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몇 그루의 코코넛 나무가 갑자기 잎이 갈색으로 변하며 새순에서부터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몇 주가 지나면서 코코넛 나무의 줄기와 새싹에는 작은 구멍이 하나 둘씩 생겨났고, 이내 수없이 늘어나며 썩은 수액의 불쾌한 냄새를 풍기기 시작했습니다. 아버지는 코코넛 나무가 드엉(đuông)에 감염되었다고 하셨고, 숲 전체를 잃기 전에 나무들을 모두 베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잘린 나무들의 속은 거의 텅 비어 있었고, 그 안에는 마치 공포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끔찍한 광경이 펼쳐졌습니다. 수많은 하얀 애벌레들이 둥지를 이루고, 나무 속에서 꿈틀거리며 기어 다녔습니다. 아버지는 이 애벌레들이 겉으로 보기에는 통통하고 배불리 먹은 것처럼 보이지만, 나무 속을 완전히 갉아먹을 때까지 멈추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Đuông dừa’s life cycle is intimately linked to coconut. Photo via Tinh Tế.
드엉즈어(Đuông Dừa, Rhynchophorus ferrugineus)는 실제로는 애벌레가 아니라 Red Palm Weevil (붉은 야자 바구미)의 유충으로, 아시아 열대지역을 시작으로 전 세계로 퍼져나갔습니다. 성체가 되면 날개와 긴 주둥이를 가진 딱정벌레로 성장하며, 수컷은 암컷보다 짧은 주둥이를 가지며, 주둥이 끝에는 노란색 또는 황토색의 작은 털 뭉치가 있습니다.
드엉즈어는 엄청난 번식력을 지닌 곤충이며, 특히 코코넛, 대추야자, 기름야자 같은 야자수과 식물을 아주 좋아합니다. 따라서 이러한 나무들이 중요한 환금작물로 재배되는 나라에서는 치명적인 해충으로 여겨집니다. 성체가 된 암컷은 야자수의 상처나 균열을 뚫고 주둥이를 이용해 수백에서 수천 개의 알을 낳습니다. 이 쌀알 크기의 알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부화하여 애벌레가 되고, 본격적으로 나무 속을 파먹으며 성장합니다. 그 과정에서 코코넛 나무의 살과 심장부(củ hũ dừa, 꾸후즈어)를 갉아먹으며 영양분을 고갈시키고, 나무의 성장 속도를 급격히 늦춥니다. 그 결과, 잎사귀가 점차 시들어 떨어지고, 그대로 방치되면 결국 나무는 죽게 됩니다.
The life cycle of coconut worms.
코코넛 나무의 부드럽고 은은한 단맛을 지닌 속살인 꾸후즈어(củ hũ dừa)는 사람과 드엉 모두가 좋아하는 별미입니다. 그래서 코코넛 나무에서 자란 드엉즈어는 다른 야자수에서 자란 것보다 훨씬 더 고소하고 풍미가 깊다고 여겨집니다. 전해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드엉즈어는 한때 베트남 벤째(Bến Tre) 지역 주민들이 민망(Emperor Minh Mạng) 황제에게 진상했던 귀한 음식이었다고 합니다. 황제는 이 희귀하고 독특한 별미를 맛본 후 감탄하며, 후에(Huế)의 왕궁 내 Thế Miếu (테미에우) 사원에 있는 끄우딘 (Cửu Đỉnh, The Nine Dynastic Urns)에 드엉즈어의 형상을 새겨 넣도록 명령했다고 합니다.
A royal depiction of đuông dừa on bronzeware. Image via the Hue Monuments Conservation Centre.
드엉즈어 요리 중 가장 유명한 것은 느억맘 소스에 절인 드엉즈어(đuông dừa nước mắm)입니다. 이 요리는 다소 충격적인 비주얼을 자랑합니다. 살아 있는 애벌레들이 달콤하고 새콤한 베트남식 피쉬 소스(느억맘, nước mắm) 속에서 꿈틀거리는 모습을 그대로 볼 수 있습니다. 이 음식을 먹을 때는 애벌레를 통째로 집어 입에 넣고 씹습니다. 그렇게 해야 애벌레 본연의 맛을 가장 깔끔하게 즐길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좀 덜 부담스러운 방법으로는 숯불구이 드엉즈어(đuông dừa nướng)가 있습니다. 살아 있는 애벌레를 대나무 꼬치에 끼운 후, 숯불에서 노릇하게 구워내는 방식으로 조리됩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워 먹기 훨씬 수월합니다. 개인적으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요리는 드엉즈어와 코코넛 밀크를 넣은 죽으로, 메콩 델타 지역에서만 맛볼 수 있는 요리입니다. 이 외에도 볶음 드엉즈어, 드엉즈어 샐러드, 튀김 드엉즈어 등 다양한 조리법이 있습니다.
