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k 푸드 » 길거리 음식 » 골목 맛집: 따뜻한 집밥이 생각날 때, 7군의 시래기 맛집

한국의 극심한 교육열과 대입 경쟁 속에서 자란 나는 부모님과의 관계가 단 한 번도 수월하게 느껴진 적이 없었다.

비슷한 환경에서 자란 학생들이라면 공감하겠지만, 나는 내가 부모님의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 끊임없이 자문할 수밖에 없었고, 부모님의 완벽한 기준에 걸맞을 수 있도록 자신을 계속 채찍질했다. 특히 엄마는 두 분 중 내 교육과 일상에 더욱 많이 관여하셨기에 엄마와의 관계에서 더 우여곡절이 많았다. 하지만 우리의 아러한 복잡한 관계에서도 변함 없었던 것은 바로, 내 건강을 생각하시는 엄마의 마음과 노력이었다. 심혈을 기울여 만드신 영양소 풍부한 집밥과 고3 수험시절 급식 먹는 시간을 아끼겠다며 학교에 싸가곤 했던 도시락은 엄마가 나에 대한 당신의 무조건적인 사랑과 지원을 표현하시는 고유한 방식이었다.

엄마의 단골 메뉴 중에 하나가 바로 시래기 국과 반찬이었다. 시래기는 칼로리는 낮으면서 동시에 식이섬유를 많이 포함하고 칼슘과 비타민 A와 C가 풍부하기로 알려져있는데, 내가 밥심으로 하루종일 책상에 앉아 공부하기를 원하시면서 동시에 장시간 앉아만 있는 생활습관에 혹시 살이 찔까봐 걱정하시는 엄마께 이러한 시래기의 특성은 아주 안성맞춤인 먹거리였다.

식당을 장식하는 귀여운 그림들.

일반적으로 옛날에 시래기는 겨울철 제철 채소를 구하기 힘들 때 먹던, 구하기도 쉽고 오랫동안 보관이 용이한 저장 음식으로 알려져있다. 오늘날 우리나라는 예전에 비해 먹거리가 아주 풍부하고 다양해짐에 따라 예전만큼 시래기를 보관해놓고 먹는 집은 흔치 않아졌지만 풍부한 영양소에 대해 알려지며 많은 현대인들이 찾아먹게 되었다.

왼쪽: 취나물 돌솥밥. 오른쪽: 들깨시래기탕.

외국사람들이 흔히 찾는 한국음식은 아니기 때문에, 처음 사이공에서 시래기 전문 음식점 <들깨시래기>를 발견했을 때 나는 적잖이 놀랄 수밖에 없었다. 푸미흥에 위치한 이 식당은 점심시간에는 북적이는 손님들로 완전히 꽉 찼다. 손님의 대부분은 한국인이었고, 종종 베트남 분들도 한국 분들과 동행해서 찾는 것 같았다.

시래기 전문음식부터 다른 찌개나 정식까지 메뉴는 아주 다양했다. 평소에 나는 메뉴가 너무 다양한 식당은 잘 신뢰하지 않는 편인데, 들깨시래기는 슬로우쿠킹과 건강음식이라는 테마로 일관되게 메뉴 하나하나 개발에 고심하신 흔적이 느껴졌다.

음식에 쓰이는 효소 소스를 위해 발효과정을 거치는 다양한 과일과 채소들.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시래기들깨탕은 펄펄 끓는 탕 그릇에 담긴 채 아주 향긋한 된장과 들깨향을 뿜으며 등장했다. 또 시래기들깨탕과 함께 은행이 들어간 돌솥밥이 한 그릇 나와 따뜻한 식사를 마친 후 기분 좋게 후식으로 숭늉을 먹을 수 있었다.

보기도 좋고 맛도 좋았던 다양한 색채의 반찬들.

음식을 주문하자마자 나오는 반찬들은 그 맛과 색이 모두 조화로웠는데, 반찬을 담은 고급스러운 놋그릇은 입맛을 더욱 돋구며 식사에 정갈한 분위기를 더했다. 다양한 반찬은 전체적으로 맛이 좋았는데, 그 중 특히 두부조림과 비빔국수의 양념장은 함께 간 베트남 친구와 스페인 친구 모두 혀를 내두르며 추가로 주문할 정도로 특출났다.

