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k 푸드 » 음식 문화 » 오피니언: 베트남계 미국인이라는 것을 자랑스럽게 만들어준 앤서니 보데인(Anthony Bourdain)

금요일 밤, 사이공에 도착했을 때 제 휴대폰에는 앤서니 보데인(Anthony Bourdain)의 사망 소식이 트윗, 문자, 뉴스 속보로 뒤섞여 쏟아지고 있었습니다. 셰프에서 여행 프로그램 진행자로 변신한 보데인이 61세의 나이에 스스로 생을 마감한 것으로 보인다는 구체적인 내용이 드러나자, 인터넷에는 슬픔과 충격의 물결이 일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아마도 보데인의 사망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자신이 어디에 있었는지를 정확히 기억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편집자 주: 이 글은 원래 2018년 6월, 앤서니 보데인의 사망 직후에 처음 게재되었습니다.

주말 동안 저는 많은 동료 언론인들이 이 사랑받는 미식계의 록스타이자 많은 이의 친구를 기리는 최고의 글을 쓰고 있는 것을 보며 놀라지 않았습니다. Chefsfeed의 카산드라 리앤드리(Cassandra Leandry)는 “우리 모두가 보데인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고 썼고, 이는 뉴요커의 헬렌 로스너(Helen Rosner), Food & Wine의 캣 킨스먼(Kat Kinsman), 그리고 Saigoneer의 마이크 타타르스키(Mike Tatarski) 등 많은 매체에서 올라온 감동적인 개인적인 일화와 추억을 반영한 추모 기사들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로스너는 이렇게 회상했습니다. “보데인은 마치 형제 같고, 멋진 삼촌 같고, 믿기지 않을 만큼 쿨한 아빠 같았어요 — 진짜 같고 똑똑한 친구가 어느 날 술집에서 맥주 마시고 나오다 카메라 앞에 섰고, 그냥 거기에 남기로 한 것 같은 느낌이었죠.”

1군에 있는 한 바에서 현지인들과 함께 보데인을 위해 건배를 하면서, 저는 그가 고급 음식 잡지나 미식 레스토랑과 같은 범접하기 어려운 세계를 넘어 흔한 식당과 일상적인 요리에까지 얼마나 멀리 도달했는지 떠올랐습니다. 베트남에 대한 그의 특별한 애정은 이미 잘 알려져 있었고, 이는 여기서 살아가는 사람들뿐 아니라 해외에서 태어난 베트남인들에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 그러니까, 도시락을 싸 갔을 때 “냄새난다”고 놀림 받고, TV에서는 우리와 같은 얼굴을 찾아볼 수 없었던 그런 우리들에게 말입니다. 우리에게 보데인의 베트남에 대한 열정과 그것을 세상과 나누고자 했던 바람은 우리가 베트남인이라는 사실을 조금 더 편하게 받아들이게 만들어주었습니다.

어릴 적 저는 종종 친구들에게 베트남계 미국인이라는 게 어떤 의미인지 설명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 그들 대부분은 역사 시간에 배운 베트남 전쟁이라는 부분 외에는 베트남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래서 보데인의 No Reservations가 2005년 트래블 채널에서 방영되며 베트남을 배경으로 한 세 편의 에피소드를 내보냈을 때, 그는 베트남이라는 나라에 대해 새로운 이야깃거리를 불러일으켰습니다.

“그곳은 신비롭고, 아름답고, 알 수 없는 곳입니다. 제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 중 하나입니다.” 그는 초기 에피소드에서 베트남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베트남은 거의 모든 문화적 요소 — 종교, 정부, 음식 — 가 역사 속에서 외세의 영향을 받은 교차로라고 할 수 있는 곳입니다. 하지만 이 모든 요소들의 단순한 합 이상으로 독특한 정체성을 지니고 있는 곳입니다. 요리에 있어 어떤 거리낌도 없고, 강력한 내면의 정체성으로 끝없는 환대를 보여줍니다. 세상에 이런 곳은 또 없습니다.”

A rare footage of an interview with Anthony Bourdain in which he explained his connection with Vietnam. Video via YouTube user myviewz.

