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k푸드 » 음식 문화 » 베트남이 'Mì Gói'(즉석 라면)을 사랑하는 이유에 대한 유통기한이 긴 역사

라면을 종교에 비유해도 될까요. 전 세계 여러 지역으로 널리 퍼져 그곳의 문화와 사람들에게 맞게 토착화되었죠. 무엇보다, 라면은 가장 어두운 시기에 우리를 구원합니다.

이 기사는 2021년에 처음 게시되었습니다.

즉석 라면 한 그릇을 먹으며 제 마음속에 떠오른 생각들입니다. 사이공은 현재 3개월째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 중이며, 가정에서는 식료품을 사러 외출조차 할 수 없습니다. 설령 외출이 가능하더라도, 우리 가족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어머니는 종종 이렇게 말하며 집으로 돌아옵니다. “거의 아무것도 없더라. 라면도 다 떨어졌어.”

시간을 조금 되돌려 팬데믹 상황이 사이공에서 점점 더 복잡하고 예측 불가능해지기 시작했을 때를 떠올려 봅시다. 불안하고 혼란스러운 많은 사람들은 저처럼 식료품점으로 달려가 다가올 불확실성에 대비했습니다. 마치 보이지 않는 힘에 연결된 것처럼, 당시 가게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라면 판매대에 몰려 있었습니다. 제한된 선택지를 보며 멍하게 서 있다가 가격 대비 다양성과 품질을 보고 빠르게 여러 봉지를 장바구니에 넣었습니다.

끝이 없을 것만 같던 계산대 줄에서 모두가 라면을 쟁여두고 싶어 했습니다. 각각 Hảo Hảo, Omachi, Miliket 등의 봉지를 안고, 아니 누군가 라면봉지를 가져갈까 두려워하듯 꼭 껴안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경험이 있다면, COVID-19 발병 이후 베트남에서 즉석 라면 소비가 급증한 것에 놀라지 않을 것입니다. 세계 즉석 라면 협회(World Instant Noodles Association)의 통계에 따르면, 베트남 사람들은 2020년에 70억 봉지 이상의 라면을 소비했으며, 이는 2019년 같은 기간 대비 67% 증가한 수치입니다.

유사한 현상은 중국, 한국, 일본과 같은 아시아 태평양 국가에서도 나타났으며, 즉석 라면 산업은 종종 IT 회사나 자동차 제조업체를 제치고 주식 시장에서 선두자리를 차지하며 지속적으로 기록적인 수익을 올리고 있습니다.

팬데믹 이전에도 아시아 나라들, 특히 베트남 사람들은 이미 라면에 대한 변치 않는 사랑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베트남에서 맛있는 라면 한 그릇은 완벽한 한 끼 식사로 여겨집니다. 라면에 대한 갈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다양한 재료를 활용하여 홍합 라면, 달팽이 라면, 소고기 볶음 라면과 같은 "걸작"을 만들어냅니다. 라면은 서양 국가에도 존재하지만, 이렇게 존재감이 큰 요리로 대접받은 것은 아시아뿐입니다.

과학적인 관점에서 우리가 라면을 사랑하는 이유를 이해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라면의 주요 재료는 전분, 지방, 그리고 글루탐산나트륨(MSG)으로, 인간의 식욕을 자극하기 위한 체계적인 조합입니다. 종종 한 봉지로는 아쉬움을 느껴 한 봉지를 더 먹고 싶은 유혹에 빠지게 되죠.

아니면, 베트남 생활 방식에 깊이 뿌리 박힌 습관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어릴 적, 손바닥 크기의 알록달록한 라면 봉지는 누구나 좋아했던 간식이었습니다. 우리는 봉지를 뜯어 입에 쏟아 넣고는 바삭거리는 생라면 씹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수업 중 책상 밑으로 라면 봉지를 주고받으며 어린 시절의 우정을 돈독히 하기도 했고요.