그 맛은 대량으로 반찬을 생산해내는 공장에서 찍어낸 듯한 맛과는 정반대의 느낌으로, 마치 어렸을 적 가족 식사에 할머니가 손수 오랜 시간 준비하신 음식과 같은 느낌이 드는 정갈하면서도 건강한 맛이었다. 식사를 마친 후, 주인 아저씨께 여쭤보고 나서야 이 양념장의 비밀을 알게 되었는데 그건 바로 식당 계단을 장식하던 비밀스러운 통들이었다.

주인 아저씨의 말씀에 따르면, 식당을 운영하실 때 가장 중요하게 삼았던 목표가 바로 오시는 손님들께 많은 현대인들이 생활속에서 결핍한 아주 건강하게 맛있는 집밥 한 끼를 대접하는 일이라고 한다. 따라서, 다양한 자연 식재료를 사용해 실험하고 연구하시며 정제 설탕이나 조미료 대체품을 찾아오셨던 것이다. 다양한 채소와 과일을 사용해 만든 천연 효소 소스는 건강한 달짝찌근한 맛을 음식에 더한다. 또, 베트남으로 옮겨오시며 현지 식재료로 다양한 시도를 하신 결과 패션프루츠, 바나나, 오렌지와 홍고추 등 현지 식재료가 우리 요리와 조화를 잘 이룬다는 사실을 발견, 이후 계속 요리에 활용하고 계시다고 한다. 정말 한국적인 메뉴를 제공하면서도 가히 현지화에 성공하신 듯 했다,

왼쪽: 삼겹살 정식. 오른쪽: 삼치구이 정식.

반찬의 종류와 맛에 감탄하고 있는동안(특히 외국 친구들은 이렇게 다양하고 푸짐하게 나오는 반찬이라는 개념에 익숙하지 않아 더욱 기분 좋은 충격을 받은 듯했다) 들깨시래기탕과 삼겹살 정식, 삼치구이가 나왔다. 시래기들깨탕은 그 고소하면서도 풍부한 풍미가 내가 기대한 이상으로 훌륭했으며 한국에서 엄마가 해주셨던 집밥의 느낌을 떠올리게 했다. 짜고 자극적인 맛에 익숙해진 사람이라면 삼삼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평소 짠 음식을 즐기지 않는 내게는 이 삼삼한 정도가 딱 적당했다.

삼겹살 정식은 여느 한식당에서나 찾을 수 있는 꽤 흔한 메뉴지만, 지금까지 먹어온 삼겹살에 비해 더욱 깨끗하고 건강한 느낌을 받았다. 숙주나물, 버섯과 파인애플 조각과 어우러져 작은 돌판에 나온 기름이 빠진 삼겹살 고기를 같이 나온 상추에 쌈장과 야채와 함께 싸먹으니 깔끔한 맛이 아주 만족스러웠다.

마지막으로, 신메뉴 중 하나인 삼치구이 정식 또한 양념이 아주 적당하게 되어 생선 고유의 고소한 기름맛이 묻히지 않으면서 살짝 느껴지는 짭짤한 맛이 부드럽게 쫄깃한 생선 구이 식감과 어우러져 별미였다. 영양 보충이 필요할 때 엄마가 해주시곤 하던 생선구이가 생각나는 맛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면 수정과가 후식으로 나온다.

한국 사람들과 사업들이 베트남에 점점 더 많이 유입됨에 따라 기존에 한국에서만 구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되었던 많은 한국 음식이나 디저트, 서비스를 감사하게도 이곳 베트남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게 되었다. 그 중 다수는 마치 공장에서 쉼없이, 오차없이 돌아가는 톱니바퀴와 같이 아주 효율적으로 운영되며 타지생활을 하는 한국 사람들의 삶의 질을 높여주고 있다.

한편 개인적으로 잘 짜인 운영시스템만으로는 재현해내기 힘든 것이 바로 일종의 ‘집’의 느낌- 집에서 식구들을 생각하며 정성스레 만든 집밥에서 느껴지는 가족 간의 따듯한 정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골목식당에서 다룬 <들깨시래기>는 바로 이런 정을 손님들에게 전달하고자 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종합했을 때, 식당에서 제공되는 음식의 맛 자체도 모두 객관적으로 훌륭했지만 이번 식당에서의 내 경험은 음식 맛보다 더 깊은 감정적이고 개인적인 층위가 있었다. 식사를 하는 동안, 할머니 댁에서 엄마와 같이 할머니가 담그시는 여러 가지 장과 준비하신 음식 재료에 대해 설명을 들으며 조금의 서두름도 없이 가족들에게 다정하고도 건강한 음식을 먹이고자 하는 일념 하나로 천천히 요리하시는 모습을 지켜봤던 어렸을 적 기억이 떠올랐다.