보데인은 이후 여러 차례 베트남을 다시 방문했고, 2013년부터 CNN에서 진행한 두 번째 시리즈 Parts Unknown에서도 여러 에피소드를 베트남에서 촬영했습니다. 이 방문 중 가장 유명한 장면은 2016년, 보데인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함께 전설적인 분짜(bún chả) 한 그릇을 나누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가 베트남을 자주 소개할수록, 팬들은 베트남을 방문해 그의 열정을 공유하게 되었습니다. 더 이상 사람들은 우리가 피시소스를 넣고 요리한다고 얼굴을 찡그리지 않았습니다 — 사실 저는 요즘 베트남 음식 관련 글을 많이 쓰게 된 것도 어느 정도 보데인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는 사람들에게 분보후에(bún bò Huế) 한 그릇을 먹으러 비행기표를 사고 싶게 만든 것 이상의 역할을 했습니다. 보데인의 진지하고 표현력 넘치는 열정은 우리가 타문화를 더 깊고 세밀하게 경험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자신의 뿌리와 다시 연결되도록 만들어주었습니다. 그는 베트남 쌀국수에 대해 “이런 음식을 만들어낼 수 있는 나라라면 초강대국이죠, 제 기준에서는요”라고 했고, 냄새에 대해서는 “오토바이 매연, 피시소스, 향, 멀리서 나는 무언가의 냄새 — 저게 숯불에 굽는 돼지고기인가요?”라고 묘사했으며, 오토바이에 대해서는 “신비롭고, 스릴 넘치며, 아름다운 안무”라고 표현했습니다. 그의 이런 묘사는 제가 베트남이라는 나라의 본질을 전혀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만들었습니다.

저는 모든 베트남계 미국인을 대표할 수 없고 그러고 싶지도 않지만, 제가 말할 수 있는 것은 보데인이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 정말 사랑 받는 인물이었다는 것입니다 — 고국을 떠난 세대에게는 그 나라에 대한 열정을 다시 불러일으켰고,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다고 느꼈던 젊은 1세대에게도 말을 걸어준 사람이었습니다.

Parts Unknown의 베트남 편이 방영되었을 때, 우리는 신이 나서 그 영상 클립을 공유하고 나눴습니다. 심지어 베트남에 대한 기억이 더 복잡하고 아픈 큰아버지, 큰어머니와 같은 어르신들조차 떠나온 고향에 대한 커지는 관심을 기꺼이 받아들였습니다. 제가 처음 음식 관련 글을 쓰게 되었을 때, 그분들은 “보데인 같은 작가가 되길 바란다!”며 축하해주셨습니다. 그리고 그의 사망 소식이 전해졌을 때, 많은 베트남계 미국인 친구들과 가족들이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에 보데인이 자신들의 음식과 문화에 자부심을 느끼게 해주었다고 적었습니다.

보데인은 자신이 사람들에게, 특히 미디어의 조명을 받지 못했던 이들에게 끼친 영향에 대해 알고 있었습니다. 그는 2017년 Roads & Kingdoms와의 인터뷰에서 오바마와 저녁 식사를 했던 후 하노이 사람들의 반응을 이렇게 전했습니다:

“사람들이 손가락으로 저를 가리키며 ‘분짜 아저씨! 분짜 아저씨!(Mr. Bún Chả! Mr. Bún Chả!)’ 하고 말하면서 울었어요. 눈물을 터뜨리며 더듬거리는 영어로 말하려 했어요. 미국 대통령이 쌀국수도 아니고, 스프링롤도 아니고, 멋진 퓨전 레스토랑도 아닌, 바로 그들 동네에 있는 이 식당에서 분짜를 먹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고요. 병맥주로 하노이 맥주를 마시며 그들의 음식, 그들만의 것을 먹었다는 사실에 너무 자랑스러워하고, 놀라워했어요.”

