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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얼음, 그리고 달콤한 추억: 메콩 델타의 ‘짜 다 드엉’을 향한 사랑

[이 글은 사이공이어 베트남어판(Sài·gòn·eer)에 처음 게재되었습니다.] 

베트남 남서부 미엔떠이(Miền Tây) 지역의 달콤한 차 한 통은 마치 배를 타고 도시의 피로를 뒤로한 채, 메콩 델타의 운하 사이로 펼쳐진 고향의 추억 속으로 돌아가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합니다.

무더운 한낮입니다. 저는 오후 보충 수업에 가기 위해 교복을 찾아 입고 가방을 챙기느라 분주합니다. 점심시간마다 낮잠을 자는 습관 때문에 수업에 늦을 뻔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앞마당에 세워둔 혼다 오토바이로 서둘러 가보니, 어머니가 이미 익숙한 플라스틱 통을 오토바이 옆에 걸어두셨습니다. 어머니는 마치 순간이동이라도 한 듯 제 뒤에 나타나 평소처럼 늑장을 부리는 저를 타박하셨습니다. “넌 잠이 너무 많아. 수업에 가서도 졸면서 마시라고 짜 다 드엉을 만들어 뒀어!”

그렇게 ‘짜 다 드엉(trà đá đường)’ 한 통은 무덥고 습한 교실에서 제 갈증을 달래주었고, 쉬는 시간에 TV를 보며 한 모금씩 마실 때면 나른함을 달래주곤 했습니다. 친구들과 길거리 카페에서 어울릴 때도 제가 늘 주문하는 음료였습니다.

‘짜 다 드엉’은 말 그대로 차와 얼음, 설탕으로 만든 음료입니다. 사진 출처: Đồng Tháp Mười.

이 추억들을 글로 옮기면서 저는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제 계획을 말씀드렸습니다. 어머니가 만들어 주시던 짜 다 드엉, 카페에서 주문해 마시던 차, 그리고 무엇보다 고향의 친숙한 달콤한 차에 관해 글을 쓰고 싶다고 했습니다. 어머니는 영상통화 화면 속 저를 보며 웃으셨습니다. “아이고, 짜 다 드엉에 대해 쓸 게 뭐가 있다고?”

곰곰이 생각해 보니 어머니의 말씀도 이해가 갔습니다. ‘짜 다 드엉’은 메콩 델타 주민들의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음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목이 마를 때나 피곤할 때, 입맛이 없을 때 등 일상의 곳곳에서 이 음료를 만날 수 있습니다. 너무나 당연한 일상의 일부가 된 나머지, 딱히 이야기할 거리조차 없어 보일 정도입니다.

이름만큼이나 단순한 음료

짜 다 드엉은 이름만 봐도 어떤 음료인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말 그대로 짜(trà, 차), 다(đá, 얼음), 드엉(đường, 설탕)으로 만든 음료입니다. 하지만 일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저 평범한 달콤한 차는 아닙니다. 정해진 조리법은 없지만,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찻잎을 아주 진하게 우려내 특유의 향과 떫은맛이 강한 차를 만드는 것입니다. 그런 다음 설탕을 듬뿍 넣습니다. 설탕이 들어가는 양에 놀랄 수도 있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잘게 부순 얼음을 넉넉히 넣기 때문입니다. 메콩 델타의 찌는 듯한 더위 속에서 얼음이 금세 녹으면서 차의 지나친 단맛을 적당히 희석해 줍니다.

전형적인 짜 다 드엉 한 통. 사진 출처: Măm Măm Sài Gòn.

짜 다 드엉을 마시는 데는 정해진 방법이나 규칙이 없습니다. 조금씩 홀짝여도 되고, 숟가락으로 떠먹거나 빨대로 소리를 내며 후루룩 마셔도 됩니다. 목이 몹시 마를 때는 통 입구에 티스푼 손잡이를 걸쳐 얼음이 쏟아지지 않도록 한 뒤, 차를 단숨에 들이켜도 됩니다. 굳이 식탁에 앉거나 특별한 날을 기다릴 필요도 없습니다. 달콤한 차는 언제 어디서든 나타나 목마른 사람의 갈증을 시원하게 풀어주는 제 역할을 톡톡히 해냅니다.

제 생각에 좋은 ‘짜 다 드엉’은 진한 차 특유의 은은한 쓴맛과 떫은맛이 먼저 느껴지고, 그 뒤로 설탕의 단맛이 이어져야 합니다. 한 모금 마시면 차에서 풍기는 은은한 풀 향은 물론, 잘게 부순 얼음이 아삭하게 씹히는 식감과 미처 녹지 않은 설탕 알갱이까지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물론 이는 지금까지 제가 마셔본 최고의 차를 기준으로 한 개인적인 취향일 뿐입니다. 집집마다, 카페마다, 사람마다 저마다의 기준이 있을 것입니다. 어떤 사람은 단맛을 최소화한 아주 진한 차를 좋아하는 반면, 어떤 사람은 양을 늘리려고 물을 섞어 차를 희석하기도 합니다. 우리 가족은 티엔흐엉(Thiên Hương) 9호 브랜드의 목꺼우(móc câu) 차만 사용하지만, 제 친구는 타이응우옌(Thái Nguyên)산 재스민 차만 고집합니다.

