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k 문화 & 예술 » 문화 » 사이공 크메르 사람들의 새해 축제, 쩔 쯔남 트머이(Chôl Chnăm Thmây)의 풍경 속으로

4월의 날씨가 햇살과 산들바람 사이에서 변덕을 부릴 때, Candaransi 사원은 평소의 엄숙함을 벗어나 축제의 생기로 가득 찹니다. 사원 안에는 사원 종소리와 목어북을 리듬감 있게 울리는 소리가 퍼지고, 스님들과 불자들이 주고받는 따뜻한 웃음소리가 그에 화답합니다. 모두가 자정을 알리는 종소리를 기다리며 크메르의 새해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매년 4월 중순에 열리는 쩔 쯔남 트머이(Chôl Chnăm Thmây)는 크메르 민족에게 깊은 영적·문화적 의미를 지닌 중요한 명절입니다. 7세기 캄보디아에서 시작되었으며, 이후 전 세계의 크메르인들이 그 전통을 정성으로 보존하고 대대로 전해왔습니다.

베트남 언론은 쩔 쯔남 트머이를 종종 “전통 뗏(Tết)” 명절로 소개하며, 뗏 응우옌단(Tết Nguyên Đán)과의 공통점을 집어냅니다. 두 명절 모두 한 해의 끝과 시작을 잇는 중요한 전환점이며, 가족들이 모여 조상에게 감사를 표하고 그 해 땀 흘려 이룸 성취를 함께 기념하는 소중한 시간입니다.

그러나 베트남의 다수 민족인 낀(Kinh)과는 달리, 크메르 인들은 특히 상좌부 불교(Theravada Buddhism)와 깊고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반복되는 일상에서부터 국가 명절에 이르기까지, 불상은 가장 귀한 자리에 오릅니다. 그리고 쩔 쯔남 트머이는 이런 정신과 깊이 맞닿아 있는 축제입니다.

이 축제는 불교 음력을 따르며, 의식과 전통은 불교의 설화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사찰 안에서 이루어지는 법회, 예불, 공덕행의 수행은 이 신성한 명절의 핵심 요소입니다.

1946년에 설립된 Candaransi 사원은 사이공 상좌부 불교의 두 중심지 중 하나입니다. 이 사원에서는 정기적으로 크메르인을 위한 종교 의식, 언어 수업, 중요한 문화 축제가 열립니다. 이곳은 사이공에 거주하는 24,000명 이상의 크메르 인뿐만 아니라, 전통과 문화를 배우고자 하는 다른 민족 출신 방문자들에게도 개방되어 있습니다. 매년 쩔 쯔남 투머이 기간에는 이 사원이 활기찬 축제의 장으로 탈바꿈하며, 사람들이 모여 크메르 전통 방식으로 새해를 맞이합니다.

크메르 민족이 4월에 새해를 맞이하는 전통의 그 뿌리가 앙코르 제국의 전성기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 황금기 동안, 크메르 군주는 새해를 음력 11월에서 5월로 변경할 것을 공표하였고, 이는 그레고리력 기준 4월과 일치합니다. 역사학자들은 이 조치를 내린 군주가 앙코르 와트를 건설한 Suriyavarman II이거나, 크메르 최초의 불교 군주인 Jayavarman VII일 거라고 추측합니다.

축제의 첫날은 상끄란 트머이(Sangkran Thmây)라 불리며, 해가 바뀌는 가장 중요한 날입니다. Candaransi 사원의 주지 스님 Danh Lung에 따르면, 크메르 사람들은 해가 바뀌는 것을 그레고리력이나 음력 설처럼 “정각 0시”의 개념과는 다르게 이해합니다. 이는 창조신 마하 프룸(Maha Prum)의 일곱 딸 중 하나가 신의 사절로 하늘에서 내려와 한 해 동안 세상을 지켜보는 책무를 이어받는 것입니다.

A statue of Maha Prum, the four-faced creator deity in Khmer mythology.

따라서 이날 가장 중요한 의식은 바로 이 천상의 존재를 맞이하는 환영식입니다. 상끄란 트머이의 아침, 크메르 사람들은 가장 아름다운 옷을 입고 Candaransi 사원 경내에 모입니다. 여기서 스님들과 불자들은 부처님께 향을 올리고, 내려오는 천신에게 한 해의 축복을 기원합니다. 이 환영 의식의 시간은 음력에 따라 계산해 매년 달라지는데, 보통은 전년도보다 6시간씩 늦춰지게 됩니다.

천신을 맞이하는 이 의식 동안, 상좌 스님들은 쩔 쯔남 트머이의 유래가 되는 불교 설화를 설법합니다. 귀 기울이는 군중 속에는 크메르인뿐만 아니라, 사이공에서 공부하거나 일하는 태국, 라오스, 미얀마 출신 사람들도 보입니다. 또한 많은 수의 낀족, 화교, 참족들도 함께 참석하여 이웃 민족의 중요한 행사를 함께 축하합니다.