메콩 델타 지역에서 드엉즈어를 넣어 숙성한 전통주는 아주 희귀한 별미로 여겨집니다. 특히 찹쌀주에 드엉즈어를 넣어 담가둔 술이 인기가 많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드엉즈어를 천천히 씹어 먹어야 그 진한 풍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고 말합니다. 심지어 씹는 동안 꿈틀거리는 느낌을 온전히 즐겨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 과정은 긴장감과 짜릿함을 동시에 느끼게 하는 독특한 미식 경험이라고 합니다.
Đuông dừa is great fodder for southern cooks to exercise their creativity.
베트남뿐만 아니라, 드엉즈어는 동남아시아 여러 나라에서도 인기가 높은 별미입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이를 Sago worms(사고 웜)이라고 부르며, 특히 발리섬에서 튀기거나 스튜에 넣어 먹는 요리가 유명합니다. 태국에서는 드엉즈어를 산업적으로 대량 사육하여, 현지 및 관광객 수요를 맞추고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드엉즈어를 우주비행사를 위한 고영양 식량으로 연구 중이기도 합니다. 고단백, 고지방 함량을 가지고 있으며, 밀폐된 환경에서도 잘 자라기 때문입니다.
Canned coconut worms in Thailand. Photo via Thailand Unique.
미식은 자연과의 균형을 유지하는 선에서 향유되어야 합니다. 아무리 인기 있는 음식이라도 그것이 그 음식을 만들어낸 사람들의 생계를 위협한다면 더 이상 별미가 될 수 없습니다.
예전에는 드엉즈어가 한번씩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특별한 존재였기 때문에 그 명성이 과장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이익을 위해 무분별하게 드엉즈어를 기르는 사람들이 생겨났습니다. 그 결과, 성체 바구미들이 주변환경으로 탈출하여 코코넛 나무를 무차별적으로 파괴하는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한 해의 코코넛 수확이 완전히 망가질 정도로 피해가 심각하고, 심지어 드엉즈어를 판매해서 번 돈으로도 그 손실을 보상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
미식은 자연과의 균형을 유지하는 선에서 향유되어야 합니다. 아무리 인기 있는 음식이라도 그것이 그 음식을 만들어낸 사람들의 생계를 위협한다면 더 이상 별미가 될 수 없습니다.
오늘날, 드엉즈어를 퇴치하는 데 도움이 되는 다양한 화학 약품이 판매되고 있습니다. 벤째(Bến Tre) 당국은 또한 드엉즈어 사육을 금지했습니다. 2022년에 발표된 법령에 따르면, 드엉즈어를 사육, 유통, 판매하는 행위는 300만~1200만 동(VND)의 벌금 대상이 됩니다. 그러나 이 금지 조치는 벤째 지역에서만 시행되며, 베트남의 다른 지역에서는 여전히 드엉즈어 사육이 허용되고 있습니다. 그 결과, 드엉즈어 양식업자들은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여 사업을 확장하고 있으며, 심지어 드엉즈어 사육이 높은 수익성을 갖춘 사업 모델로 여겨지면서 더욱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Đuông rearing in the Red River Delta. Image via Sức Khỏe & Đời Sống.
드엉즈어를 기르는 일은 비교적 간단합니다. 플라스틱 통과 몇 가지 기본적인 도구만 있으면 충분합니다. 코코넛 껍질, 쌀겨, 바나나, 옥수수 가루 같은 간단한 먹이로도 쉽게 성장합니다. 한 달 정도 지나면 충분히 자라 출하할 준비가 됩니다. 드엉즈어가 영양분을 모두 흡수한 후 남은 코코넛 껍질은 유기농 비료로 재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일부 사람들은 드엉즈어 사육이 친환경적이고 순환 경제에 기여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또한, 다른 가축 사육 방식보다 환경 부담이 적다고 평가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재정적 이익이 환경적 위험을 감당할 만큼 충분한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지역 간 협력과 철저한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드엉즈어는 다시 한번 주변환경으로 퍼져나가며 엄청난 피해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이는 코코넛 농장뿐만 아니라 야자수 숲과 야생 식물 생태계까지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로 이어질 것입니다.

제가 처음으로 드엉즈어를 먹어본 것은 할아버지가 마당에서 코코넛 나무를 베어냈을 때였습니다. 할아버지는 나무 줄기에서 기어 나오는 애벌레를 하나하나 집어 들어, 말린 코코넛 잎으로 불을 피워 즉석에서 구워 주었습니다. 저는 제가 그 구운 벌레를 맛보며 처음 느꼈던 두려움과 의외로 맛이 좋아 느꼈던 놀라움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건 정말 맛있지만, 동시에 아주 해로운 존재야."고 할아버지는 말씀하셨습니다. 그 이후, 제 친구들은 드엉즈어의 맛이 어떤지 자주 묻곤 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맛은 훌륭하지만, 언젠가는 사라졌으면 좋겠어." 그래야만 고향의 농부들이 다시는 푸르게 자란 코코넛 나무가 속이 텅 비어 시들어가는 모습을 보지 않아도 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