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일상에 깊이 뿌리내린 고향마을 장터'chợ quê(전통시장)'는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장소가 아니라, 어린 시절의 추억, 명절의 설렘,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의 고난과 인생의 이정표를 함께하는 중요한 퍼즐 조각입니다.
도시에 있든 시골에 있든, 각 시장은 저마다의 문화적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국 각지의 다양한 상품들로 정신 없는 사이공의 시장과 비교하면, 제 기억 속의 시골 장터는 훨씬 더 소박하고 자유로운 분위기를 가집니다.
고향을 떠나온 햇수만큼, 고향 장터와 이어져 있던 무엇인가를 놓친 느낌이 듭니다. 예전에는 매일같이 익숙했던, 어머니를 따라다니며 단골 가게에서 채소나 가장 신선한 생선을 고르던 시장의 모습은 이제 그리운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오늘날 편의점과 대형마트가 도시뿐 아니라 시골 구석구석까지 들어선 가운데, 시골 장터는 이제 예전의 활기는 잃었지만, 여전히 동네 아이들에게는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고향집에 들를 때마다 아침이면 엄마와 함께 오토바이를 타고 뜨거운 죽 한 그릇을 시장 앞에서 먹고, 시장을 돌아다니며 chợ quê(전통시장)에서만 살 수 있는 맛있는 먹거리를 가득 담곤 합니다.
초 중생 시절, 학교 가는 길에 매일 지나던 고향 장터의 추억은 제게 선명하게 남아있습니다. 시장의 모든 가게 위치와 주인, 그리고 가게마다 파는 물건을 다 외울 정도였죠. 죽, 바오번(bao buns), 반미(bánh mì), 반득(bánh đúc), 반깐(bánh canh), 쩨(chè), 두부(beancurd) 등 그 맛은 절대 잊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요즘 시장은 예전 같지 않지요.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는 상인들도 있지만, 일부는 떠났고, 그래서 몇몇 음식들은 이제 평생 그리워할 수밖에 없습니다.
베트남어 사전에 따르면, ‘Chợ’는 “여러 사람이 정해진 날짜와 시간에 물건을 사고파는 공공장소”로 정의됩니다. 하지만 사회가 발전하면서 이 정의는 더 확장되었습니다. 시장은 초기의 혼란스럽고 정리되지 않은 모습에서, 지역 당국이 설립하고 관리하는 체계적인 공간으로 변모해 왔습니다.
시장이라는 주제는 베트남 문학에서도 인간의 다양한 감정을 반영하는 소재로 등장합니다. 예컨대, Nguyễn Trãi는 그의 시에서 번영하는 주민들의 평화로운 삶의 소리를 묘사하며 시장을 언급합니다. “Lao xao chợ cá làng ngư phủ / 어촌의 활기넘치는 어시장” (Bảo kính cảnh giới、 Vol. 43). 이후, 베트남의 저명한 인상파 시인 Nguyễn Khuyến은 동(Đồng)시장을 배경으로 고향에 대한 사랑을 시에 담았습니다.
“Tháng chạp hai mươi bốn chợ Đồng / "설 명절을 앞둔 동(Đồng)시장
Năm nay chợ họp có đông không? / 올해는 사람들이 많이 오려나?
Dở trời, mưa bụi còn hơi rét / 흐린 하늘에 가랑비도 내리고 쌀쌀한데
Nếm rượu tường đền được mấy ông / 몇이나 사원에 모여 앉아 술을 홀짝이는가?
Hàng quán người về nghe xao xác / 귀향객들로 점포는 소란하고
Nợ nần năm cũ hỏi lung tung. / 해묵은 빚을 묻고 있구나”
시인 Đoàn Văn Cừ는 그의 시 「Chợ Tế’(구정을 앞둔 시장)」에서 따뜻하고 생동감 있는 색채로 풍경을 묘사합니다:
“Dải mây trắng đỏ dần trên đỉnh núi / “산 꼭대기 위에 하얀 구름이 점차 붉어지고
Sương hồng lam ôm ấp nóc nhà gianh / 분홍빛 푸른 안개가 초가집 지붕을 감싸네
Trên con đường viền trắng mép đồi xanh / 초록 언덕 가장자리 하얀 길 위로,
Người các ấp tưng bừng ra chợ Tết. / 마을 사람들이 명절 장으로 들뜬 발걸음을 옮기네.”
이러한 구절은 전통시장이 마을 문화와 깊이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줍니다. 고(故) Trần Quốc Vượng 교수는 시장이 단순한 경제적 기능을 넘어 베트남 문화적 가치를 키우는 사회적 교류의 장이라고 믿었습니다. 이는 관광객들이 현지 제품을 사기 위해서 만이 아니라 그 지역 문화 체험을 하려고 전통시장을 여행 일정표에 넣는 이유이기도 하겠지요.
제 고향에 친구들을 초대할 때면 꼭 chợ quê(전통시장)을 들러보라고 합니다. 시장에서 상인들을 구경하고, 일상을 몸소 느끼며, 지역 특산품을 맛보면서 제 고향이 어떤 곳인지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말이죠. 친구들은 종종 시장 앞에서 먹었던 뜨거운 죽 한 그릇을 그리워합니다.
