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k문화 & 예술 » 미술 & 음악 » 선전 미술 전시 ‘메시지를 조형하다(Crafting a Message)’에서 보는 극복과 저항

베트남 1세대 사진기자의 시선에서 본 전장의 일상은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왜 다채로운 우표와 선전 포스터가 전쟁과 국가 건설에서 그렇게 중요한 역할을 했을까요? 이러한 역사적 유물들은 단순히 소통의 수단을 넘어, 긴 세월의 격동과 극복의 역사, 그리고 한 국가가 탄생하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메시지를 조형하다(Crafting a Message): 상설 컬렉션 전시”는 Dogma Collection에서 선보이는 전시로, 1945년부터 1985년 사이 베트남 사회주의 및 반제국주의 문화 생산을 통해 제작된 포스터, 사진, 신문, 우표 등의 방대한 컬렉션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 작품들은 목판화, 페인팅, 사진 등 다양한 매체와 예술 기법을 통해 전쟁 시기와 국가 건설 과정에서의 단결, 권한 이양, 저항의 메시지를 반영합니다. 정치적 캠페인을 보여주는 것 외에도, 이 전시는 각 역사적 유물과 예술 작품을 통해 예술적 장인정신을 조명하는 데에 그 목적이 있습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베트남 뉴스 에이전시(Vietnam News Agency, VNA)의 1세대 사진기자들이 촬영한 사진과 신문 자료를 통해 전쟁 시기의 언론 보도를 엿볼 수 있습니다. 베트남 뉴스 에이전시는 1945년 9월 15일 호치민(Hồ Chí Minh)이 설립한 기관으로, 서구 언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폭력과 죽음의 비극적인 이미지를 넘어 전혀 다른 시각을 보여줍니다. 예컨대, “생산의 새로운 정신”이라든가, “물자수송 최전방에서 미국을 물리친 영웅적인 북부”와 같은 헤드라인이 대표적입니다. 사진의 주요 피사체는 호치민 루트(Hồ Chí Minh Trail)를 달리는 트럭, 경제 복구를 위해 열심히 일하는 농업 노동자와 공장 노동자 등이었습니다. 전쟁 중 카메라 장비가 부족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자들은 시민과 군인의 일상과 불굴의 정신을 포착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전시장의 위층으로 올라가면 1946년부터 1976년까지의 상세한 연구 자료와 역사적 배경이 포함된 우표 컬렉션을 만날 수 있습니다. 초창기 손으로 그려진 우표, 옛 인도차이나 우표의 재인쇄본, 기념일 및 공산권 국가와의 우정을 강조한 우표 등을 통해 우리는 그 시절로 돌아가게 됩니다. 손으로 그려진 우표는 Trần Huy Khánh, Đỗ Việt Tuấn 등 저명한 예술가들의 자필 서명과 간단한 약력이 함께 전시되고 있습니다.

전시 설명에 따르면, 발행된 우표 대부분은 북베트남과 프랑스가 지배하고 있던 남베트남의 일부 지역에서만 사용이 되었습니다. 1945년 북베트남 정부는 남아 있던 기존 인도차이나 우표를 재인쇄했지만, 호치민 정부가 국제적으로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에 국제 우편 시스템에서는 사용되지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우표 발행은 독립을 향한 자주 선언의 중요한 움직임이었습니다. 첫 번째 독창적 디자인은 예술가 Nguyễn Sáng이 제작한 호치민의 초상을 담은 것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우표는 베트남 내에서 제작되었지만, 쿠바-북베트남 간 우정을 강조하기 위해 쿠바 하바나의 Litho State Printing Works에서 인쇄된 것도 있습니다.

우표는 주로 우편 및 문서 발송을 위한 수단이나 여행 기념품으로 여겨지지만, 한 국가의 정체성과 가치를 상징하는 문화적, 역사적 유물로서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베트남 역사에서 우표는 선전의 수단으로 활용되며, 변화하는 사회적, 정치적 기후를 반영하기도 했습니다. 우표의 주요 주제로는 국가 지도자의 이미지 외에도, 총을 든 군인, 미국 비행기를 격추시킨 것을 축하하는 모습, 침략자 축출과 국가 통일을 독려하는 문구, 농업 및 경제 발전, 지역 특산물과 다양한 소수민족 등이 있습니다.

