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을 대표하는 음식인 퍼보(phở bò)에도 지역에 따라 다른 스타일이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퍼보는 크게 북부식과 남부식으로 나뉘는데, 두 스타일은 육수의 맛부터 함께 곁들이는 재료까지 여러 면에서 차이를 보입니다.
먼저 북부식 퍼는 육수가 담백하고 맑은 편입니다. 여러 가지 소스나 재료를 많이 더하기보다는, 오래 끓여 낸 육수 본연의 맛을 즐기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그럼으로 전체적인 구성도 비교적 단순합니다. 면과 육수에 파, 고수, 고추, 라임 등을 곁들여 먹고, 북부식 퍼 전문점에서는 절인 마늘을 함께 내는 경우도 많습니다.
북부식 퍼에서는 숙주나 다양한 허브가 가득 담긴 큰 접시를 보기 어렵습니다. 대신 ‘꽈이(quẩy)’라고 불리는 베트남식 튀김빵을 곁들여 먹는 경우가 많습니다. 꽈이를 뜨거운 퍼 국물에 살짝 담가 먹으면 튀김빵이 육수를 머금어 고소하고 부드러운 맛을 냅니다. 이 조합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반면 남부식 퍼는 훨씬 더 풍성하고 다채로운 느낌이 강합니다. 육수는 북부식보다 진하고, 단맛도 더 강한 편입니다. 이 단맛은 주로 육수에 넣어 녹이는 얼음설탕(rock sugar)에서 나옵니다.
남부식 퍼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함께 제공되는 숙주와 허브 접시입니다. 보통 숙주, 타이 바질, 쿨란트로 같은 허브가 따로 나오며, 손님은 자신의 취향에 따라 원하는 만큼 국수에 넣어 먹을 수 있습니다. 여기에 호이신 소스나 칠리소스를 더해 즐기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면의 굵기도 두 스타일을 구분하는 요소로 언급되곤 합니다. 일반적으로 남부식 퍼에 쓰이는 면이 북부식 퍼의 면보다 조금 더 굵은 경향이 있습니다.
결국 북부식 퍼와 남부식 퍼의 가장 큰 차이는 육수의 성격과 재료를 더해 먹는 방식에 있습니다. 그 차이를 이해하는 한 가지 방법은 북부식 퍼를 평양냉면에 비유해 보는 것입니다. 여러 양념을 더하기보다 맑고 담백한 육수의 섬세한 맛을 느끼는 음식이라는 점에서 비슷한 면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두 스타일 가운데 어떤 퍼가 ‘원조’일까요?
역사학자들은 오늘날 우리가 퍼라고 부르는 음식이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사이 베트남 북부에서 처음 등장했다는 데 대체로 동의합니다. 하노의 남쪽에 위치한 남딘(Nam Định)은 퍼가 처음 탄생한 지역으로 자주 언급되고, 하노이는 퍼가 도시의 길거리 음식으로 널리 퍼지고 대중화된 곳으로 평가됩니다.
퍼의 기원에 대해서는 크게 두 가지 설이 있습니다. 하나는 퍼가 물소 고기를 넣은 중국식 국수 요리인 ‘응우 녁 펀(ngưu nhục phấn)’에서 유래했다는 주장입니다. 다른 하나는 소고기를 오랫동안 끓여 만드는 프랑스 전통 요리 ‘포토푀(pot-au-feu)’의 영향을 받았다는 설명입니다.
다만 퍼가 처음 만들어졌던 시기의 기록이 충분히 남아 있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기원을 하나로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1954년 제네바 회담 이후 베트남이 남북으로 분단되면서, 북부에서 남부로 이주한 사람들을 통해 퍼가 남부 지역에도 전해졌습니다. 이후 퍼는 남부 지역의 식재료와 입맛에 맞게 조금씩 변했고, 그 결과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남부식 퍼가 탄생했습니다.
오늘날 퍼는 베트남뿐 아니라 세계 여러 지역에서 사랑받는 음식이 되었습니다. 북부식 퍼와 남부식 퍼의 차이를 알고 나면 자신이 어떤 스타일을 더 좋아하는지도 더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차이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퍼라는 음식을 조금 더 깊이 즐기고 감상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