할머니의 부엌에서 보냈던 그 시간은 고등학교 재학 시절 엄마와 내가 성적이나 대입 문제에 대한 고민을 제쳐두고 모녀로서 깊이 유대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시간이었다. “잘 봐둬.” 엄마는 이따금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시며 이렇게 말하곤 하셨다. “너도 너 같은 딸 낳아서 키우려면 엄청 힘들거다.”

정리하자면:

맛: 5/5

가격: 4/5 — 한국 음식점의 가격으로는 아주 훌륭한 편이나 기존 골목식당 시리즈에 소개했던 식당에 비하면 약간 비싼 편.(VND160,000–200,000)

분위기: 4.5/5

친절: 5/5

위치: 5/5

Jae는 코코넛에서 삶의 활력을 얻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나서는 종종 흥에 겨워 춤을 추곤 한다.

한국 가정식 <들깨시래기>

161 Ton Dat Tien, Tan Phong Ward, D7

Print
icon

 

Related Articles

Khôi Phạm

- 길거리 음식

골목맛집: 비 오는 추운 날 아침, 하노이의 클래식한 아침 식사 – 미엔르언

저는 하노이에서 가장 배고픈 여행자입니다. 그리고 이 도시는 감칠맛 가득한 따뜻함으로 저를 반갑게 맞이합니다.

- 길거리 음식

골목맛집: 골목 안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맛보는 사이공 최고의 피자

“그 표범 무늬요. 사람들은 그걸 싫어합니다,”라고 히에우 쩐(Hiếu Trần)이 설명합니다. “사람들은 그게 피자가 타서 생겼다고 생각합니다.”

- 길거리 음식

하노이 맛집: 반깐께욷꼬이(Bánh Canh Ghẹ Út Còi)에서 면발이 굵은 국수와 해산물 요리 즐기기

거리에 발을 들여놓기 전부터 바다의 향이 훅 들어옵니다. 꽝쭝(Quang Trung)과 냐쭝(Nhà Chung) 사이에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 모퉁이에는 하노이 길거리 음식의 생동감과 다양성을 잘 보여주는 새로운 형태의 레스토랑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 길거리 음식

골목맛집: 껌땀 롱쑤옌(cơm tấm Long Xuyên)을 맛볼 차례

껌땀(cơm tấm)에 대해 이야기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릴에 구운 돼지갈비를 올린 사이공 스타일 껌땀(cơm tấm Sài Gòn)을 떠올립니다. 그러나 이 요리가 생겨난 이후, 메콩 델타와 베트남 남부 전역에서 인기를 얻으면서 껌땀 사이공(cơm tấm Sài Gòn)과 다른 버전이 생겨났습니다. 현지인들이 너무나 사랑하는 이 요리는 그 출생지의 ...

Khôi Phạm

- 길거리 음식

골목맛집: 사이공 유일의 나이지리아 식당에서 맛보는 졸로프 라이스(Jollof Rice)

음식은 곧 역사입니다. 누군가에게 음식은 단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연료에 불과하며, 물 한 모금으로 삼켜버리는 것일 뿐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실제로 설탕, 팜유, 향신료와 같은 음식 재료들은 인간 역사의 흐름을 직접적으로 바꿔놓았을 정도죠. 국가적 차원에서 보면, 우리가 사랑하는 베트남 음식들, 예를 들어 hủ tiếu Nam Vang(후띠에우남방, 쌀...

Khôi Phạm

- 길거리 음식

골목 맛집: 길거리에 소박한 맛집 '아오야(Aoya) 라멘

제가 처음 ‘아오야(Aoya) 라멘’을 방문했던 날은 월요일이었습니다. 가게가 있어야 할 자리의 인도는 텅 비어 있었습니다. 월요일에는 휴업한다는 사실을 금방 알아 차렸죠. 두 번째 시도는 가게가 열려 있는 걸 보고 기뻐했지만, 이미 엄청나게 긴 줄을 선 손님들을 보고 그 기쁨도 금세 사라졌습니다. 세 번째는, 지난번 실패한 경험을 반영해 오후 8시 30분...