매년 강림하는 천신은 음력에 따라 각기 다른 이미지, 색상, 상징적인 소품으로 묘사됩니다. 어떤 해에는 천신이 코끼리를 타고, 진청색 옷을 입고, 반지와 총을 들고 나타나기도 하며, 제물도 해마다 달라져 어떤 해는 참깨와 콩이, 또 다른 해는 다른 음식들이 사용됩니다.

최근에는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소셜미디어를 통해 행사를 생중계하기도 합니다. 이를 통해 멀리 떨어진 이들도 축제의 분위기를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습니다.

천신을 맞이한 후, 방문객들은 하나 둘 예불실로 들어가 공양 의식에 참여합니다. 이는 불교 승단에게 음식을 바치는 전통 의식으로, 불법을 지키는 스님들에 대한 감사와 경의를 표현하는 행위입니다. 이 모든 공양물은 재가 불자들이 자발적으로 준비합니다. 이 중 공양 준비를 주도하는 가족은 ‘đăng cai’, 보조하는 사람들은 ‘sớt bát’이라 불립니다. 식사에 앞서, 스님들과 불자들은 함께 향을 올리고, 조상과 고혼을 위한 기도를 올립니다.

공양에 참여하는 이들 중에는 크메르인이 아닌 사람들도 있습니다. “남편이 캄보디아에 살던 때, 그곳에서 누이 한 분이 돌아가셨어요,” 라고 sớt bát 참여자인 Ngọc Lan씨는 말합니다. “시어머니께서는 매년 크메르 새해에 돌아가신 누이를 위해 온 가족이 공양을 준비해야 한다고 늘 말씀하세요. 1년에 한 번뿐이니까, 저는 꼭 참석하려고 해요. 밥이든 국이든, 제가 할 수 있는 건 뭐든지 하려고 해요.”

새해의 아침이 지나며, 이전 의식들의 엄숙함은 서서히 물러가고 군중 속에서 퍼지는 웃음소리와 이야기꽃이 분위기를 밝게 만듭니다. 사람들의 포옹과 악수 속에서 따뜻함이 감돕니다. 민족과 출신을 뛰어넘어, 이 특별한 명절에 모인 이들의 교감이 느껴집니다.

신들에게 바치는 공양이 끝나고, 이제 성대한 연회가 남았습니다. 하늘 위로는 형형색색의 불교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며, 크메르 설의 축복이 땅 위로 퍼져나갑니다.

Related Articles

- 개발

2025년 호치민시 주민들의 발전된 삶

고층 아파트의 커튼을 걷으면 강 너머로 반짝이는 스카이라인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많은 호치민시(HCMC) 주민들은 이렇게 하루를 시작합니다.

- 문화

떠이호(Tây Hồ)의 장인들이 지켜가고 있는 수제 연꽃차 전통

연꽃차 한 모금에는 떠이호(Tây Hồ) 경관의 정수가 응축되어 있습니다.

- 음식 문화

오피니언: 베트남계 미국인이라는 것을 자랑스럽게 만들어준 앤서니 보데인(Anthony Bourdain)

금요일 밤, 사이공에 도착했을 때 제 휴대폰에는 앤서니 보데인(Anthony Bourdain)의 사망 소식이 트윗, 문자, 뉴스 속보로 뒤섞여 쏟아지고 있었습니다. 셰프에서 여행 프로그램 진행자로 변신한 보데인이 61세의 나이에 스스로 생을 마감한 것으로 보인다는 구체적인 내용이 드러나자, 인터넷에는 슬픔과 충격의 물결이 일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아마도 보...

- 길거리 음식

골목 맛집 – 작은 식당에서 꽉 찬 맛을 내는 하노이의 Phở Chay (퍼짜이)

나무가 줄지어 늘어선 Lò Đúc 거리에는 손바닥 만한 작은 식당 Phở Chay(퍼짜이)가 있습니다.

- 문화 & 예술

Nay Mai Tạp Hóa에서 느껴지는 창립자의 베트남과 창작에 대한 사랑

보석 상자처럼 작은 Nay Mai Tạp Hóa에 들어서는 순간, 여러분은 바로 공간을 가득 채운 제품들을 마주하게 됩니다. 옷, 예술 작품, 잡지, 액세서리, 스티커 등—현지와 해외 디자이너들이 만든 다양한 제품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지난해 문을 연 이 매장은 ‘무엇이든 필요한 것을 판다’는 의미의 tạp hóa — 베트남식 구멍가게 — 라는 이름에 걸...