단맛을 사랑하는 메콩 델타 사람들의 ‘짜 다 드엉’

그렇다고 메콩 델타의 모든 가정이 이 차를 좋아하는 것은 아닙니다. 고등학교 시절 한 친구는 부모님이 당뇨병을 지나치게 걱정하셔서 집에서 짜 다 드엉을 마시지 못하게 한다며 제게 불평하곤 했습니다. 친구의 부모님은 이 차를 너무 많이 마시면 밤에 침대까지 개미가 찾아올 거라며 겁을 주셨다고 합니다.

집집마다 다양한 현지 브랜드의 찻잎을 섞어 자신만의 차를 만들어 마십니다. 사진 출처: Tạp Hóa Tá Lả Miền Tây.

그 이야기를 듣고 저는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제가 수업 시간에 가져온 차를 벌컥벌컥 마실 때마다 친구가 부러운 듯 바라보던 눈빛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가끔 저는 친구에게 이렇게 말하곤 했습니다. “너희 어머니는 걱정이 너무 많으신 것 같아. 너희 집에서 점심을 먹어봤는데 모든 음식이 달더라. 우리는 단맛 없이는 못 살 것 같아.”

우리는 무심코 던진 그 말에 담긴 진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설탕이 없으면 우리 입맛은 좀처럼 만족하지 못할 테니까요. 피시소스를 듬뿍 넣어 짭짤하게 조린 돼지고기 후추조림도 설탕이 없다면 먹음직스러운 윤기가 나지 않을 것입니다. 돼지갈비 덮밥인 ‘껌땀스언(cơm tấm sườn)’ 한 접시에도 걸쭉하고 달콤한 베트남식 소스 ‘느억쩜(nước chấm)’이 빠질 수 없습니다. ‘짜 다 드엉’은 베트남 남부 사람들이 일상에 단맛을 더하는 수많은 방법 중 하나일 뿐입니다.

많은 사람이 ‘짜 다 드엉’을 갈증을 해소하는 기본 음료로 여깁니다. 저는 아직 하루에 한 통씩 마실 정도는 아니지만, 그렇게 마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 어디를 가든, 어떤 음식을 먹든 그들의 곁에는 반드시 ‘짜 다 드엉’이 있어야 합니다. 저에게 매일 꼭 마셔야 하는 음료는 아니지만, 며칠 동안 마시지 않으면 문득 생각이 납니다.

제가 가져온 차를 한 번 맛본 뒤로 그 친구는 수업에 올 때마다 차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머니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물병에 남은 차 자국을 지우느라 애쓰는 친구의 모습을 보면서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미엔떠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제 친구까지 몰래 마시게 만든 이 중독성 강한 음료는 도대체 누가 처음 만들었을까요?

소셜미디어에서 화제가 된 차를 섞어 만드는 방법. 이미지 출처: @nguyenthithaoquyen97.

할머니 말씀에 따르면 1930~1940년대, 할머니 세대가 살던 시절부터 메콩 델타에는 이미 ‘짜 다 드엉’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 기원을 확인할 만한 문헌 기록은 없습니다. 다만 설탕이 풍부해 거의 모든 음식에 설탕을 넣는 이 지역에서 아이스티라고 예외였을 리 없다는 것이 제 개인적인 추측입니다.

제가 사는 지역의 어르신들은 ‘짜 다 드엉’을 기운을 북돋아 주는 음료로 여깁니다. 한 모금만 마셔도 금세 기운이 나고 정신이 맑아진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습니다. 차에는 카페인이 들어 있고 설탕은 몸에서 에너지원으로 쓰이니, ‘짜 다 드엉’은 시골에서 가장 저렴한 에너지 음료인 셈입니다. 한번 상상해 보세요. 밭에서 온종일 고된 일을 마친 뒤 그늘진 곳에 앉아 차갑고 상쾌한 차를 한 모금 들이키는 모습을 말입니다. 어쩌면 고된 농사일의 피로를 잠시나마 잊게 해준다는 점이 ‘짜 다 드엉’이 처음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유였을지도 모릅니다.

 

메콩 델타의 대표적인 에너지 음료.

오늘날 ‘짜 다 드엉’은 농부들뿐 아니라 해먹 카페인 ‘까페봉(cà phê võng)’을 찾는 손님들, 방과 후 낮잠을 자는 아이들, 시장 상인들, 쉬는 시간의 나룻배 직원들, 교차로에서 손님을 기다리는 오토바이 택시 ‘쎄옴(xe ôm)’ 기사들에게도 사랑받고 있습니다. 그들의 곁에는 언제나 짜 다 드엉 한 통이 놓여 있습니다.

이제는 도시에 살다 보니 ‘차’라는 말을 들으면 밀크티가 먼저 떠오르곤 합니다. 밀크티 역시 지금 제 일상에서 친숙한 음료가 되었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여전히 어머니가 학교에 가져가라며 만들어 주셨던 짜 다 드엉 한 통에 대한 그리움이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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