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잠에서 갑자기 깨어 어머니가 보이지 않으면 눈물을 터뜨린 밤이 있었습니다. 어머니가 너무 보고 싶고 어머니 손길 그리웠기 때문입니다. 어느 날 밤에는 침대 밑으로 기어들어가 어머니를 당장 데려오라고 떼를 썼습니다. 아버지와 형은 분리에우(Bún Riêu)를 팔러 나간 어머니가 곧 돌아올 것이라고 말해주었지만, 네 살짜리 아이의 마음에는 어머니가 무슨 국수를 어디서 파는지는 상관이 없었습니다. 그저 언제 어머니가 돌아올 지가 중요했습니다. 그 당시 저는 어머니의 분리에우를 먹어본 기억이 없습니다.
집에서 보낸 17년 동안 어머니께서 해주신 수많은 국수 요리 중, 저는 분리에우만은 한사코 먹지 않았습니다. 국물의 핏기 같은 색과 그릇 한가운데 놓인 거대한 돼지 족발이 너무 부담스러워 보여서, 분리에우를 마주하면 식욕이 사라지곤 했습니다.
이후 저는 대학 진학을 위해 고향을 떠나 사이공으로 왔습니다. 캠퍼스 근처 작은 골목들을 돌다가, 7군 Nguyễn Thị Thập 거리에 자리한 주인장의 이름을 딴 'Thắm(탐)'이라는 소박한 국수 가판대를 발견했습니다. 이곳은 메콩 델타, 제가 태어나고 자란 소박한 동네이자, 이제는 다시 찾기 힘든 고향의 맛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사이공의 땅거미가 지기 시작하는 매일 오후 5시부터 7시까지, 분리에우 국수 가판대는 인근 골목 한쪽에 오토바이들이 지나다닐 수 있도록 길을 낸 후 다른 한쪽 공간에 자리를 잡고 손님을 받습니다. 그러다 저녁 7시에서 8시 사이, 옆 가전제품 가게가 문을 닫고 넓은 앞마당이 열리면, 가판대를 그 공간으로 이동해, 탁자와 의자들을 펼쳐 누구든지 뜨끈한 분리에우 한 그릇을 즐길 수 있는 야외 식당으로 탈바꿈 했습니다.


마지막 분리에우를 먹은 지 1~2개월이 지나 다시 가판대를 찾았습니다. 전자제품 가게가 영업중이던 저녁 7시였기 때문에 가판대는 골목 어딘가 ‘대기 중’이어야 했습니다. 그러다, 이제 Thắm의 분리에우가 더 이상 골목 가판대가 아닌, 작고 소박하지만 자신만의 점포를 찾았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낮 시간 동안은 이곳에서 영업을 하는데, 밤에 자리를 잡던 곳에서 100미터도 채 떨어지지 않은 거리였습니다. 우리는 이곳에서 진짜 분리에우 한 그릇을 맛보았습니다.
저는 돼지 족발을 제외한 모든 토핑을 올려 주문했지만, 족발을 좋아하는 손님이라면 돼지 족발을 추가할 수 있습니다. 손님들은 음식의 조화와 절제된 구성미를 한눈에 느낄 수 있습니다. 하얀 국수 가닥이 풍성한 토핑 아래에서 고개를 내밀고 있으며, 주황빛 국물은 비집고 나올 틈도 없습니다.


그릇 전체에 걸쳐 얇게 썬 돼지고기, 짜건(chả gân, 힘줄 소시지), 게살 케이크, 튀긴 두부가 층을 이루며 분리에우 특유의 붉은 국물에 잠겨 있습니다. 공심채(모닝글로리)의 초록빛이 색의 포인트가 되어줍니다. 마지막으로, 많은 분리에우 애호가들이 손꼽는 필수 재료인 게살 미트로프가 한 켠에 큼직하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손님들은 새우젓, 설탕, 금귤즙을 입맛대로 섞어 토핑을 찍어 먹을 소스를 만들어 먹습니다
메콩 지역 사람들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조미료의 종류가 다양하고 양이 많기로 유명합니다. 이로 인해 메콩 지역 요리 특유의 복합적이고 부드러운 맛 조합이 탄생합니다. Thắm의 분리에우 또한 이 같은 양념 철학의 영향을 받아, 북부 지역 분리에우와는 다른 자신만의 맛을 만들어냈습니다.


국물에서는 뼈에서 우러났거나 첨가된 MSG에서 나오는 감칠맛이 느껴집니다. 부드러운 쌀국수, 돼지고기의 식감, 게살 케이크의 아삭함, 국물을 머금은 부드러운 두부 조각까지 모두 즐길 수 있습니다. 특히 게살 미트로프를 한입 베어 물면, 땅게(field crab)와 달걀에서 나오는 풍부하고 고소한 맛이 부드럽게 어우러진 것을 즉시 느낄 수 있습니다. 메콩 스타일 분리에우는 달콤 짭짤한 맛이 특징인데 여기에 입맛에 따라 금귤즙으로 상큼한 신맛을 추가할 수 있습니다.
Thắm’의 분리에우는 메콩 지역의 맛과 매우 닮아서, 비록 고향에서 17년 동안 단 한 번도 분리에우를 먹어본 적이 없던 저이지만, 사이공에서 처음 먹은 국수 한 그릇에서 왠지 모를 친숙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마치 전혀 다른 나라를 여행 중 어느 한 구석에 앉아 있다가, 바로 옆 자리에서 고향 사투리로 말을 거는 동향 사람을 만난 듯한 느낌입니다. 너무 익숙해서 눈물이 핑 돌 정도였습니다.
5년 동안 7군에서 공부하고 일하며 지내는 동안 이곳은 저에게 낯설면서도 익숙한 공간이 되었습니다. 그러다 길거리에서 먹는 남서부식 분리에우 한 그릇은 음식 그 자체만으로 고향을 그리워하게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여기저기서 들리는 서빙 직원들의 억양, 손님들이 주문하는 방식, 단골들과 농담을 주고받는 모습, 쉬는 시간에 웃으며 떠드는 풍경, 스테인리스 탁자, 플라스틱 의자, 그리고 얼음이 가득 담긴 거대한 플라스틱 머그잔까지, 이 모든 것들이 마치 고향의 작은 골목에 들어와 있다는 착각을 하게 만듭니다. 주문한 음식이 나올 때면, 장터에서 아빠에게 국수를 가져다 주던 어머니의 모습이 겹쳐 보입니다.
하나하나 정성으로 만든 메콩 델타 스타일의 분리에우는 완성도 높은 맛의 경험을 제공합니다. 저에게 분리에우는 단순한 식사가 아닙니다. 유독 힘든 날에 쉬러 들어갈 등껍질 같은 존재입니다. 또한 제가 앉아 있는 이곳에서 300킬로미터나 떨어진 소중하고, 제 인생 여정에 힘이 되어주는 기억의 조각들을 저와 이어주는 다리 같은 곳입니다.
분리에우 깐분 탐(Bún riêu canh bún Thắm)은 오후 5시부터 자정까지 영업합니다.
To sum up:
Taste: 4/5
Price: 4/5 — VND35,000 per bowl.
Atmosphere: 4/5
Friendliness: 5/5
Location: 5/5
Bún riêu canh bún Thắm
249-263 Nguyễn Thị Thập, Tân Phú Ward, D7, HCMC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