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k 문화 & 예술 » 갤러리 미디엄의 ‘3주간의 디자인(Three Weeks of Design)’에서 선보인 베트남의 디자인 유망주들

기능적 디자인이 언제 예술이 되고, 예술이 언제 디자인이 되는 것일까요? 벽에 걸린 후크를 오래 바라보고 있으면, 그 우아한 곡선과 밝은 색감, 단순하면서도 세련된 형태의 장식들을 발견하게 되고, 두 세계의 경계가 어디에 있는지, 혹은 경계라는 것이 과연 존재하기는 하는지조차 확신할 수 없게 됩니다.

디자인과 예술이 만나는 지점

절제된 금속 후크, 고대 화폐를 연상시키는 후크, 아코디언을 닮은 후크, 그리고 좀 더 친밀한 해석을 요구하는 후크까지, 후크들은 다양한 형태, 크기, 색상, 재료로 등장하여 관람객들에게 단순한 물건이 전할 수 있는 의미와 기능을 재고하게 만들었습니다. ‘3주간의 디자인(Three Weeks of Design, 3WOD)’ 개막 첫날 갤러리 미디엄(Medium)의 전시실에 들어서는 순간, Saigoneer가 가지고 있던 후크에 대한 개념적 이해는 산산이 부서졌습니다. 우리는 후크를 하나의 예술작품처럼 감상할 수도 있었고, 혹은 거기에 코트를 걸 수도 있었습니다.

3WOD는 베트남 창작자들에 대한 자부심을 고취하고 기대치를 높이고자 하는 취지에서 올해 “디자인 문화”라는 주제를 중심에 두었습니다. 이를 위해 마련된 공모전은 현지 예술가와 디자이너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을 목표로 했습니다. 전문 디자이너, 독립 예술가, 독학 창작자 등이 출품한 200건이 넘는 응모작이 접수되었으며, 이들은 소박한 후크를 각자의 방식으로 재해석했습니다. 작품들은 디자인, 콘셉트, 제작, 지속 가능성, 인기상의 다섯 가지 부문에서 심사되었습니다. 전시된 출품작들은 도시의 디자인 역량을 드러냈을 뿐 아니라 중요한 예술·디자인 원칙을 둘러싼 대화를 촉진하며 교육적 기회로 작용했습니다.

후크가 불러일으킨 경이와 감탄은 3WOD의 도자기와 가구 전시가 이어진 공간에서도 계속되었습니다. 대표적으로 사이공의 상징적 플라스틱 의자들을 쌓아놓은 듯한 도자기 작품, 다이아몬드를 잘라낸 듯 날카로운 각과 면을 지닌 가구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또 다른 작품들은 모더니즘, 아르데코, 오리엔탈 디자인 등 보다 국제적인 미학적 영향을 반영했습니다. 베트남 브랜드와 Oho Studios, NOM, Laita, Exutoire등 디자이너들을 비롯해 해외 디자이너들도 참여한 이 의도적인 조합은, 베트남의 인재들이 세계 어디와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 역량을 갖추고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한 달 동안 이어진 3WOD를 경험한 참가자들은 자신들의 생활공간을 꾸미는데 현지 디자이너의 작품을 찾아볼 수 있고, 그들의 창의적 작품이 품질과 독창성 모두에서 뛰어나다는 확신을 얻었습니다.


이번 행사에는 총 40명 이상의 디자이너, 15명의 도예가, 그리고 국내외 가구 브랜드들이 참여했습니다. 갤러리 미디엄의 설립자이자 디자이너인 Coca Huynh은 아트 바젤, 밀라노 디자인 위크, NYCxDESIGN 같은 세계적 행사들을 언급하며, “이제 예술과 디자인은 하나로 융합되어 서로를 훌륭하게 보완하는 관계가 되었습니다. 더 이상 분리된 두 개의 영역이 아닙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행사는 두 분야가 만들어내는 시너지를 보여주면서, 동시에 베트남의 인재들을 조명하고 젊은 현지 디자이너에게 희망을 안겨 주었습니다.

갤러리 미디엄, 더 큰 공동체를 대변하다

지난해 설립된 이래로 갤러리 미디엄은 창의성을 키우는 공간이 되기를 지향해 왔습니다. 개인 주택을 방문한 듯한 편안함을 주는 빌라 공간은 지역 및 세계의 예술·디자인 전통을 탐구하면서 기존의 규범과 기대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며, 때로는 전복시키는 데 헌신하고 있습니다. 갤러리 이름이 암시하듯, 회화, 사진, 조각, 설치, 연구 기반 사례들, 디자인 오브제 등 다양한 장르의 전시를 열어왔습니다. 이 전시들은 작품을 둘러싸고 있는 정체성, 유산, 표현, 목적에 관한 대화로 관람객들을 초대합니다.

갤러리 미디엄이 보여주는 다양성은 최근 몇몇 전시에서 잘 드러났습니다. 예를 들어, Arlette Quỳnh-Anh Trần은 최근 전시 “iii. x_Unrealized Utopia”에서 애니메이션, 3D 디자인, 역사 기록물, 건축을 결합한 작품들을 통해 SF, 기술, 정치적 정체성의 교차점에 대한 질문과 추측을 제시했습니다. 이와 대조적으로 화가 Huỳnh Công Nhớ의 지난 6월 전시는 영화 제작 경험과 종교적 배경을 결합하여 아크릴로 그려낸 일상 풍경을 따뜻하고 차분하게 담아냈습니다. 한편, 올해 설 직전에는 VietnamColor와 협업하여 Nguyễn Quốc Huy, Trần Nam Tước, HuongColor의 도자기 작품 50점을 선보인 “Thẩm / Thấu, Thưởng” 전시가 열렸습니다. 이 전시는 전통적이고 민속적인 재료들이 현대적 형태로 어떻게 재해석될 수 있는지를 탐구했습니다..

이처럼 주제, 매체, 미학, 영향에서 겉보기에는 전혀 연관이 없어 보이지만, 갤러리 미디엄의 전시들은 공통적으로 베트남 창작자와 디자이너들을 조명하고 무대에 올리며 더 넓은 공동체를 위한다는 점에서 하나로 묶여 있습니다. 창작자, 애호가, 수집가, 학생들은 갤러리 미디엄과 같은 공간, 그리고 3WOD와 같은 행사에서 특정 작품뿐 아니라 세계적 유산, 트렌드, 예술·디자인의 전통 전반에 관한 유익한 대화를 나눕니다. 행사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주변에서 만들어지는 작품들에 영감을 받고, 도시 전역에서 솟아오르는 집단적 창의 에너지를 낙관적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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