- 음식 문화

푸른 잎 속 어린 시절 단오의 추억을 감싸 안은 ‘반우쩌(Bánh Ú Tro)’

축제가 있는 곳엔 언제나 전통 음식이 함께합니다. 설날에는 반쯩(bánh chưng)과 반뗏(bánh tét), 추석에는 월병과 반삐아(bánh pía)가 식탁에 오릅니다. 단오절인 ‘뗏 도안 응오’(Tết Đoan Ngọ)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날에는 반바짱(bánh bá trạng)과 반우쩌(bánh ú tro)를 먹으며 축제의 분위기를 만끽합니다.

제휴 컨텐츠

- 제휴 컨텐츠

사이공에 프리미엄 스테이크 플래터 컨셉을 들여온 'NAMO Tuscan Grill

사이공 내 식당의 종류는 점점 다양해지고 혁신적으로 변해가고 있으며, 최근 몇 년 사이에 여러가지 새로운 개념이 시장에 도입되었다. ‘NAMO는 이러한 움직임의 좋은 예시이며, 사이공에 프리미엄 스테이크 플래터를 들여온 선구자적 역할을 하고 있다.

- 제휴 컨텐츠

'NAMO: 사이공에 이탈리아 남부의 맛을 소개하다

NAMO는 신선한 수입 재료를 사용한 이탈리안 수제 파스타로 명성을 얻었다. 이 레스토랑은 주방장 Ivan의 지도하에 남부 이탈리아의 풍미를 사이공으로 가져온다.

- 제휴 컨텐츠

Tê Tê, 새로운 IPA로 사이공을 열광시키다.

데뷔 2년이 채 안 되었지만 Tê Tê Brewing 의 이름을 딴 벨기에 화이트 에일은 사이공의 끊임없는 여름에 완벽하게 어울리는 밝고 상쾌한 맛 덕분에 현지인에게 인기가 많다.

- 스폰서 게시물

La Veranda 푸꾸옥 – M갤러리”에서 연말을 즐겨보세요

세계의 절반엔 낙엽이 떨어지고 외투를 동여매는 계절이 온 반면, La Veranda 푸꾸옥 - M갤러리에서는 포근하고 따뜻한 크리스마스와 신년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 제휴 컨텐츠

버터숙성법: 새로운 소고기 숙성법이 사이공을 강타하다.

필자는 앞으로 두 달 동안은 스테이크를 먹을 수 없을 것 같다. 적어도 Level 23 Signature 레스토랑의 안심 스테이크 맛이 기억에서 사라지기 전까지는 말이다.

- 스폰서 게시물

Anne Hill에서 시작하는 조기 공감 리더십 교육

”리더십은 단순히 국가지도자로 자라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Anne Hill은 그녀가 2군에 설립한 국제 학교의 학생들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것은 옳고 그름을 구별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리더가 된다는 것은 자기 자신을 위...

- 스폰서 게시물

당신에게 필요한 단 한 켤레의 신발

현대의 베트남스러운 미학이란 무엇일까?

- 스폰서 게시물

새롭게 단장한 Le 17 Bistro의 최고급 프랑스 음식과 분위기

가까운 미래에 해외 여행이 불가능해짐에 따라 지금은 사이공 사람들이 이전에 간과했을 수도 있는 자신의 도시의 맛집을 탐방하기에 완벽한 시기이다. 그 예로 LE 17 Bistro가 있는 Le Duan의 우아한 Sofitel Saigon Plaza를 들 수...

- 제휴 컨텐츠

셰라톤 그랜드 다낭 리조트의 여러가지 여가 활동과 함께 중앙 베트남을 탐험할 수 있다.

다낭이 베트남에서 가장 좋은 여행지 중 하나라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 제휴 컨텐츠

Remi: 진정한 라이브 음악을 알리기 위해 오디오 애호가 친구들끼리 만든 최고의 라이브 바

색소폰을 연주하는 연주자의 손가락은 마치 차가운 바람이 맨피부를 스쳐 지나갈 때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과 같은 느낌을 풍긴다.

- 제휴 컨텐츠

SSIS: 학생이 모든 이익을 얻는 학교

졸업생들이 졸업 가운을 입고 마지막으로 학교를 둘러본다. SSIS 에 들어서면 모든 곳에서 학습이 진행되고 있다. 모의 유엔에 참가하는 고등학생 그룹, 중국어를 연습하는 초등학생, 농구 코트에 돌아다니는 농구공, 글로벌 자선 단체에 관한 TedTalk를...

- 제휴 컨텐츠

인터컨티넨탈 푸꾸옥의 디자인과 엔터테인먼트로 완성된 별빛 일몰

태양이 부드러운 분홍색, 빨간색, 오렌지색으로 하늘을 찌르는 희미한 파도 밑으로 미끄러지면, 오징어 배의 녹색 등이 깜박이며 마치 바다가 말할 수 없는 것을 표현하려고 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