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k 옛 사이공 » 사이공 » 사이공의 크리스마스에 ‘나 홀로 집에’ 속 눈송이가 주는 의미

크리스마스는 전 세계에서 즐기는 날이니 사이공에서도 연중 가장 추운 시기가 다가오면 골목길에서 크리스마스 찬송가가 울려 퍼지고, 크리스마스트리, 산타, 눈사람으로 장식된 집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이 베트남 문화와 얼마나 관련이 있는 지와는 상관없이 말입니다. 제게 크리스마스의 이런 세계적 문화를 실제로 구현하는 활동 중 하나는 바로 영화 '나 홀로 집에'(1990)를 보는 것입니다. 

처음 '나 홀로 집에'를 본 것은 2000년대 초반, 제가 6~7살 무렵이었습니다. 당시 베트남에서 이 영화를 볼 수 있는 단 한가지 방법은 DVD 가게에서 불법 복제된 디스크를 사는 것이었는데, 부모님께서 온 가족의 오락거리로 구입해주셨습니다. 그 시절 저는 DVD 플레이어를 사용할 줄 몰라서 크리스마스 때나 혹은 이 영화를 보고 싶을 때는 아버지께 틀어 달라고 부탁해야 했습니다. 결국 우리 가족 모두가 자연스럽게 이 영화를 함께 보게 되었는데, 집에 TV가 하나뿐인 상황이기도 했지만, 영화 자체가 재미있는 가족 영화였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렇게 '나 홀로 집에'를 보는 것은 우리 가족에게 크리스마스 날의 유대감을 형성하는 경험이 되었습니다.

게다가 이 미국영화가 베트남 아이에게 특히나 특별한 이유는, 항상 따뜻한 날씨의 사이공에서 자란 저에게 '나 홀로 집에'는 눈을 처음으로 접한 순간이었기 때문입니다. 눈은 사이공에서 멀리 떨어진 사파(Sapa) 같은 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었기에, TV 화면에서 눈을 본다는 것이 더더욱 마법처럼 느껴졌습니다. 저는 지금까지도 실제 눈이 내리는 날씨를 경험해 본 적이 없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기술과 인터넷의 발달로 아이들이 영화를 보고 다른 나라를 탐험하는 것이 쉬워졌죠. 그래서 요즘 아이들에게 '나 홀로 집에'는 그냥 또 다른 재미있는 크리스마스 영화로 여겨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와 아마도 제 또래의 다른 베트남 사람들에게 이 영화는 불법 복제 DVD를 사야 했던 번거로움과 베트남에서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 추운 겨울을 보여주는 장면 덕분에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강하게 전달했습니다. 비록 이 영화가 철저히 미국적인 영화임에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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