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은 곧 역사입니다. 누군가에게 음식은 단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연료에 불과하며, 물 한 모금으로 삼켜버리는 것일 뿐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실제로 설탕, 팜유, 향신료와 같은 음식 재료들은 인간 역사의 흐름을 직접적으로 바꿔놓았을 정도죠. 국가적 차원에서 보면, 우리가 사랑하는 베트남 음식들, 예를 들어 hủ tiếu Nam Vang(후띠에우남방, 쌀국수와 비슷한 남부 베트남 면요리)이나 cà ri gà(까리가, 베트남식 치킨 카레)같은 요리는 베트남의 유구한 역사를 증명하는 생생한 사례들입니다.
사이공이어 역사의 한 조각
2010년대 후반 저에게 사이공에서의 추억을 묻는다면, 이 도시의 유일한 나이지리아 음식점인 Baby African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중학교 시절 학교 바로 앞에 볶음밥이 최고급 메뉴였던 작은 식당, 양으로 승부했던 쌀국수(phở)집, 전 애인과 함께 Lou Reed를 처음 들었던 한국 바 같은 곳과 함께요. 어떤 곳은 영원히 문을 닫았고, 어떤 곳은 미슐랭 가이드에 등재되었으며, 어떤 곳은 수십 년 동안 거의 변하지 않고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저의 20대 초반과 2010년대의 사이공은 이 도시의 유일무이한 Baby African이 선사한 매콤한 밥과 기름진 플랜틴 튀김의 향과 맛으로 채색되어 있습니다.
몇몇 분은 제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눈치 챘을 수도 있겠네요. 2016년, 사이공이어의 전 편집장이자 당시 제 상사였던 분이 작성한 글에서 Baby African을 소개했었습니다. 전 편집장은 당시 상사의 추천으로 이 식당을 알게 되었고, 직접 그 맛을 보기 위해 Gò Vấp까지 멀리 찾아간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사이공이어에서는 bún bò Huế(분보후에, 후에식쌀국수) 가게 주인이 가족의 비법 육수 레시피를 물려받는 것처럼 Baby African에 대한 이야기를 물려줍니다. 전 편집장이 자신의 상사에게서 가족에게나 공유하는 맛집을 전해줬듯이, 제 전 상사는 그저 인터일 뿐이었던 저에게 이 식당의 이야기를 전해 주었습니다. 8년이 지난 지금, 저는 전 상사가 제게 했듯이, 가족에게나 공유하는 이 보석 같은 나이지리아 요리를 모든 이들과 나누어 보고자 합니다.
2016년, 사이공이어와 Baby African의 인연이 시작되었을 때, 이곳은 Gò Vấp의 외딴 지역에 있는 작고 허름한 식당이었습니다. 간판도, 메뉴도, 이 곳의 존재를 알리는 그 어떤 광고도 없었으며, WhatsApp을 통해 아는 사람들끼리만 음식을 주문해서 받는 방식으로 운영되었죠. 여러 해 동안 저는 조용이 식당이 이사하는 걸 놓치지 않고 있었습니다. 몇 번의 장소 이동과 2021년의 혹독한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이 식당은 견뎌냈습니다. 지난해, 새로운 위치를 알리는 페이스북 게시물을 보고, 마침내 저도 직접 이 식당을 찾아가기로 결심했습니다. 택시를 잡아타고 Gò Vấp으로 향하기로 한 것입니다. 이제는 사이공이어의 전통을 이어받아 근무 중에 나이지리아 음식을 과식하고 식곤증에 빠질 때가 된 것입니다.
Gò Vấp에서 아프리카 요리를?
Gò Vấp의 주소 체계로 인해 좀 헤맨 후, 저는 Baby African의 안뜰에 도착했습니다. 그곳에는 "Baby African Restaurant"이라는 반짝이는 빨간 간판과 졸로프 라이스(jollof rice) 사진이 저를 반겨주었습니다. 8년 만의 감격스러운 재회였습니다. 식당 내부는 에어컨이 설치된 아늑한 공간이 되었고, 벽에는 다양한 서아프리카 요리를 소개하는 메뉴가 있었습니다. 한쪽에서 두 명의 아프리카 손님이 붉은색 밥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자리에 앉아 제가 "붉은 머리의 캐나다 여성"이랑 같이 왔었다고 무심코 이야기하자, 식당의 공동 주인 Ngân은 즉시 저를 알아보았고 우리는 지금 보다 작았던 전 식당의 추억을 나누었습니다.
Ngân은 나이지리아인 남편을 둔 자매와 함께 Baby African을 운영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웃을 제외한 베트남 손님은 거의 없지만, 이 식당은 사이공에 사는 나이지리아인, 몇 안 되는 가나인과 케냐인, 그리고 사이공이어 작가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입니다. 한국, 일본, 태국 요리는 각국과 베트남 간의 활발한 문화 교류 덕에 사이공의 모든 곳에서 쉽게 찾을 수 있지만, 아프리카 음식은 그렇지 않습니다. Phạm Ngũ Lão 관광 지구에 있었던 에티오피아 음식점은 아프리카 대륙의 음식을 대표하던 식당이었지만 지금은 문을 닫았습니다. 그러니 Baby African에서 맛볼 수 있는 음식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질 수 밖에요.
