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악기들은 우리의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영혼을 위해서도 쓰입니다. 인생의 전환점을 기념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죠. 아기가 태어나거나 누군가가 세상을 떠날 때, 사람들은 이러한 악기로 그 순간을 환영하거나 작별 인사를 전합니다. 또한 사람들은 좋은 날씨, 성공적인 사업, 후손들의 행복을 기원하며 음악을 연주하기도 합니다.” 오랜 기간 동안 베트남 전통 악기를 수집해 온 Đức Dậu씨는 이 오래된 악기들이 단순한 오락 도구가 아니라고 설명합니다.
Dậu씨는 지난 30년 이상 베트남의 54개 민족이 사용하는 전통 악기를 연구하고 수집해 왔습니다. 타악기와 현악기를 포함해 약 2,000점에 달하는 방대한 수집품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 악기들을 고밥(Gò Vấp)군의 Phạm Huy Thông 거리 골목에 위치한 그의 나무집에 보관하고 있습니다.
Dậu씨의 집은 입구에 놓인 커다란 북 덕분에 쉽게 눈에 띕니다. 집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으면 거리의 소음은 사라집니다. 집 안 한쪽 벽에는 100년 된 북들이 쌓여 있고, 반대편에는 수백 개의 피리, 타악기를 포함한 모든 종류의 악기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Dậu씨는 단순한 악기 수집가가 아니라 이 전통 악기들을 연주해 생계를 유지하는 음악가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여기 악기들은 보통의 박물관과는 다르게 바로 집어 들고 연주가 가능한 형태로 배치되어 있습니다"라고 그는 설명합니다.
그의 음악과의 인연은 어린 시절부터 시작되었습니다. 1957년에 태어난 그는 맞은편에 극장이 있던 하노이의 Huế 거리에서 자랐습니다. “그 시절 예술가들의 소리, 갈등, 공연하는 이들의 예술적인 목소리”가 있던 곳이었다고 그는 회상합니다.
이런 축복받은 환경에 더해, Dậu씨가 음악이 운명이라고 믿게 된 계기가 있습니다. 독실한 불교 신자였던 Dậu씨의 아버지는 그가 음악이 아니라 의학의 길로 가기를 바랐습니다. 그러나 Ba Vì 군에서 있었던 한 장례식 도중, 그의 아버지가 한 스님에게 아들의 미래에 대해 묻자, 스님은 “당신의 아들은 의사가 아니라 예술가가 될 운명입니다”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1970년대, Dậu씨는 생계를 위해 여러 지역 예술단에 참여했고, 연주 실력을 연마했습니다. 1983년에는 하노이의 국립 음악·무용연구소(Institute of Music and Dance Research)에 합류해 전통 민속 악기를 수집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당시 저는 베트남 음악 문화의 전문가들이자 수집가들이기도 한 선배들에게 배울 수 있었습니다. 여기 있는 악기들은 그런 환경, 제 일, 그리고 전통 음악에 대한 저의 사랑에서 비롯된 것입니다”라고 설명합니다.


1986년, Dậu씨는 가족과 함께 사이공으로 이주하였고, 본격적으로 악기를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연구소에서의 얻은 전국의 전통 음악 축제들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각 지역 축제를 방문해 그 곳 지역민들과 교류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악기를 손에 넣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이러한 악기들은 단지 돈으로 살 수 있는 것들이 아닌, 여러 세대를 거쳐 전해져 내려온 유물들입니다. 저는 보통 각 지역민들에게 악기 자체에 대해 그리고 연주 방법과 그 악기가 가지는 중요성에 대해 알려달라고 부탁합니다. 그러면 감사의 표시로 악기를 팔거나 선물해주십니다”라고 말합니다.
때로는 하나의 악기를 배우고 신뢰를 쌓기 위해 사이공과 지방을 수년간 오가야 할 때도 있습니다. “어떤 때는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결국 그 지역 고유의 악기를 받지 못할 때도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슬프지만, 세상 일이라는 게 다 그런 법이지요”라고 그는 말합니다.


