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k옛 사이공 » 베트남 » 코닥크롬 필름 슬라이드에 담긴 1995년의 베트남

2019년 여름, 베트남에서 작업한 최근 작품들의 회고전을 편집하던 중, 지하실에서 1995년에 촬영한 노란 코닥크롬 슬라이드 필름 상자 50롤을 발견했습니다. 제가 첫 번째 베트남 여행에서 촬영한 것들 입니다.

당시 저는 어릴 적 겪었던 전쟁을 통해 베트남에 대한 궁금증을 갖게 되었습니다. 징병 대상 나이였음에도 불구하고 저는 군 복무를 면제받았습니다. 1995년, 베트남에는 외국 관광객이 많지 않았습니다. 미국이 하노이와의 관계를 정상화하고 제재를 해제한 지 1년이 된 시기였죠. 호치민시로 향하는 비행기의 탑승객은 나라를 떠난 후 처음으로 고향을 다시 찾는 Việt kiều(비엣 끼에우, 외국에 살고 있는 베트남인)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이들이 세관을 통과할 때 느끼는 긴장이 제게까지 전해질 정도였죠.

제가 베트남에서 머문 3주 동안 방문했던 많은 마을과 도시에서는 비슷한 장면이 반복되었습니다. 젊은 남성들이 찻집 밖에 모여 미국산 액션 영화를 감상하곤 했습니다. 그 영화들 중 다수는 정글에서의 전쟁을 묘사하고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디지털 평면 스크린이 없었지만 오디오와 비디오는 여전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멀리 거리 끝에서 총성을 배경으로 미국 병사들이 서로 명령을 외쳐대는 영화의 사운드트랙이 들려오곤 했습니다.

저는 한달 가까이 머물며 주로 열차를 타고 Reunification Express을 따라 호치민시에서 하노이까지 육로로 여행했습니다. 나트랑(Nha Trang), 다낭(Đà Nẵng), 후에(Huế), 하노이에서 며칠씩 머물렀고, 달랏(Đà Lạt)과 호이안(Hội An)으로는 육로 여행을 했습니다. 해가 떠오를 무렵 중부 베트남의 논이 끝없이 펼쳐진 창 밖 풍경은 초록의 무수한 변주로 채워진 꿈 같았습니다. 

하노이와 베트남 전반에서 처음 저를 사로잡은 것은 아름다움, 색채, 그리고 사람들의 매력이었습니다. 하지만 카메라 렌즈로 들여다보며 클로즈업을 하면 그 모습이 아름답지만은 않았습니다. 이 도시는 전쟁과 가난에서 벗어나고 있었습니다. 이 사진은 저에게 멀리서 보면 모든 것이 좋아 보일지 모르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눈에 보이는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이 있다는 것을 가르쳐주었습니다.

좀 더 진지해지는 순간도 있었습니다. 후에(Huế0에서 만난 정신과 의사와 식사를 하며 그에게 현대 생활의 압박이 커질수록 그의 의료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을 때처럼요.

이 사진은 나트랑(Nha Trang)과 달랏(Đà Lạt) 사이 도로에서 휴게소에서 찍은 것입니다. 우리는 미니밴을 타고 있었는데, 도로 상태가 저를 무섭게 했죠. 

하노이에서는 미국 전쟁 중 남편을 잃은 과부가 저를 아파트로 초대해 자기 이야기를 들려주며 울었습니다.

1995년은 디지털 카메라와 기술이 도입되기 몇 년 전이었고, 인터넷은 아직 초창기였으며 매우 느린 전화선 모뎀을 사용했었습니다. 제 작업을 편집한 후 약 30장의 이미지를 스캔해 저의 첫 웹사이트인 Vietnam Journal을 만들었습니다. 이 사이트는 1996년 겨울에 개설되었으며, 인터넷 초기의 사진 사이트 중 하나였습니다. 베트남에 인터넷이 매우 제한적으로 도입되기까지는 2년이 더 걸렸습니다.  

후에(Huế)를 여행하는 동안 저는 대부분의 식사를 Luc Than 가족이 운영에서 식당에서 해결했습니다. 주인인 Luc은 청각 장애인이었는데, 2016년 겨울 그와 다시 만날 수 있었습니다.