나이를 먹어가면서, 라면은 시험 공부로 밤을 새우거나 끝없이 이어지는 마감에 쫓길 때, 혹은 집에 가는 길을 잊도록 술 취한 밤에 우리의 구세주가 되었습니다. 편의점에서는 라면 선반과 뜨거운 물을 입구 근처에 전략적으로 배치해 두어서 바쁜 일상 속 허기진 속을 달래기에 딱 좋은 장소로 만들어 두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우리는 라면이 기호품이 아닌 필수품이기 때문에 소비합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라면을 먹는다는 것은 맛에 대한 사랑이라기 보다는 삶의 긴박함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빠르게 발전하는 베트남의 경제 속에서 많은 사람들은 제대로 된 계약도 없는 일자리에서 낮고 불안정한 임금으로 생계를 유지해야 합니다. 반면, 라면 여러 봉지가 들어 있는 한 팩의 평균 가격은 약 10만 VND(최저임금의 약 1/30)에 불과합니다. 그들에게 라면은 이상적인 영양 공급원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배고픔을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저렴한 방법입니다.

즉석 라면은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58년 일본에서 발명되었습니다. 당시 일본은 경제 회복 과정에 있었고 기근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당시 면 요리가 인기였지만, 제조공장과 저장 시설 부족으로 대량 생산되지는 못했습니다. 사람들의 수요를 깨달은 기업가 안도 모모후쿠(Momofuku Ando)는 오래 저장할 수 있고 즉석에서 섭취할 수 있는 라면을 개발하고자 했습니다.

Google Doodle for Momofuku Ando on his 105th birthday.

안도 모모후쿠(Momofuku Ando)는 자서전에서 이렇게 썼습니다. “어느 날 이 지역을 지나가다가, 어둑한 라면 가게 앞에서 사람들이 20~30미터나 되도록 길게 줄을 서 있는 것을 봤습니다. 김이 피어오르는 가게 앞에서 사람들은 두꺼운 옷도 없이 추운 날씨에 떨고 있었습니다. [...] 그들의 얼굴은 라멘 한 그릇을 먹으며 밝아졌습니다.”

최초의 즉석 라면은 JPY 35(VND 7,200)에 판매되었으며, 사람들에게 저렴한 영양 공급원을 제공하려는 안도의 열망을 담고 있었습니다. “모든 사람이 잘 먹으면 세상은 평화로워질 것입니다,”라고 그는 주장했습니다.

2021년으로 빠르게 넘어가 보면, 세상은 전쟁, 자연재해, 사회적 불평등으로 다시 한 번 몸살을 앓고 있었습니다. 팬데믹으로 인해 수백만 명이 빈곤과 식량 부족에 직면했습니다. 그 암울한 상황에서 라면은 안도가 바랐던 마법의 제품은 아니었지만 여전히 중요한 생명선으로 남아 있습니다. 일본의 쓰나미, 대만의 지진, 베트남 중부의 홍수에 즉석 라면은 항상 존재를 드러냈습니다.

그러니 전 세계적인 팬데믹 속에서, 라면이 찬장 한쪽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라면을 그릇에 넣고, 스프를 추가한 뒤, 뜨거운 물을 부어 5분만 기다리면 완벽한 식사가 완성됩니다. 쌀국수(phở)나 분보(bún bò)의 정교함과 맛에 비할 수는 없더라도, 우리가 경험하는 불확실성 속에서 MSG의 풍부한 맛은 빈 속을 달래기에 충분한 위안이 됩니다.

즉석 라면은 단순히 기본적이고 편리한 식품 그 이상이며, 베트남 사람들과 아시아인들 전체가 공유하는 많은 공통 가치를 나타냅니다. 이는 전쟁 이후 기근에서 팬데믹에 이르는 고통스러운 역사를 견디는 끈기를 상징합니다. 사이공의 phá lấu(파러우, 내장탕)나 한국의 부대찌개에서 볼 수 있듯이 흔한 재료에서 비롯된 요리 창의성을 대표합니다. 무엇보다도 이는 안전함, 가족, 그리고 집과 연결되는 느낌을 줍니다.

한국 사람이 신라면을 먹고, 인도네시아 사람이 인도미(Indomie)를 먹으며, 베트남 사람이 하오하오(Hảo Hảo)를 먹을 때, 우리는 각기 다른 맛을 즐기지만, 같은 따뜻함과 위안을 느끼고 있습니다. 어쩌면 그것이 우리가 좋을 날에, 나쁠 날에, 그리고 그 수 많은 날에 마트의 라면 판매대를 찾는 보이지 않는 끈일지도 모릅니다.

Illustrations by Patty Yang and Phương Phan.
Graphics by Phan Nhi and Jessie Tr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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