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 프로젝트 ‘Vietnam Retropunk’의 창작자 당타이뚜언(Đặng Thái Tuấn)에게 있어, 일상적인 사물과 활동에서 로봇과 자동 기계가 솟아나는 기발한 묘사들은 고대와 미래 사이의 공간을 상징합니다.
만약 베트남이 1970년대 이후 기계와 기술 면에서 크게 발전했다면 어떤 모습일까요? 뚜언은 이러한 질문을 ‘Vietnam Retropunk’라는 진행 중인 시리즈를 통해 탐구합니다. 이 시리즈는 현재까지 두 권의 책으로 구성된 총 16개의 일러스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시리즈 전반에는 하노이의 보조금 시대(Subsidy era in Hanoi)와 같은 중요한 역사적 시기를 포함한 베트남의 최근 과거에 대한 향수가 녹아 있습니다.



Everyday scenes with just a little sprinkle of cyberpunk.
뚜언은 밝은 색채의 팔레트를 사용하고 팝아트, 펜아트, 빈티지, 미래적 스타일을 혼합하여, 반쯩(bánh chưng), 시클로(xe xích lô), 길거리 상인, 장을 보러 가는 어머니 등 전형적인 베트남의 일상 사물과 활동들에 로봇과 자동 기계를 더해 묘사합니다. 예를 들어, 장난기 가득한 여자아이가 로봇이 자신의 반쯩에 소를 채우고, 싸고, 요리하고, 조립하고, 찌는 과정을 기다리며 신나게 앉아 있기도 하고, 머리가 반쯤 센 꽃무늬 파자마 차림의 어머니는 부지런한 카트-로봇 하이브리드(cart-robot hybrid)를 타고 장을 보러 갑니다. 뚜언은 화상 채팅을 통해 “저는 단순해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베트남만의 독특한 이야기와 정서를 담고 있는 것들을 사랑하고, 그것들을 그리고 싶습니다”라고 말합니다.

The North-South Express reimagined as a robotic dragon.
이 시리즈에는 엄청나게 풍부한 상상력이 담겨 있습니다. 뚜언은 많은 베트남 독자들에게 익숙할 장난감, 전통 음식, 길거리 간식, 통근 수단, 그리고 여성 이미지(어머니, 고모, 아오자이를 입은 여학생) 등을 통해 어린 시절의 기억을 불러옵니다. 뚜언은 “제가 사용하는 모티브가 관객에게 익숙함과 새로움을 동시에 불러일으키기를 바랍니다”라고 설명합니다. “제가 다루는 주제는 대부분 친숙한 일상 속에 있는 것들이지만, 그 속에서 어딘가 조금 달라지거나 특별한 부분이 있어 관객을 놀라게 하고 생각하게 만들 수 있다고 믿습니다.”



Our childhood toys in mecha form.
예를 들어 ‘Cảnh Phố(깐포, 거리 풍경)’에서는 얼핏 보면 평범한 기차 같지만, 실제로는 1901년부터 1991년까지 하노이를 가로지르던 오래된 트램망인 ‘tàu điện leng keng (따우디엔렝껭)’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뚜언은 말합니다. 그는 2000년에 태어났기 때문에 그 시절을 거의 경험하지 못했습니다. 뚜언은 “이런 이미지나 삶의 방식은 주로 부모님과 어른들이 반복해서 들려준 이야기, 그리고 ‘Ảnh Hà Nội Xưa (아잉하노이쓰아, 옛 하노이 사진)’ 같은 온라인 아카이브에서 얻은 자료를 통해 접하게 되었습니다”라고 말합니다. 익숙함과 새로움 사이의 이 균형, 그리고 상상과 회상의 결합은 관객이 지난 수십 년간 베트남인의 삶을 구성해온 소중한 작은 것들을 되새기게 합니다.