많은 소수 민족 집단들이 보데인 덕에 연대했습니다. 아프리카계 미국인 음식 작가 마이클 트위티(Michael Twitty)는 트위터에 “보데인은 아프리카를 문명의 요람이라 불렀고, 아이티(Haiti)에 카메라를 비추며, 스눕(Snoop)과 함께 빈민가를 기렸고, 오바마와 함께 식사를 나눴다”고 썼습니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의 구스타보 아레야노(Gustavo Arellano)는 보데인을 “주목받지 못한 라틴 사람들의 영원한 친구”라고 불렀습니다. 그리고 Parts Unknown의 휴스턴 편은 다시 한 번 고국을 떠난 베트남 사람들을 찾아 멕시코만 연안에서 우리가 자랄 때 먹던 베트남-케이준식 가재 요리를 조명했습니다. 그러나 전 세계 이민자 및 소수 민족 음식 문화를 다루는데 있어 보데인의 접근이 특별했던 이유는, 그가 보여준 존중과 공감이었습니다. 그는 결코 ‘이국적인’ 요리를 발견하려 하지 않았고, 대신 사람들과 음식에 대해 솔직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우리는 종종 보데인이 어디를 여행할지 알려주었다고 말하지만, 그는 그 이상을 했습니다. 그는 여행 방식 자체를 바꿔놓은 지혜를 남겼습니다. 여행은 항상 화려하지 않으며, 가장 깊은 우정은 플라스틱 의자에서 나누는 값싼 한 끼 식사에서 태어날 수 있고, 평생 기억에 남는 장소는 종종 한 번도 가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곳일 수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그는 우리에게 세상을 발견하라고, 그리고 그 안에서 우리 자신의 위치를 받아들이라고 영감을 주었습니다 — 주저함 없이 말입니다.

댄 큐. 다오(Dan Q. Dao) 는 뉴욕에 사는 베트남계 미국인으로 음식과 여행에 관한 글을 씁니다.

[Top photo by David Scott Holloway via Travel + Leisure]


Related Articles

- 음식 문화

설탕, 얼음, 그리고 달콤한 추억: 메콩 델타의 ‘짜 다 드엉’을 향한 사랑

이 글은 사이공이어 베트남어판(Sài·gòn·eer)에 처음 게재되었습니다.  베트남 남서부 미엔떠이(Miền Tây) 지역의 달콤한 차 한 통은 마치 배를 타고 도시의 피로를 뒤로한 채, 메콩 델타의 운하 사이로 펼쳐진 고향의 추억 속으로 돌아가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합니다.

- 음식 문화

베트남 커피 입문자를 위한 필수 커피 5종

커피로 유명한 나라를 꼽을 때 베트남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베트남 커피’란 정확히 무엇일까요? 크게 보면 베트남 커피에는 두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첫째, 베트남 커피는 전 세계 커피 생산량의 60%를 차지하는 아라비카(arabica) 원두 대신 로부스타(robusta) 원두를 사용합니다. 로부스타 원두는 일반적으로 아라비카 원두보다 쓴맛이 강하...

- 음식 문화

베트남 쌀국수, 북부식 퍼와 남부식 퍼, 무엇이 다를까?

베트남을 대표하는 음식인 퍼보(phở bò)에도 지역에 따라 다른 스타일이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퍼보는 크게 북부식과 남부식으로 나뉘는데, 두 스타일은 육수의 맛부터 함께 곁들이는 재료까지 여러 면에서 차이를 보입니다.

- 스폰서 게시물

La Petite Ecole(라 쁘띠 에꼴): 프랑스어를 넘어서는 프랑스 교육과정의 깊이

많은 사람들은 라 쁘띠 에꼴 호치민 (La Petite Ecole Ho Chi Minh)이 프랑스 학교라고 들으면 단순히 프랑스어를 가르치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것도 사실이지만 그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이 학교는 유치원부터 초등 과정(1~11세)까지 프랑스어와 영어로 학생들을 교육하는 이중언어 학교이며, 프랑스 교육부가 정한 프랑스 국가 교육과...

- 제휴 컨텐츠

BVIS 동문 스토리: 정체성이 이끄는 학생들의 글로벌한 성장

2014년 첫 졸업생들이 세상으로 힘차게 나아간 이후, British Vietnamese International School Ho Chi Minh City (BVIS HCMC)는 지금까지 530명 이상의 졸업생들이 다양하고 상호 연결된 글로벌 사회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든든한 출발점이 되어 왔습니다. BVIS는 영국 국가 교육과정의 엄격한 학문적 기준과 ...