또한 Dậu씨는 더 이상 제작되지 않거나 악기에 쓰인 재료를 얻고자 해체될 위기에 처한 악기들을 사들여 그 유산이 사라지지 않도록 보존하기도 합니다. 그는 악기 자체뿐 아니라 그에 담긴 이야기, 제작 방법, 지역 내 악기의 역할까지도 보존하고자 합니다.
그의 집을 둘러보며, Dậu씨는 여러 악기의 작동 원리를 설명합니다. 전통 악기들은 보통 나무, 대나무, 잎사귀, 동물성 재료 등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재료로 만들어집니다.


그가 수집한 악기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중부 고원에서 온 300년 된 H'gơr 북입니다. 이 북은 Ê-đê족의 아기가 태어난 지 30일이 된 것을 축하하는 자리에서나 장수를 축하하는 잔치에서 연주됩니다. 나무로 만들어지고 코끼리나 물소 가죽으로 덮인 이 북은 세월의 흔적도 이겨낸 것처럼 보입니다. Dậu씨는 Ê-đê족에게 이 북을 보존하는 방법이 있다고 말합니다. “그 지역의 비밀 비법으로, 어떤 나뭇잎을 물에 섞어 북에 부으면 그 쓴맛 때문에 흰개미가 달라붙지 않습니다. 이 덕분에 300년이 지나 오래되기는 했어도 망가지지는 않았습니다.”
Dậu씨는 직접 연주를 들려주겠다고도 합니다. “이 악기들의 생생한 소리를 직접 들어야만 베트남 음악의 정수를 느낄 수 있습니다”라고 말합니다. 그는 Kon Tum과 Gia Lai 지역의 축제에서 연주되는 관 모양의 악기, 짜삐(chapi)를 소개합니다. 이 악기는 13개의 줄이 울림을 증폭시키는 박 껍질에 연결된 생김을 가졌습니다.


그는 중앙 고원 사람들이 작곡한 ‘Đôi Chân Trần’(맨발)을 연주하기 시작합니다. 밝고 경쾌한 멜로디는 길을 나서는 듯한 느낌를 자아냅니다. Dậu씨는 노래도 곁들입니다. 가사는 아이를 키우는 남자의 이야기로 중앙 고원 사람들의 인내와 고단함을 담고 있습니다. 그의 깊고 남성적인 목소리와 Chapi의 소리가 어우러져 단순한 어쿠스틱 연주임에도 강렬하고 풍부한 감동을 줍니다.


Dậu씨는 노래가 연주되는 장소 역시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이 악기들은 자연 속, 산악 지역에서 연주되기에 음향을 보존할 수 있도록 나무집을 지었습니다. 벽돌이나 콘크리트는 음악의 진면목을 전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그대로의 음악을 느끼려면 각 민족의 고유의 지역를 찾아 그들의 연주를 직접 들어야 합니다”라고 그는 말합니다.
Dậu씨의 수집은 사람들이 베트남 전통 음악에 대한 사랑과 감사를 이어가는 데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그의 방대한 수집품은 Tiếng Vọng Ngàn Năm 이라는 사진집을 포함한 교육·연구 자료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1980년대, 그는 가족과 함께 Đoàn Nhạc gõ Phù Đổng이라는 전통 음악단을 결성했습니다. Phù Đổng 악단은 국내외 학교, 관광객, 축제를 통해 전통 음악을 알려왔습니다.


“운명은 저를 소중한 악기를 보존하는 길로 이끌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기회를 감사히 여기고 책임을 다하고 있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음악에 담긴 문화적, 영적 가치를 이해할 수 있도록 전통 음악을 알리고 싶습니다.”라고 그는 말합니다. “이 악기들은 하늘과 땅이 준 재료로 만들어졌고, 사람들은 그것으로 공동체를 위한 음악 도구를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이 악기들이 만들어내는 소리는 베트남의 정체성을 담고 있으며, 각 지역에 따라 선율, 리듬, 하모니에도 차이가 있습니다”라고 그는 덧붙입니다.
“예전에 누군가 이 수집품을 말도 안되게 높은 금액에 사겠다고 한 적이 있지만, 저는 거절했습니다. 제가 이 악기들을 모은 그 과정과 음악에 대한 열정을 돌이켜보면, 이 유물들은 베트남 음악의 혼을 담고 있으며, 누구도 그 값을 매길 수는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