저희는 곧바로 주문을 하고 시원한 에어컨 바람 아래에서 몇 분간 여유를 즐겼습니다. 메뉴에는 여전히 제가 가장 좋아하는 치킨과 함께 나오는 졸로프 라이스(jollof rice)가 있었지만, Ngân은 더 다양한 맛을 느낄 수 있도록 소고기와 치킨을 혼합한 메뉴를 추천했습니다. 주방은 다른 방에 있었지만, 손님들은 벽에 설치된 유리창을 통해 음식을 준비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그곳에는 밥 위에 올려질 토핑으로 가득한 접시들이 줄지어 있었습니다. 멀리서 들리는 주방기구 소리를 제외하면, 식사 공간에서는 다른 손님들의 알아듣기 힘든 대화 소리와 벽에 걸린 TV에서 나는 소리가 전부였습니다.
기다리는 동안 Ngân은 에구시(egusi)와 푸푸(fufu)를 조금씩 서비스로 내주었습니다. 그러면서 사진에는 이 요리들이 제일 잘 나올 거 같다고 했는데, 과연 그랬습니다. 서아프리카에서 인기 있는 에구시(egusi)는 호박씨, 말린 생선, 향신료로 만든 스튜로, 단백질과 감칠맛이 풍부하며 칠리의 은은한 매운맛이 더해져 있습니다. 제 입맛에는 에구시(egusi)의 생선 감칠맛이 XO 소스를 연상시켰고, 씨앗의 전분감은 익힌 달걀 같았습니다. 이 강렬한 맛의 조합에 함께 나오는 푸푸(fufu)는 카사바(cassava), 플랜틴(plantain), 코코야마(cocoyam) 등을 으깨 만든 걸쭉하고 전분이 많은 반죽입니다. 우리는 손으로 푸푸(fufu)를 동그랗게 만들어 에구시(egusi)를 찍어 먹었습니다.
졸로프(Jollof)
졸로프 라이스(jollof rice) 한 접시(10만 동)가 테이블 위에 덜컹 소리를 내며 도착했으며, 과연 몇 년 전 기억 속의 풍성한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밥알은 향신료와 잘 익은 토마토 조각으로 덮여 밝은 색감을 띠고 있었습니다. 고추와 카레 가루의 은은한 향이 코끝을 간질였습니다. 그 위에는 황금빛으로 바삭하게 튀긴 작은 닭다리와 튀긴 소고기 조각이 반짝거리고 있었습니다. 접시는 튀긴 플랜틴(plantain) 조각과 넉넉한 양의 코울슬로로 완성되었습니다. 우리의 사진작가는 이를 "아프리카식 cơm gà xối mỡ(껌가쏘이모, 치킨 덮밥)" 같다고 했는데, 이는 재미있으면서도 희한하게 찰떡 같은 표현이었습니다. 하지만 cơm gà xối mỡ(껌가쏘이모, 치킨 덮밥)에서는 밥이 종종 사이드 요소로 치부되기 때문에 덜 익거나 맛이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Baby African에서는 그 반대였습니다. 졸로프 라이스(jollof rice)가 주인공이고 나머지는 단순한 백업일 뿐이었습니다.
우리가 사무실에서 Baby African 음식을 점심으로 주문할 때는 아침은 일부러 굶어야 했는데요, 그 양이 너무 많아서 보통은 한 번에 다 먹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밥이 너무 맛있어서 다 먹어 치우고 싶은 마법 같은 유혹을 동시에 느끼죠. 밥알은 통통하고 향신료로 풍부하게 양념되어 있으며, 플랜틴(planiain)의 약간 달콤한 맛과 어우러져 완벽한 한입을 만들어줍니다. 치킨은 바삭 하지만 딱딱하지 않고, 소고기는 한 입에 씹어 넘기기는 조금 어려울 수 있습니다. 접시의 바닥이 보일 즈음에는 탄수화물에 취하고 추억과 포만감에 젖어, 도심으로 돌아오는 택시 안에서 여러 번 졸았습니다.
졸로프(Jollof)는 서아프리카에서 가장 흔한 요리로, 지역마다 다양한 변형이 존재합니다. 나이지리아와 가나는 이 요리의 기원을 두고 진지한 논쟁을 벌일 만큼 열정적이며, 심지어 국가간 무력충돌로 이어진 적도 있습니다. 졸로프(Jollof)의 핵심은 토마토, 양파, 고추, 향신료로 요리한 길쭉한 쌀이며, 간단한 조리법에도 불구하고 맛은 매우 심오합니다. 저도 집에서 비슷한 버전을 만들어본 적이 있는데, 나름대로 꽤 맛있게 완성되었습니다.
여러분에게 Baby African은 멀리까지 찾아가거나 배달을 시킬 만큼은 아니라고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지만, 저에게는 2010년대 후반 사이공의 역동적이고 다양한 문화나 그 에너지와 동일시됩니다. 오랜 시간 떨어져 있다 보니 이 땅에 대한 소속감을 다시 가지고 도시의 흐름에 탑승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사이공이어에서 일하며 Baby African처럼 독특한 이야기를 가진 사람들이 운영하는 장소를 발견하면서 사이공이 희귀함으로 가득한 놀라운 도시라는 것을 다시 깨닫게 되었습니다. Baby African은 베트남에서 이방인의 것일 수도 있지만,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사이공스러운 것일 수도 있습니다.
Baby African은 오전11시30분부터 오후10시까지 영업합니다.
To sum up:
Taste: 5/5
Price: 4/5
Atmosphere: 4/5
Friendliness: 5/5
Location: 3/5 — The address might look like a hẻm, but the restaurant is actually on a side street facing the canal.
면을 사랑하고, 피끓는 밀레니얼 세대인 Khôi는 음식에 대한 글을 씁니다.
Baby African
965/102/3 Quang Trung, Ward 14, Gò Vấp, HCM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