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으로 돌아올 때마다 저는 예전에 가던 곳들을 다시 방문해봅니다. 진부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싱가포르에서 6년동안 지내다 보니 기억 속에서 점점 희미해지는, 나 자신을 만들어 냈던 과거의 장소를 방문한다는 것은 이제 베트남을 방문한다는 것과 동일시 되어 버렸습니다.
사이공의 응우옌 타이 빈 거리(Nguyễn Thái Bình Street)를 저녁에 걷고 있으면, 제가 기억하지도 못했던 비스트로들의 노란 조명과 내리는 비가 제 추억을 따뜻하게 감싸줍니다. 거리 건너편의 ‘Parish Church of The Lady of Peace’이 영어와 베트남어로 된 간판처럼 겸손하고 조용하게 서 있는 것을 보고, ‘Chè Lâm Vinh Mậu (쩨럼빈머우)’에 거의 다 왔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Chè Lâm Vinh Mậu has a handful of counter spaces and a few extra chairs.
도시는 변했지만, 이곳은 기억 속 모습 그대로입니다. 형광등 조명이 하나의 나무 손수레를 비춥니다. 이는 전형적인 화교 베트남인들의 이동식 노점에서 볼 수 있는 형태로, 수레에 있는 Reverse Glass Painting(배면유리화)에는 ‘Lâm Vinh Mậu’라는 이름과 중국 문학 고전 속 장면들이 그려져 있습니다. 손수레 하단에는 여러 종류의 ‘chè(쩨)’ 수프 베이스와 토핑 재료들이 담긴 유리 그릇들이 진열되어 있습니다. 가게에는 저 말고는 곧 자리를 뜰 손님 두 명뿐이었습니다. 저는 몇 개 없는 키 큰 플라스틱 의자 중 하나에 앉아 좋아하는 메뉴를 주문합니다. 이번엔 chú Sơn (쭈쏜, 쏜 아저씨)가 가게를 보고 있었습니다. 그는 삼촌인 Lâm Vinh Mậu(럼빈머우)가 해외로 이주하기로 하면서 가업을 이어받았고 수십 년 동안 형과 함께 번갈아 가며 이 노점을 운영해 왔다고 말합니다. 손수레의 이름이기도 한 Mậu는 최근에 세상을 떠났다고 합니다.


Colorful tranh kiếng works, a traditional Chinese art form, line the upper portion of the cart.
이 노점은 다양한 종류의 ‘chè’를 판매합니다. ‘섬보르엉(sâm bổ lượng)’이나 ‘쩨더우더(chè đậu đỏ)’ 같은 고전적인 메뉴도 있지만, 제가 항상 주문하는 두 가지 특별한 메뉴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쩨한년 (chè hạnh nhân)’, 즉 아몬드 두부가 주재료인 디저트입니다. 잘게 부순 얼음과 함께 차게 나오며, 투명한 단 수프 베이스에 부드럽고 하얀 아몬드 두부가 들어 있습니다. 단맛의 수프에 두부의 크리미하고 약초 같은 향이 은은하게 어우러지며 미묘한 섬세함을 자아냅니다.

From top to bottom, clockwise: sâm bổ lượng, almond tofu, tea egg, and egg soup with sago.
다른 메뉴는 ‘쩨쯩봇방 (chè trứng bột bang)’입니다. 삶은 달걀과 사고(Sago)가 들어간 디저트입니다. 생김새만 보면 ‘chè’보다는 달걀국에 더 가깝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삶은 달걀과 풀어놓은 노른자가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생소한 조합에도 불구하고, 달걀과 수프 베이스는 흥미로운 맛의 조화를 이룹니다. 사고 펄로 가득 찬 점도 있는 수프는 짭조름한 삶은 달걀에 식감 있는 단맛을 더해줍니다. 저는 포크로 달걀을 반으로 가르고, 노른자가 노란 가루처럼 수프 안에서 소용돌이치는 것을 봅니다. 몇 년 만에 작은 도자기 그릇에 담긴 이 두 가지 ‘chè’를 다시 먹으면서, 싱가포르로 떠나기 전 6년 전의 맛과 다르지 않다는 사실에 위안을 느낍니다.
Apart from special dishes like tea egg, most toppings are eaten with a jasmine sweet syrup.
쏜 아저씨가 금속 테이블 위에 맺힌 물자국을 닦고 있을 때, 저는 아저씨께 쩨(chè)가 맛있었다고 인사를 전합니다. 밤공기는 여전히 습했고, 노점에는 우리 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잠깐 이야기를 나눕니다. 아저씨는 제 대학 생활과 방학 중인지 여부를 물어봅니다. 제가 싱가포르에서 긴 휴가를 맞아 베트남에 돌아왔다고 말하자, 그는 자신의 아들도 미디어와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했다고 말합니다. 아저씨는 또 싱가포르가 2010년대 가족과 함께 처음 해외여행을 떠났던 곳이기도 했다며, “유니버설 스튜디오가 재미있었어요,” 라고 합니다. 그리고는 잘게 부순 얼음과 연한 차가 담긴 샷잔을 입가심용으로 건네줍니다.
제가 차를 마시며 그의 장사와 단골 손님에 대해 묻자, 아저씨는 대부분이 단골이고, 그들 중 상당수가 해외에 거주하다가 사이공을 다시 방문한 베트남계 교포들이라고 말합니다. 그는 또 지역 내 화교 이웃의 수가 점점 줄어드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합니다. “대부분 이미 해외로 이민 갔어요. 많은 경우 가족이 초청해서 나간 거죠,” 그가 말합니다. “현재 이 지역에 사는 사람들 중 다수는 다른 지방 출신입니다.” 그는 다시 싱가포르 이야기를 꺼내며, 그의 아들이 최근 Lady Gaga의 ‘Lion City Mayhem’ 콘서트를 보기 위해 싱가포르에 다녀왔다고 합니다.




