. 정말 멋져요," Liz Mitchell이 외쳤습니다. 믿을 수 없는 감동에 압도된 그녀는 얼굴을 가린 채 검은 새틴 드레스를 꼭 움켜쥐었습니다. 베트남 음악의 과거와 현재에서 한 장씩 따온 순간이 겹쳐지는 보기 드문 벅찬 순간이었습니다.
이제 65세가 된 Mitchell은 유로 디스코 그룹 보니엠(Boney M)의 리드 싱어였습니다. 보니엠은 1970년대 초반부터 베트남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온 서독 출신 4인조 그룹입니다. 2년 전, 보니엠은 하노이에 있는 Vietnam National Convention Center에서 콘서트를 열어 현지 관객들을 다시 한번 사로잡았습니다.
Mitchell이 1978년 음악차트를 점령했던 히트곡 ‘Rivers of Babylon’의 첫 소절을 흥얼거리기 시작하자마자, 관객석 전체가 일어나 함께 노래했습니다. 베트남의 중장년층이 음악 공연을 즐기는 방식을 알고 있다면, 이 장면이 월식만큼이나 드문 일이 일어난 것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월식보다도 두 배는 드물고, 결코 뒤지지 않은 장관이었습니다. 공연장은 만석이었으며, 50대 부모님 세대, 여러 세대가 함께 온 가족 관객, 그리고 드물지만 20~30대 젊은이들까지 모두가 주저 없이 일어나 아무도 보는 이 없는 듯 춤을 추었습니다.
Boney M performed ‘Rivers of Babylon’ in Hanoi in 2016. Video via YouTube user Bui Dzung.
2016년 보니엠의 멤버 구성은 과거 베트남을 사로잡았던 원년 멤버들과는 다릅니다. 원년 멤버는자메이카 출신의 Liz Mitchell과 Marcia Barrett, 몬세라트 출신의 Maizie Williams, 아루바 출신의 Bobby Farrell였습니다. 공연에서는 Mitchell이 2000년대 이후 새로 합류한 세 명의 멤버들과 함께 ‘Daddy Cool’, ‘Rasputin’, ‘Painter Man’등 히트곡을 혼자 불렀습니다.
그 시절과 완전히 같지는 않았습니다. 60대에 접어든 Mitchell은 여전히 방을 환하게 밝히는 미소를 지으며 ‘Daddy Cool’의 강렬하고 화려한 에너지 속으로 모두를 끌어들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년 멤버들이 없는 공연은 보니엠 음악이 가진 특별한 매력을 완전히 재현하지는 못한다는 점이 분명했습니다.
서독의 싱어송라이터 Frank Farian은 1976년에 보니엠을 결성했지만, 실질적으로는 자신의 노래를 선보이기 위한 "얼굴 마담"으로 만들었습니다. 이후 보니엠의 대부분 곡에는 Mitchell과 Barrett의 목소리만 담겼고, 다른 두 멤버는 무대에서 "퍼포머" 역할을 했습니다.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것과는 달리, 그룹의 대표곡 ‘Rasputin’에 등장하는 남성 저음 보컬은 Farrell 의 것이 아니라, Farian이 디지털로 변조한 목소리입니다.
이후 몇 년 동안, 보니엠은 유럽에서 대성공을 거두었고, 명성은 인도, 동남아시아, 호주까지 퍼져나갔습니다. 1978년에는 ‘Rivers of Babylon’, ‘Rasputin’, 그리고 크리스마스 시즌 명곡 ‘Mary’s Boy Child – Oh My Lord’가 유럽 여러 국가에서 1위를 휩쓸었습니다.
The band in 1978: (from left to right) Marcia Barrett, Maizie Williams, Liz Mitchell and Bobby Farrell. Photo via Running the Wolf's Rant.
그러나 보니엠의 베트남 "침공"은 1982년에 시작되었습니다. 이 해는 스페인에서 열린 FIFA 월드컵 España '82 의 해이기도 했습니다. 2018년 1월 AFC 대회에서 베트남 U23 대표팀이 거둔 여러 승리가 보여주듯, 베트남은 축구, 그리고 축구와 관련된 것이라면 모든 것을 사랑합니다.
당시 España 82 축구 대회 기간 동안, 현지 방송국은 생중계 경기 대기 시간에 ‘Rasputin’만을 반복해서 내보냈습니다. 덕분에 수백만 명의 스포츠 팬들이 보니엠의 음악을 접하게 되었고, 이들의 전염성 강한 디스코 리듬이 수십 년간 베트남 대중문화를 지배하기 시작했습니다.
‘Rasputin’은 어쩌면 보니엠의 가장 미스터리한 히트곡일지도 모릅니다. 다양한 문화적 요소를 조합해 만든 열광적인 노래로, 제목은 러시아 황제 니콜라이 2세(Tsar Nicholas II)의 친구이자 조언자였던 그리고리 라스푸틴(Grigori Rasputin)에게서 따왔습니다. 라스푸틴의 삶은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으며, 이 노래의 선정적인 가사 때문에 그는 간통자, 신비주의 치유사, 정치적 책략가로 묘사되었습니다. 러시아적 요소는 가사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곡에는 러시아 전통 현악기인 발라이카(balalaikas)도 사용되었고, 전체적인 곡조는 터키 민요의 영향을 짙게 받았습니다.
The original music video of 'Rasputin' was filmed in Moscow, a rather strange choice of setting considering the song was banned in the Soviet Union for political reasons. Video via YouTube user DJMarky.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베트남에서는 결혼식장에서 ‘Daddy Cool’, ‘Ma Baker’, ‘Rasputin’ 중 하나라도 틀지 않는 곳을 찾기 어려웠습니다. 보니엠의 크리스마스 곡 ‘Mary’s Boy Child’도 11월과 12월이면 교회, 카페, 백화점 등지에서 어김없이 흘러나왔습니다.
제가 이 글을 쓰면서 한 것처럼 차분히 앉아, 베트남식 결혼식의 떠들썩함 없이 이 노래들을 들어보면, 이런 어두운 테마의 곡들을 결혼식에 어울린다고 생각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랄 수도 있습니다. ‘Ma Baker’는 강도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Rasputin’은 주인공 라스푸틴을 “러시아 최고의 연애 기계”로 묘사합니다.
하지만 진실은 이렇습니다. 오늘날 베트남 밀레니얼 세대가 달콤한 K-팝에 열광하는 것처럼, 당시 사람들도 가사의 의미를 깊게 이해하거나 분석하지는 않았습니다. 노래가 주는 순수하고 반짝이는 행복함은 춤추기에 완벽했고, 그걸로 충분했습니다.
이 기사는 2018년에 처음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