New ways to đi chợ!
‘Vietnam Retropunk’는 고전(레트로)과 미래향(펑크)의 결합입니다. 여기서 펑크는 사이버펑크를 의미합니다. 사이버펑크는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배경으로 한 SF 하위 장르입니다. 사이버펑크 예술은 종종 저소득층 삶과 고도 기술의 병치를 통해 마약 문화, 기술, 성 혁명의 해로운 영향을 부각시킵니다. 뚜언은 오토모 가츠히로의 <아키라>, 시로 마사무네의 <공각기동대>, <사이버펑크 2077>, <블레이드 러너> 시리즈, 그리고 토리야마 아키라를 자신의 영감이자 롤모델로 꼽습니다.
제가 <매트릭스> 3부작도 언급하자, 뚜언도 맞장구를 쳐 주었습니다. 우리는 사이버펑크 장르, 특히 그 미학이 산업화와 기술 혁명을 향한 회의적이면서도 기대감 어린 반응, 그리고 전통 및 일상과의 충돌을 보편적으로 담고 있다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이버펑크 작품과는 달리, 뚜언의 작업은 결코 어둡거나 허무주의적이지 않습니다. 특히 ‘Vietnam Retropunk’에서는 작게는 하노이와 크게는 베트남이라는 자신의 뿌리와 연결되어 그 진원에 대한 애정을 진정성 있게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Get your gas the futuristic way.
뚜언은 현재 TiredCity, 유니클로 등 유명 브랜드들과의 프리랜서 작업으로 화려한 포트폴리오를 보여주고 있기에 대부분 그가 IT를 전공하고 최근에야 졸업했다는 것은 믿기 어렵습니다. 그가 일러스트레이터가 되는 길 역시 순탄하지 않았고요. 뚜언은 “디자인에 대한 감은 언제나 가지고 있었어요. 하지만 고등학교 졸업 시에 지원했던 디자인 대학에서 떨어지고 다른 길을 갔습니다. 그러다 파트타임 디자인 일을 하며 다시 이 길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라고 수줍지만 기쁘게 회상합니다.
그는 아마추어 이력서와 고등학교 시절 취미로 그렸던 드로잉과 고등학교 시절에 했던 프로젝트로 구성된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여러 파트타임 자리에 지원했지만 모두 떨어졌고, 단 하나인 졸업앨범 디자인 및 제작 회사 ‘Memolas’의 그래픽 디자이너 자리에서만 합격소식을 들었습니다. 바로 이곳에서 ‘반쯩 (Bánh Chưng)’라는 ‘Vietnam Retropunk’의 첫 번째 일러스트가, Shopee에서 산 싸구려 태블릿으로 탄생했습니다. 이후 작품이 인기를 얻으며, 그는 중고 아이패드를 스스로에게 선물했고, 나머지 ‘Vietnam Retropunk’ 일러스트는 그 아이패드에서 완성되었습니다.

The first-ever illustration that started it all.
간단한 단편 이야기에서 시작된 뚜언의 포트폴리오는 이제 눈을 뗄 수 없는 정교한 대형 일러스트로 발전했습니다. 예를 들어 ‘하노이 롱(Hà Nội Rong)’은 TiredCity에서 주최한 디자인 공모전에서 수상작이 되었습니다. 뚜언은 앞으로도 ‘Vietnam Retropunk’와 프리랜서 작업을 계속할 계획입니다. 그는 현재 ‘Vietnam Retropunk’ 제3권의 첫 일러스트를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작업 중입니다. 그는 이 시리즈의 주제와 메시지에서 아직 더 탐구할 여지가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Tuấn's award-winning entry.
현재까지 발간된 ‘Vietnam Retropunk’ 1권과 2권을 통해 뚜언은 관객들에게 빠르게 기술화되는 시대 속에서도 천천히 흘러가는 베트남식 아날로그 삶의 방식을 기억하고, 소중히 여기며, 가치 있는 작은 것들에 집중하고, 진정 중요한 것을 위해 기술을 활용하자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2024년에 처음 발행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