약 20년 동안 저는 잡지의 편집 및 여행 사진 작업을 했으며, 일부는 나중에 유럽을 포함한 여러 국가의 에이전시에 스톡 사진으로 판매했습니다. 당시 베트남에서는 스톡 사진 기회가 많지 않았습니다. 호치민 묘소,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 그리고 원뿔 모양의 모자를 쓴 여성들이 전부였습니다. 1995년 사진 업계 사업모델은 변화 직전에 있었습니다. 디지털 기술은 아직 초기 단계였고, 35mm DSLR 카메라는 2만 달러 이상에 판매되며 무게가 몇 파운드나 나갔습니다. 몇 년 후 로열티 프리 사진의 등장으로 스톡 판매 시장은 사라졌습니다. 이러한 변화들로 제게 흥미를 주는 것을 탐험하며 사진을 찍을 수 있었습니다. 

저는 도착한 직후부터 베트남을 사랑하게 됐고, 2015년과 2019년 사이에 여러 차례 다시 방문했으며, 2015년에는 풀브라이트 프로그램을 통해 사진을 가르치기도 했습니다. 

2019년 나트랑(Nha Trang)에 다시 방문했을 때, 당시에 이름을 기록하지 않았던 이 다리를 다시 찾을 수 없었습니다. 

저는 이런 같은 사진을 무수히 찍었지만, 이 사진이 특별한 이유는 당시와 장소에 대한 제 기억 때문입니다. 나트랑(Nha Trang)에서는 대부분의 여행객과 달리 해변 대신 도시의 오래된 산업 지대에 이끌렸습니다. 25년이 지난 지금, 저는 여전히 제 나이의 반쯤이나 될까 한 소년들의 모습을 담기 위해 땅에 웅크리고 있었던 날을 기억합니다. 빛은 빠르게 희미해지고 있었고, 당시의 낮은 필름 감도 때문에 카메라를 흔들리지 않게 들고 있을 수 있을지 걱정되었습니다.

달랏(Đà Lạt) 버스 정류장 밖에 있는 가족 행사를 위해 차려 입은 아이들 모습입니다. 

호안끼엠(Hoàn Kiếm) 호수에서는 대나무 돗자리와 커피, 담배로 자신들만의 공간을 확보한 한 쌍의 부부가 있었습니다. 6월의 매우 더운 날이었고, 그들에게는 마치 주변 세계가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제 존재를 거의 의식하지 못한 듯 보였지만, 뒤편에 있던 두 젊은 남성은 제 존재를 알아차렸습니다. 이 세 요소는 흥미로운 삼각 구도를 이뤘습니다.

애국심이 강한 노동자를 묘사한 화려한 벽화를 배경으로 음식을 파는 하노이의 한 음식 노점상 입니다. 

이 이미지에는 날카로운 기억이 떠오릅니다. 카메라를 응시하는 여성은 적어도 55세에서 60세였으며, 미국 전쟁 동안 상상할 수 없는 끔찍한 사건을 목격하고 경험했음에 틀림없습니다. 이 첫 번째 여행에서, 저는 이 여성들에게 사로잡혔습니다. 그녀들이 겪었던 고통과 상실을 상상하려 노력했습니다.

1995년 호안끼엠(Hoàn Kiếm) 호수 주변에서 젊은 사람들이 운동하는 모습은 2019년에도 다시 볼 수 있었습니다. 

나트랑(Nha Trang)에서 첫날 커피를 마시고 있을 때, 이 아메라시안(미국인혼혈) 남성 Linh이 저를 찾아왔습니다. 그의 영어는 현지인들보다 훨씬 유창했기 때문에 우리는 오후에 몇 시간을 함께 보냈습니다. 그는 제가 미국으로 그를 보내줄 수 있는 인맥이 있을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호안끼엠(Hoàn Kiếm) 호수 주변에서 운동하는 또 다른 사람들입니다. 사진을 찍을 당시, 저는 전경에 있는 남성이 전쟁 중 팔을 잃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사진은 마치 베트남 전쟁 중의 한 장면처럼 보입니다. 노동자들이 석탄 더미를 나르고 있었습니다. 자전거에 실린 나무 상자는 각각 100파운드(약 45kg)가 넘는 무게였습니다.

1995년, 하노이에서는 자전거와 시클로가 훨씬 더 흔했고 교통 흐름을 주도했습니다.

제가 2019년 여름 집 지하실에서 발견한 코닥크롬 필름 50롤은 1995년 6월의 첫 번째 베트남 여행에서 촬영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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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사진 : 사이공에서 두 번째 날, 저는 시내 공원을 방문했습니다. 학생들이 운동하는 모습을 보고 있었는데, 그들이 다가와 제가 어디서 왔는지, 왜 혼자 여행하는 지를 물었습니다. 저는 미국에 있는 아내와 두 딸의 사진을 보여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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