전시의 말미에는 밝고 생동감 넘치는 선전 포스터 컬렉션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이 포스터들은 Minh Phương, Sỹ Thiết(전 인도차이나 미술대 졸업생), Dương Ánh(1966년 설립된 중앙 선전 포스터 작업소 소속) 등 저명한 선전 예술가들의 작품들 입니다. 선전 포스터는, 전쟁 시기의 반제국주의와 침략자 저항에서부터 전후 집단주의, 평등, 노동, 농업 및 경제 개혁에 이르는 아이디어를 표현함으로써 베트남 국민의 극복을 도와줄 강력한 도구로 여겨졌습니다.

전쟁 중에는 종이, 물감, 캔버스, 실크와 같은 기본적인 재료가 부족했음에도 불구하고, 예술가들은 가능한 모든 재료를 활용하여 선전 미술을 활발히 제작했습니다. 대량 인쇄 대신, 전시된 대부분의 포스터는 수채화와 구아슈(gouache)로 정교하게 손으로 그려졌으며, 일부는 목판화로 제작되었습니다. 예술가들은 드로잉 수업에서 사용한 종이를 재활용하여 포스터를 만들기도 했는데, 이는 전시되어 있는 양면 그림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포토저널리즘, 우표 및 선전 포스터는 본래의 소통 수단으로서의 역할을 넘어, 사회적, 문화적 내러티브를 구축하는데 있어서 장인정신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이 전시는 예술과 역사의 교차점을 제시하며, 국가 변혁의 시기에의 단결, 민족적 정체성, 그리고 독립을 보여줍니다.

“메시지를 조형하다(Crafting a Message): 상설 컬렉션 전시”는 2025년 1월 10일까지 매주 화요일, 목요일,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Dogma Collection에서 열립니다. 전시, 예약 및 관련 프로그램에 대한 더 많은 정보는 Facebook 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Related Articles

- 건축

Gò Công의 전통가옥을 모던하게 변신시킨 Đàng Trong 카페

베트남 내 사이공과 하노이 같은 대도시에는 카페가 촘촘하게 들어서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새로운 커피 문화가 부상하는 다른 신흥 도시들에서도 훌륭한 커피, 넓은 좌석, 그리고 현대적인 카페 분위기와 지역 특유의 멋을 결합한 인테리어 디자인을 선보이는 카페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 베트남

하노이의 거대한 군사 박물관에서 만나는 통찰과 정제된 역사수업

하노이의 새롭고 거대한 베트남 군사 역사 박물관에 대한 리뷰를 사이공이어 편집진에게 제안했을 때, 솔직히 말해 조금 지루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저는 역사학자이지만, 군사 관련 주제에 크게 흥미가 있는 편은 아니고, 예전부터 디엔 비엔 푸(Điện Biên Phủ) 거리에 있던 기존 군사 박물관을 여러 번 방문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새 박물관이 과연...

- 베트남

1990년대 사진 속 하노이 트램 시스템의 마지막 나날들

베트남 주민들은 최근 대중교통의 진보를 당당히 누리고 있습니다.

- 문화 & 예술

‘싸우거나 도망치거나 떠다니거나 떨어지거나(Fight or Flight or Float or Fall)’ – 기억, 트라우마, 치유의 여정을 선사하는 전시

뚜언 앤드류 응우옌(Tuan Andrew Nguyen)의 새로운 개인전에서는 파괴, 폭력, 죽음과 연관된 소재와 형식이 치유와 회복을 상기시키는 조각으로 재해석되고 변형됩니다. 촉각, 소리, 움직임과 같은 감각적 요소를 통해 이 전시는 관람객을 기억의 층위로 안내하며, 트라우마에서 성찰과 치유로 이어지는 여정을 제공합니다.

Khôi Phạm

- 문화 & 예술

골목맛집: 5군의 수이까오다이느엉(Sủi Cảo Đại Nương)에서 만난 중국식만두

어느 날 밤, 수이까오다이느엉(Sủi Cảo Đại Nương)에서 식사를 한 후, 부추가 나오는 혼란한 꿈을 꾸었습니다.

- 길거리 음식

골목맛집: 골목 안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맛보는 사이공 최고의 피자

“그 표범 무늬요. 사람들은 그걸 싫어합니다,”라고 히에우 쩐(Hiếu Trần)이 설명합니다. “사람들은 그게 피자가 타서 생겼다고 생각합니다.”