한 지역을 더 잘 이해하고 싶다면, 현지 시장을 방문해야 합니다. 단순히 제가 자란 고향 시장뿐만 아니라, 저는 출장이나 여행 중에도 각 지역의 시장을 꼭 들릅니다. 이름 없는 산나물, 야생 꿀, 반보쏙녹(bánh bò thốt nốt), 매운 반땀(bánh tằm) 국수, 코코넛 향이 나는 황금색 쏘이버(xôi vò)까지, 시장은 그 지역의 모든 독특한 맛을 담은 소규모 먹거리 천국입니다.
시장 하면 음식이 가장 먼저 떠오르지만, 제게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는 시장의 소리입니다. 사투리로 가득한 활기차고 빠른 대화, 쇠 부딪히는 소리, 고기를 써는 날카로운 소리, 물고기가 바구니에서 튀는 소리, 상인들의 외침과 손님들의 흥정하는 소리는 제게 익숙한 교향곡처럼 다가옵니다.
하루에 한 번씩 열리는 이 교향곡은 매일 떠오르는 태양처럼 늘 시끌벅적하며, 장이 파해서 사람들이 집으로 돌아갈 때에만 잠시 잦아듭니다. 시장은 사람들이 안부를 전하고 농사 이야기를 나누며, 결혼식이나 제사와 같은 특별한 행사에 서로를 초대하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시장에 갈 때면 오랫동안 저를 알아온 상인들이 반갑게 맞아주는 인사 덕분에 제 걸음은 자주 멈추게 되지요.
오늘날 chợ quê(전통시장)은 저희 어머니가 시장이 얼마나 조그마했는지 떠올리시던 시절과 비교하면 많이 발전했습니다。십 수명의 상인들이 있었던 작은 시장은 대개 빨리 문을 닫았고, 늦은 오후가 되면 텅 비곤 했습니다. 당시에는 들판이 넓고 수로는 멀었기 때문에 일주일에 두 번만 장을 보러 가곤 했지요. 이후 교통수단이 발전하면서 장보기는 점점 더 일상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오늘날의 경제와 현대 사회 속에서, 전통시장은 변화와 적응 없이는 대체될 운명에 처해 있습니다. 특히, 온라인 쇼핑, 편의점, 대형마트 체인은 전통시장의 생계를 위협하며 소매 시장 점유율을 잠식해왔습니다. Chợ quê(전통시장)을 보존하기 위해 각 지방에서는 시장을 개선하고 운영 방식을 정비하고 있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지방 당국은 낡은 시장 인프라를 보수하기 위해 민간 투자를 유치하고 다양한 행사를 개최해왔습니다. 우리 어머니나 할머니와 같은 노년층에게는 이러한 변화가 반가운 일입니다. 수많은 요즘 시대 쇼핑 방법이 있더라도, 시장에 가는 것은 여전히 대체할 수 없는 중독적인 취미이자 습관으로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는 것도 온라인 플랫폼에 빼앗긴 고객을 보완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상인들은 안정적인 수입을 얻을 수 있고, 농촌 지역은 새로운 관광 상품을 개발할 수 있죠. chợ quê(전통시장)이 단순히 거래의 장소가 아니라 지역 유산을 보존하는 장으로 변모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예컨대, 무이네(Mũi Né)에 가면 혼롬(Hòn Rơm)의 어시장, 쏙짱(Sóc Trăng)의 응아 남(Ngã Năm)수상시장, 그리고 고원 관광 도시인 달랏(Đà Lạt)의 시장을 방문하는 것처럼 말이죠.
상설 시장 외에도, 일부 시장은 연례행사로 열리는 것으로 전국적으로 유명합니다. 남딘(Nam Định)성의 비엥(Viềng) 시장은 음력 설 7일 저녁부터 8일 이른 아침까지만 열립니다. 베트남 각 지역에는 주간, 월간, 또는 분기별로 열리는 chợ phiên (특별 시장)도 있습니다. 이런 시장들은 방문객들에게 지역 장인들이 만든 특별한 상품을 구입할 기회를 제공하며, 지역 주민들과 관광객들이 소통할 수 있는 얼마 안 되는 공동체 공간이 됩니다.
크든 작든, 유명하든 아니면 단순히 임시로 열리는 장이든, 각 시장은 여러분의 마음에 오래 남을 즐거움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시대와 지역에 따라 chợ quê(전통시장)의 모습은 다소 다를 수 있지만, 어린 시절 내내 당신의 몸과 마음이 자라는 것을 책임져 준 시장이라면, 언제나 매력적인 존재로 남을 것입니다.
저는 수많은 새로운 상업적 공간이 등장할지라도, 전통시장은 우리시대 어머니들과 할머니들의 일상에 깊이 뿌리내린 채 명맥을 이어갈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우리의 전통적인 생활 방식을 보존하려면 단순히 보호하는 것을 넘어, chợ quê(전통시장)의 독특한 가치를 알리고 공유하여 현대 생활의 맥박 속에 녹아 들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