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원래 식물키우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런데 저조차도 수많은 화분을 판매하는 브언끼엥(vườn kiểng)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은, 사이공 사람들이 식물을 정말 좋아한다는 뜻일 것입니다. 어느 날, 저와 같은 하노이 출신 친구들이 저에게 설날 식물을 사러 가자고 했습니다. “우리 북부 사람들처럼 설날을 보내 보자, 어때?” 그 순간, 저는 마치 떠이호(Tây Hồ)에 있는 꾸앙바 꽃시장(Quảng Bá Flower Market)에 와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베트남의 뗏(Tết, 음력설)에는, 북부 사람들은 호아다오(hoa đào, 복숭아꽃)을 선호하고, 남부 사람들은 호아마이(hoa mai, 살구꽃)로 꾸미길 좋아하는 전통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가족은 금귤나무(꾸얻- quất 또는 딱-tắc)을 좋아합니다. 음력 1월 22일이나 23일이 되면 아버지가 저를 꾸앙바 시장으로 끌고 가서 뗏을 위한 금귤나무를 고르는 일이 연례행사가 되었습니다.
사실 금귤나무는 북부에서 흔한 설날 꾸밈 나무입니다. 제 친구들과 친척들 집에도 적어도 한 그루씩은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금귤나무는 복숭아꽃과 비교하면 조연의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우리 가족은 복숭아꽃만큼, 어쩌면 그보다도 더 귤나무를 소중히 여깁니다. 어머니는 근처 시장에서 꽃을 사도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아빠는 늘 꾸앙바 시장에서 금귤나무를 사야 한다고 고집합니다. 이런 습관은 제게도 자연스럽게 스며들었고, 친구들의 초대를 받아들일 때 저는 미니 금귤나무를 사겠다고 마음을 굳혔습니다. 그렇게 꾸앙바 시장의 전통을 이어가겠다고요.
식물을 파는 곳은 쉽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사이공 7군과 시내를 연결하는 Nguyễn Hữu Thọ거리에 식물원들이 길게 이어져 있기 때문에, 특정한 곳을 찾을 필요도 없이 그냥 그 거리 아무 곳이나 들어가면 됐습니다. 사실 이 방문은 계획적인 것도 아니었습니다. 연말은 늘 정신이 없는데다 이사준비까지 겹쳐서, 다른 볼일을 보러 가는 길에 들리기에 편리한 곳으로 향했죠.
뗏 준비를 하기에는 아직 이른 시기라 금귤나무가 있을까 걱정했지만, 예상과 달리 금귤나무들은 당당히 입구에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마치 손님들을 맞이하는 작은 군대처럼 줄지어 서 있었습니다. 나무들은 무성한 잎과 함께 탐스러운 작은 귤로 장식되어 있었습니다. 귤 하나의 크기는 두 개의 엄지손가락을 맞댄 정도였습니다. 손바닥 안에 들어올 만큼 작지만, 제법 묵직한 느낌이었습니다.
비록 미니 귤나무일지라도, 그 안에는 온전한 하노이 뗏의 분위기가 담겨 있습니다. 북적이는 식물원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뗏 꾸밈을 위한 화분을 고르고 가격을 흥정하는 순간, 저는 제 문화와 전통, 그리고 설날을 맞이하는 공동의 경험과 연결된 느낌이 들었습니다. 제 책상 위에 놓인 이 작은 금귤나무는 단순한 뗏 꾸밈용 화분이 아니라, 저의 뿌리와 전통을 기억하게 해 주는 존재입니다. 삶에 어떤 변화가 찾아오는, 그 자리에 있도록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