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서 강아지 이름을 짓는 가장 흔한 방법은 털 색깔을 따르는 방식이다. 대표적인 예로는 방(Vàng, yellow), 너우(Nâu, tan), 믁(Mực, black), 비엔(Vện, swirly) 등이 있다. 비엔(Vện)은 베트남의 몇 안 되는 토종견 가운데 하나인 푸꾸옥 리지백(Phú Quốc Ridgeback)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털무늬를 가리킨다.
이러한 작명법의 가장 유명한 예는 아마도 남까오(Nam Cao)의 단편소설 <학 영감>(Lão Hạc)에 등장하는 개, 꺼우방(Cậu Vàng)일 것이다.
2021 영화 『라오 학』(Lão Hạc) 속의 꺼우방(Cậu Vàng)
1960년대부터 사람들은 강아지 이름을 새로운 방식으로 짓기 시작하였다. 그중 하나는 베트남전 시기 널리 알려진 미국 정치인들의 이름을 따서 짓는 방식이었다. 가장 흔한 이름은 린든 존슨(Lyndon Johnson)에서 딴 지온(Giôn), 리처드 닉슨(Richard Nixon)에서 딴 닉(Ních), 그리고 헨리 키신저(Henry Kissinger)에서 유래한 끼(Ki), 끼끼(Kiki), 낏(Kít) 등이었다. 에세이 <내 강아지 지온>(Con chó Giôn của tôi)에서 작가 응우옌 꽝 럽(Nguyễn Quang Lập)은 어린 시절 가장 아꼈던 털보 친구에 대한 추억을 떠올린다.
물론 사람들이 의식적으로 미국을 조롱하기 위해 이런 이름을 붙였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전쟁 시기 미국 정치인들의 이름이 유독 개 이름으로 널리 쓰였다는 사실은 흥미롭다. 그것은 단순한 유행이었을 수도 있지만, 어쩌면 당시 사람들이 미국을 향해 품고 있던 반감이 작고 일상적인 방식으로 표현된 결과였는지도 모른다.
오늘날 강아지는 많은 이들에게 소중한 반려동물이지만, 몇십 년 전만 해도 그 사회적 위치는 지금과는 상당히 달랐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과거 베트남에서는 집에서 기르는 동물들을 주로 실용적인 목적을 위해 키웠다. 물소는 밭을 갈고, 닭은 알을 낳고, 오리는 깃털을 제공했으며, 개는 집을 지키는 역할을 했다. 어쩌면 개를 반려동물이라기보다 가축에 가깝게 여겼기 때문에 사람들이 탐탁지 않게 여기던 미국 정치인들의 이름을 별다른 거리낌 없이 강아지에게 붙일 수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만화 ‘『틴틴』의 인기 덕분에 미루(Mi Lu)는 베트남에서 가장 흔한 강아지 이름 중 하나가 되었다. 사진 제공: Studio Brillantine.
지온(Giôn)과 닉(Ních)의 인기는 예전보다 많이 식었다. 반면 끼(Ki)와 끼끼(Kiki)는 여전히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이는 다른 이름들에 비해 발음이 쉽고 귀엽게 들리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전쟁 이후 베트남의 생활수준이 현격히 향상되면서 많은 가정이 강아지를 가족의 일원으로 여기기 시작했고, 작명 방식 역시 서서히 변화했다.
1970년대 이후 애완견들은 더욱 다양하고 친근한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꾸잇(Quýt), 미(Mì), 반바오(Bánh Bao) 같은 이름은 음식이나 과일 이름에서 따온 것이고, 복과 행운을 기원하는 락(Lạc), 록(Lộc), 느이(Như Ý) 같은 이름도 있다. 또한 후이(Huy), 민(Minh), 안(An)처럼 사람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도 흔하다.
우표에 그려진 1980 모스코바 올림픽의 마스코트 미샤(Misha). 사진 제공: Wikimedia.
이 시기에 널리 퍼진 이름 가운데에는 대중문화에서 유래한 이름들도 있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미루(Mi Lu), 루루(Lu Lu), 혹은 루(Lu)이다. 이 이름은 『틴틴의 모험』(Les Aventures de Tintin)에 등장하는 하얀 사냥개 밀루(Milou)에서 유래했다. 『틴틴의 모험』은 20세기 유럽을 대표하는 만화 시리즈 가운데 하나로, 벨기에 기자 틴틴과 그의 반려견 밀루가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겪는 모험을 그린 작품이다. 1975년 이전부터 1980년대에 이르기까지 프랑스 문화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틴틴과 같은 읽을거리는 때로는 정식 유통망의 바깥을 거쳐 퍼져 나가며 널리 읽혔다.
마지막으로 비교적 드물지만 흥미로운 이름으로는 미사(Misa)가 있다. 이 이름은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의 공식 마스코트였던 미샤(Misha)에서 유래했다. 아동 삽화가 빅토르 치지코프(Victor Chizhikov)가 디자인한 미샤는 스포츠 행사 역사상 최초로 상업적 성공을 거둔 마스코트 가운데 하나로 여겨진다.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은 베트남전 종전 이후 베트남이 처음 참가한 올림픽이었기에, 미샤는 당시 베트남 사람들에게 더욱 특별한 의미를 지녔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