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의 탑’이라는 이름은 낯설게 들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학창 시절 수학 퍼즐이나 코딩 문제를 풀어 봤다면 한 번쯤 접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름은 모르더라도 크기가 다른 원판을 기둥 사이로 옮기는 퍼즐 자체는 익숙할지도 모릅니다.
하노이의 탑은 세 개의 기둥과 크기가 서로 다른 여러 개의 원판으로 이루어진 수학 퍼즐입니다. 처음에는 가장 큰 원판이 아래에, 가장 작은 원판이 위에 오도록 모든 원판을 한쪽 기둥에 차례로 쌓아 둡니다. 목표는 정해진 규칙에 따라 이 원판들을 반대편 기둥으로 모두 옮기는 것입니다.
퍼즐 풀이 과정을 보여주는 애니메이션. 이미지 출처: GeeksforGeeks.
규칙은 간단합니다. 한 번에 원판 하나만 옮길 수 있고, 작은 원판 위에 더 큰 원판을 올려놓아서는 안 됩니다. 또한 각 기둥의 맨 위에 놓인 원판만 움직일 수 있습니다. 이론적으로 원판의 수에는 제한이 없지만, 원판이 많아질수록 퍼즐을 푸는 데 필요한 시간도 길어집니다. 어린이용 장난감에는 일반적으로 서로 다른 색상의 원판 7~9개가 사용됩니다.
여기까지 읽었다면 이런 의문이 들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이 퍼즐이 하노이, 나아가 베트남과 도대체 무슨 관련이 있는 걸까?’ 답을 찾으려면 퍼즐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하노이의 탑을 만든 사람은 19세기 프랑스의 수학자이자 퍼즐 애호가였던 에두아르 루카스(Édouard Lucas)로 알려져 있습니다.
에두아르 루카스(1842~1891).
루카스가 이 퍼즐을 고안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1883년부터 판매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포장지에는 “하노이의 탑—안남인의 정통 두뇌 게임—통킹에서 가져온 게임”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습니다. 발명가는 “시암 출신의 N. 클라우스 교수이자 리수스티안 대학의 만다린”이라고 소개됐습니다. 포장지에 실린 나머지 설명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 게임은 저명한 관리 페르페르탐탐[FER-FER-TAM-TAM]의 저서에서 최초로 발견됐습니다. 해당 저서는 조만간 중국 정부의 지시에 따라 출판될 예정입니다.
‘하노이의 탑’은 크기가 차례로 작아지는 여러 층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탑은 중앙에 구멍이 뚫린 나무 원판 여덟 개로 구현했으며, 일본과 중국, 통킹에서는 도자기로 만듭니다.
게임의 목표는 정해진 규칙에 따라 탑을 한 층씩 해체한 뒤, 옆자리에 다시 쌓는 것입니다.
재미있고 유익하며 배우기 쉬운 이 게임은 도시에서든 시골에서든, 여행 중이든 어디서나 즐길 수 있습니다. 시암의 N. 클라우스 교수가 만든 다른 흥미롭고 참신한 게임들과 마찬가지로 과학의 대중화를 목표로 합니다.
오래된 인도 전설에 따르면 브라만들은 베나레스에 있는 한 사원의 제단 계단에서 수많은 세대에 걸쳐 신성한 탑을 옮기고 있습니다. 골콘다의 다이아몬드로 장식한 순금 원판 64개로 이루어진 브라흐마의 탑입니다. 이 작업이 모두 끝나는 순간 탑과 브라만들은 무너지고, 세상도 종말을 맞게 될 것입니다!
물론 ‘시암의 N. 클라우스(N. Claus de Siam)’라는 이름은 ‘아미앵의 루카스(Lucas d’Amiens)’를 재배열해 만든 아나그램에 불과합니다. 아미앵은 에두아르 루카스의 고향입니다. ‘리수스티안(Li-Sou-Stian)’ 역시 그가 학생들을 가르쳤던 생루이(Saint Louis) 학교의 이름을 재배열한 것입니다. 나머지 홍보 문구는 당시 유럽 사회의 오리엔탈리즘이 빚어낸 산물로 보입니다. 제작자는 1880년대 프랑스 대중에게 낯설고 이국적으로 여겨졌던 극동의 이미지를 활용하기 위해 아시아 각지의 지명과 문화를 한데 뒤섞은 듯합니다.
루카스가 제작한 하노이의 탑 게임 초판 포장지에 실린 삽화. 이미지 출처: The Puzzle Museum.
포장지에 등장하는 아시아 국가와 지명이 뒤죽박죽 섞여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하노이’라는 이름이 붙은 데에는 특별한 이유는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실제로 베트남의 대부분의 장난감 판매점에서는 이 퍼즐을 단순히 ‘무지개 탑 장난감’이라는 뜻의 “đồ chơi tháp cầu vồng”이라고 부릅니다.
이름의 유래가 어떻든 하노이의 탑은 어린이용 장난감으로도, 수학 퍼즐로도 오랫동안 사랑받아 왔습니다. TV 시리즈 《닥터 후》와 《서바이버》는 물론, 《매스 이펙트》, 《드래곤 에이지》, 《원신》과 같은 게임을 비롯한 수많은 대중문화 작품에도 등장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