Simmered fruits and nuts make up most of the chè toppings.
양철 지붕 위로 내리는 비 소리가 정적을 채웁니다. 쏜 아저씨는 비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깁니다. 거리 건너편의 Parish Church of The Lady of Peace 외에도, 이곳에는 화교 상인들이 세운 학교였던 Khai Minh 중고등학교와, 여러 명의 화교 아저씨, 아주머니들이 운영하던 작은 음식점들이 자리하던 공동주택들이 있습니다. 이곳들은 1군(District 1)에 사는 화교 주민들이 고령화됨에 따라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지만, 여전히 도시의 한 구석에 숨겨진 작은 보석처럼 존재하며, 누군가가 발견해 주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Lâm Vinh Mậu was the name of the original owner, the late uncle of the brothers who currently run the stall.
짧은 대화로는 쏜 아저씨에 대해, 그가 사는 응우옌 타이 빈 지역에 대해, 혹은 사이공의 화교마을이 지닌 복잡한 역사에 대해 깊이 알게 됐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번 만남은 이 도시도 빗겨갈 수 없는, 현대 도시 공간에서 점점 부각되고 있는 문제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팔림세스트(palimpsest)’라는 개념은 도시의 역사가 층층이 쌓여 있는 구조를 설명하는 데 사용됩니다. 과거의 흔적이 현대의 건물 아래 숨겨지거나 희미하게 남아 있는 것입니다.


Stainless steel sections divide the cart.
도시화와 유산 보존 사이에는 타협이 필요하며, 사이공에서는 이러한 긴장이 해결되어야 합니다. 이 상황 전체에는 씁쓸하면서도 아름다운 감정이 있습니다. 도시를 오가는 사람들의 끊임없는 이동 속에서, 유산의 존재 — 그것이 한 그릇의 쩨든, 혹은 광둥어라는 언어든 — 는 결국 이곳에 터전을 마련하겠다고 생각했던 사람들만큼이나 덧없는 것이 됩니다.
Most patrons are regulars, though the Hoa community in the neighborhood is dwindling every year.
Chè Lâm Vinh Mậu의 정성스레 담긴 달콤한 음식들을 음미하며, 저는 아몬드 두부 덩어리를 자르는 칼, 부드럽게 국물을 떠내는 국자, 구멍 사이로 스며드는 설탕물, 그리고 테이블 가장자리를 거칠게 훑은 후 멈춘 행주를 떠올립니다. 저는 쏜 아저씨의 손을 떠올립니다. 벽지가 벗겨진 낡은 상가주택(shophouse)은, 그 속에서 음식을 만들어온 손이 있었기에 단지 생명 없는 건물만은 아닙니다. 그리고 그 음식을 즐기기 위해 찾아오는 손님들 (새손님이든 오래된 단골이든) 또한 이 건물을 지탱하는 버팀목입니다. 음식과 같은 무형 문화유산은 종종 유형 공간과 그 안의 사람에 깊이 얽혀 있습니다. 어쩌면 사람들의 향수와 뿌리를 되찾고자 하는 욕망이야말로, 이러한 맛있는 유산들을 결국 살아남게 할 가장 큰 원동력일 것입니다.
To sum up
- Opening time: 7pm–11pm
- Parking: By the stall (bike only)
- Average cost per person: $ (Under VND100,000)
- Payment: Cash
- Delivery App: None
Chè Lâm Vinh Mậu
31 Nguyễn Thái Bình, Bến Thành Ward, HCMC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