제휴 컨텐츠

- 제휴 컨텐츠

커피 나무에서 컵까지: 베트남 커피를 다시 보다

사이공이어는 이제 다른 방식으로 커피를 볼 것이다.

- 제휴 컨텐츠

사이공에 프리미엄 스테이크 플래터 컨셉을 들여온 'NAMO Tuscan Grill

사이공 내 식당의 종류는 점점 다양해지고 혁신적으로 변해가고 있으며, 최근 몇 년 사이에 여러가지 새로운 개념이 시장에 도입되었다. ‘NAMO는 이러한 움직임의 좋은 예시이며, 사이공에 프리미엄 스테이크 플래터를 들여온 선구자적 역할을 하고 있다.

- 제휴 컨텐츠

핑크 펄 레스토랑에서 두 셰프가 콜라보로 펼치는 프랑스와 한국 요리

최근 화제의 중심에 있는 ‘흑백요리사’에 대한 이야기를 따로 꺼내지 않더라도, 우리의 미식에 대한 관심은 언제나 뜨겁죠. 자 이번에는 1920년 대 미국의 황금기를 오마주한 푸꾸옥의 레스토랑에서 프랑스와 한국의 요리에 베트님식 테크닉을 접한 식사를 경...

- 제휴 컨텐츠

사이공 커피의 역사를 Ca Phe Co Ba에서 경험해보세요

사이공의 오페라 하우스, 노트르담 대성당, 번화 거리의 상점들 및 사라진 카지노를 담은 흑백 사진들이 붙어있는 노란색 벽면을 지나 Ca Phe Co Ba가 나타난다.

- 스폰서 게시물

학생들의 마음 건강에도 집중하는 AIS호주국제학교

마음 건강을 증진시키기 위해서는 전체적인 접근법이 필요합니다.

- 스폰서 게시물

사이공에서 사랑받는 바바스키친(Baba’s Kitchen)에서 경험하는 인도의 다채로운 맛

당신이 즐겨먹는 인도식 카레가 어디에서 왔는지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 스폰서 게시물

La Veranda 푸꾸옥 – M갤러리”에서 연말을 즐겨보세요

세계의 절반엔 낙엽이 떨어지고 외투를 동여매는 계절이 온 반면, La Veranda 푸꾸옥 - M갤러리에서는 포근하고 따뜻한 크리스마스와 신년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 스폰서 게시물

쉐라톤 그랜드 다낭 리조트 & 컨벤션 센터에서 만나는 특별한 음력설 (Tết) 연휴

베트남 전역이 음력설(뗏) 축제 분위기로 들썩이는 가운데, 다낭은 그 어느 때보다 활기차고 특별한 시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다낭의 그림 같은 논느억(Non Nước) 해변에 위치한 쉐라톤 그랜드 다낭 리조트 & 컨벤션 센터는 아름다운 날씨와 다양한 ...

- 스폰서 게시물

사이공 국제학교 라 쁘띠 에콜(La Petite Ecole)을 찾는 이유

사이공 학부모의 과제 중 하나는 자녀를 위한 좋은 학교를 찾는 것입니다. 자녀의 학교 결정은 배경과 시각을 균형 있게 유지해야 하는 외국인과 다문화 가정에게 특히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학생이 발전할 수 있는 좋은 교육 환경을 찾기 위해서 직접 학교를 ...

- 제휴 컨텐츠

Qui: Cuisine & Mixology 요리를 들여다보자.

Qui는 금요일과 토요일 밤 사이공니어들이 줄까지 서가며 즐겨 찾는 아주 유명한 곳이다.

- 스폰서 게시물

프리미어 빌리지 푸꾸옥(Premier Village Phu Quoc)에서 럭셔리와 자연을 만끽하다

베트남보다 캄보디아에 가까운 푸꾸옥(Phu Quoc)은 초록빛 숲으로 뒤덮인 산과 울창한 해초, 산호초가 수 마일의 깨끗한 해변을 둘러싸고 있는 독특한 생태계를 자랑한다.

- 제휴 컨텐츠

영국의 명문 노스런던컬리지에잇스쿨 베트남에 도착

175년 동안 뛰어난 교육을 제공한 세계적 수준의 IB 학교가 영국, 한국, 두바이, 싱가포르, 베트남에서 학부모와 학생을 초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