- 제휴 컨텐츠

바다를 살아가는 공간: 인터컨티넨탈 레지던스 나트랑 (InterContinental Residences Nha Trang)

Trần Phú 거리의 활기와 바다의 고요함 사이에는, 바다가 마치 내 집이 된 듯한 느낌이 드는 공간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제휴 컨텐츠

- 스폰서 게시물

한 사회적 기업이 Tra Vinh의 맹그로브를 돌보는 방식

’나무’라는 키워드를 생각하면 어떤 나무가 떠오르는가? 우리는 보통 튼튼한 삼나무, 살랑거리는 버드나무나 견고한 소나무를 떠올리지, 진흙 투성이의 맹그로브는 머릿속에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 제휴 컨텐츠

인터컨티넨탈 푸꾸옥의 디자인과 엔터테인먼트로 완성된 별빛 일몰

태양이 부드러운 분홍색, 빨간색, 오렌지색으로 하늘을 찌르는 희미한 파도 밑으로 미끄러지면, 오징어 배의 녹색 등이 깜박이며 마치 바다가 말할 수 없는 것을 표현하려고 하는 것 같다.

- 제휴 컨텐츠

Angsana Lăng Cô, 해변에서 보내는 휴가의 기준을 세우다

잔잔한 파도와 황금빛 모래 위로 부드러운 바람이 스쳐 지나가고, 햇살을 받으며 다른 이의 방해 없이 여유를 즐길 수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넉넉한 공간에서 누릴 수 있는 프라이빗 비치는 많은 이들이 꿈꾸는 이상적인 휴가지입니다. Angsan...

- 제휴 컨텐츠

“새로운 그러나 모던하지 않은”: 역사적인 카라벨(Caravelle)은 재건된 오페라 윙을 선보일 준비를 한다.

카라벨 사이공(Caravelle Saigon)은 약 60년의 역사를 지닌 호텔로 1군의 중심부에 자리잡고 있다. 카라벨 사이공은 1998년에 도시의 스카이라인에 데뷔했다. 당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24층 높이의 건물이었다.

- 제휴 컨텐츠

베트남이 최첨단 치과용 장비를 맞이한다.

나는 내 뇌를 봤다. 치과에 방문해서 치과에 방문했을 뿐인데 뇌를 보게 될 줄이야.

- 스폰서 게시물

푸꿕(Phu Quoc)에서 경험하는 식민지 시절의 호화로움

세라믹 타일 위를 걸으며 부드러운 파도 소리와 함께 해변이 내려다보이는 발코니로 내려갈 때 지나치는 래커화 및 식민지 시대의 우아하고 세련된 가구들은 과거 목가적인 시대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 들게 만든다.

- 제휴 컨텐츠

버터숙성법: 새로운 소고기 숙성법이 사이공을 강타하다.

필자는 앞으로 두 달 동안은 스테이크를 먹을 수 없을 것 같다. 적어도 Level 23 Signature 레스토랑의 안심 스테이크 맛이 기억에서 사라지기 전까지는 말이다.

- 스폰서 게시물

Gin on 8의 우아한 인도차이나 이야기

“MIA는 고급스럽고, 화려하며, 우아한 여성입니다”라고 Linton Borthwick 총지배인이 묘사했다. 부티크 호텔의 우아한 루프탑바에는 섬세한 여성스러움이 가미되어있었다. 

- 탐색

추석, 월병의 중요성과 진화

Tết Trung Thu(추석)의 기원은 대부분의 명절과 마찬가지로 신화와 불확실성으로 흐려져 있다. 

- 스폰서 게시물

당신에게 필요한 단 한 켤레의 신발

현대의 베트남스러운 미학이란 무엇일까?

- 제휴 컨텐츠

베트남 최초의 미쉐린 그린 스타 레스토랑과 핑크 펄 레스토랑이 함께 보여줄 미식계의 지속 가능성

가장 오랫동안 우리의 외식 문화의 트렌드 자리를 지켜 온 것으로 전통 프랑스 요리를 꼽는다면, 가장 선도적인 외식 트렌드로는 미식계에도 등장한 지속 가능성을 꼽을 수 있겠습니다. 다가오는 12월 15일, 푸꾸옥(Phú Quốc)의 핑크 펄 레스토랑과 ...

- 제휴 컨텐츠

셰라톤 그랜드 다낭 리조트의 여러가지 여가 활동과 함께 중앙 베트남을 탐험할 수 있다.

다낭이 베트남에서 가장 좋은 여행지 중 하나라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