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공에는 역사를 대표하는 수많은 형태의 매혹적인 건물이 있다. 하지만 근래에 짝퉁 역사적 건물이 들어서면서 사이공의 정체성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건축물은 과거와 현재의 사회적 가치와 열망을 반영한다. 고대 그리스 시대에 신을 위해 지어진 아테네의 신전들이 과거 그리스인의 신에 대한 경외심을 반영하고 있는 것과 같다. 마찬가지로 중세 고딕 양식의 대성당에는 하나님에게 한 걸음 더 나아가고 싶은 열망이 반영되어 있다.
11세기에 지어진 하노이의 못꼿 사원은 당시Ly Thai Tong 천황이 Quan Am(불교의 자비로운 여성상)에 대한 감사의 표현이었다. 이처럼 베트남의 고대 탑과 궁궐은 각 시대의 불교와 유교의 가치를 보여주고 있다.
식민지 시대의 건축물은 종교 숭배를 벗어나 권력과 그들의 문화적 우월성을 상징하고 있다. 프랑스 미학은 식민지 시대의 사이공 건물에 많은 영향을 주었고 건축가들은 프랑스의 이국적 디자인을 자국의 입맛에 맞게 변형하였다.
그러나 20세기 중반, 식민지 시대가 막을 내리면서 건축 양식은 현대적인 성격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농업 시대의 고전적인 양식을 탈피한 새로운 현대주의 건축 양식의 출현은 산업시대와 자본주의가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신호였다.
위에서 보듯이 건축물은 사회적 열망을 반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Ly Thai Tong왕은 불교에 존중을 표하고 싶어했고, 프랑스인은 문화적으로 베트남을 지배하고자 했으며, 20세기의 근대주의자들은 산업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리고 싶어 했다. 건축물은 오래 사용되기 때문에 종종 ‘바램’이 담기게 된다. 그리고 사람들의 ‘바램’이 변해가면서 건축물 형식 또한 끊임없이 변해간다.
그러나 건축물이 과거 형식으로 돌아가게 되면 더 이상 미래 지향적인 포부가 담길 수 없게 된다. 사이공의 짝퉁 식민지 시대 건축물들은 남부 지역의 도시 개발에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Tuoi Tre 의 보도에 의하면 베트남 건설부도 2013년에 ‘정부 기관이 제대로 된 건축 양식을 계승하고, 자연적인 조건, 특징 및 원칙을 준수하며, 지역의 정체성을 보존하기 위한 관습 및 문화에 대한 존경을 나타내도록 요구하는 법령을 발표했다’고 한다. 이 발표문에 의하면 정부 기관이 고전적인 유럽 양식이나 식민지 시대의 건축 양식을 따르지 말아야 함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발표 이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당국은 인쇄 오류를 이유로 결정을 뒤집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해당 기사에 따르면 건축가이자 베트남 건축가 협회의 부의장인 Nguyen Van Tat 은 이에 대해 반대 의견을 지지한다. 그는 “건축물 양식에 대한 제재는 예술적 창의성과 충돌하기 때문에 용납될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베트남인 건축가 Ngo Viet Nam Son의 답변은 신중하다. 그는 “금지령은 프랑스풍 건축 양식을 왜곡하거나 부적절하게 반영하려는 신축 건물에만 적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다”라고 미디어에 밝혔다.
문제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식민지 시대의 건축가는 정확한 비율, 대칭 그리고 당시의 기술을 사용하여 건축하는 규칙과 순서에 대한 교육을 받았다. 그러나 1930년대 이후의 건축가 교육은 이러한 규칙이나 순서와 무관한 모더니즘 건축에 대한 교육이다. 결과적으로 현대 건축가에 의한 식민지 시절의 건축물은 제대로 실행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반영하고 있다.
건축 철학의 충돌 이외에도 오늘날의 짝퉁 식민지 시절 건축물은 다른 문제점도 가지고 있다. 최근에 지어진 몇몇 건물은 고전주의도 아니고 신고전주의도 아닌 형태의 외팔보 양식을 띈다.
또한 디자인이 일관된 스타일을 유지하더라도 1층을 비롯한 건물의 대칭 비율이 올바르지 않은 경우가 많다. 비대칭과 고전적인 무거운 창틀의 부재는 결국 건물의 가치를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그렇다면 왜 이러한 건축물을 짓고 있는가? 일부는 호치민 시민들이 식민지 시대에 대한 향수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개발자가 짝퉁 식민지 시대의 호텔이나 아파트를 설계한다는 것은 수요가 있기 있는 때문이다. 만약 이러한 건축 양식의 호텔이나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없다면 이러한 건물을 짓지 않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건물의 비례나 구성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몰라도 본능적으로 느낄 순 있다. 그리고 미학적인 면을 넘어서 짝퉁 식민지 시절의 건물은 역사와 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불러온다. 식민지 시절 건물의 아름다움을 왜 짝퉁 건물로 희석하는가? 식민지 시대의 아름다운 건축물은 존중 받아야 하며 보존되어야 한다. 그러나 복제될 필요는 없다.
이는 사이공 건축의 미래와도 연결된다. 남부 대도시가 발전하고 있는 이 때에 과거는 지키되 미래와 사회적 열망은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전세계의 역동적인 도시들을 살펴보면 역사적 건물을 보존하면서 활력 넘치는 새로운 건축물을 만들어 내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이와 같은 도시들은 역사적 건축물과 새로운 건축물의 아름다운 조합을 선보인다. 사이공 역시 역동적인 도시 중 하나다. 작년 1월 다보스 포럼에서는 호치민을 세계에서 두번째로 역동적인 도시로 지정했다. 이 도시와 시민들은 미래로 나아가면서 정체성 보호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저자 Mel Schenck는 건축 디자인과 건설 업계에서 45년 일한 경험이 있습니다. 주로 샌프란시스코에서 일했고, 지금은 베트남의 현대 및 역사적 건축물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