제휴 컨텐츠

- 제휴 컨텐츠

커피 나무에서 컵까지: 베트남 커피를 다시 보다

사이공이어는 이제 다른 방식으로 커피를 볼 것이다.

- 제휴 컨텐츠

사이공에 프리미엄 스테이크 플래터 컨셉을 들여온 'NAMO Tuscan Grill

사이공 내 식당의 종류는 점점 다양해지고 혁신적으로 변해가고 있으며, 최근 몇 년 사이에 여러가지 새로운 개념이 시장에 도입되었다. ‘NAMO는 이러한 움직임의 좋은 예시이며, 사이공에 프리미엄 스테이크 플래터를 들여온 선구자적 역할을 하고 있다.

- 제휴 컨텐츠

핑크 펄 레스토랑에서 두 셰프가 콜라보로 펼치는 프랑스와 한국 요리

최근 화제의 중심에 있는 ‘흑백요리사’에 대한 이야기를 따로 꺼내지 않더라도, 우리의 미식에 대한 관심은 언제나 뜨겁죠. 자 이번에는 1920년 대 미국의 황금기를 오마주한 푸꾸옥의 레스토랑에서 프랑스와 한국의 요리에 베트님식 테크닉을 접한 식사를 경...

- 제휴 컨텐츠

사이공 커피의 역사를 Ca Phe Co Ba에서 경험해보세요

사이공의 오페라 하우스, 노트르담 대성당, 번화 거리의 상점들 및 사라진 카지노를 담은 흑백 사진들이 붙어있는 노란색 벽면을 지나 Ca Phe Co Ba가 나타난다.

- 스폰서 게시물

학생들의 마음 건강에도 집중하는 AIS호주국제학교

마음 건강을 증진시키기 위해서는 전체적인 접근법이 필요합니다.

- 스폰서 게시물

사이공에서 사랑받는 바바스키친(Baba’s Kitchen)에서 경험하는 인도의 다채로운 맛

당신이 즐겨먹는 인도식 카레가 어디에서 왔는지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 스폰서 게시물

La Veranda 푸꾸옥 – M갤러리”에서 연말을 즐겨보세요

세계의 절반엔 낙엽이 떨어지고 외투를 동여매는 계절이 온 반면, La Veranda 푸꾸옥 - M갤러리에서는 포근하고 따뜻한 크리스마스와 신년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 스폰서 게시물

쉐라톤 그랜드 다낭 리조트 & 컨벤션 센터에서 만나는 특별한 음력설 (Tết) 연휴

베트남 전역이 음력설(뗏) 축제 분위기로 들썩이는 가운데, 다낭은 그 어느 때보다 활기차고 특별한 시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다낭의 그림 같은 논느억(Non Nước) 해변에 위치한 쉐라톤 그랜드 다낭 리조트 & 컨벤션 센터는 아름다운 날씨와 다양한 ...

- 스폰서 게시물

사이공 국제학교 라 쁘띠 에콜(La Petite Ecole)을 찾는 이유

사이공 학부모의 과제 중 하나는 자녀를 위한 좋은 학교를 찾는 것입니다. 자녀의 학교 결정은 배경과 시각을 균형 있게 유지해야 하는 외국인과 다문화 가정에게 특히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학생이 발전할 수 있는 좋은 교육 환경을 찾기 위해서 직접 학교를 ...

- 제휴 컨텐츠

Qui: Cuisine & Mixology 요리를 들여다보자.

Qui는 금요일과 토요일 밤 사이공니어들이 줄까지 서가며 즐겨 찾는 아주 유명한 곳이다.

- 스폰서 게시물

프리미어 빌리지 푸꾸옥(Premier Village Phu Quoc)에서 럭셔리와 자연을 만끽하다

베트남보다 캄보디아에 가까운 푸꾸옥(Phu Quoc)은 초록빛 숲으로 뒤덮인 산과 울창한 해초, 산호초가 수 마일의 깨끗한 해변을 둘러싸고 있는 독특한 생태계를 자랑한다.

- 제휴 컨텐츠

영국의 명문 노스런던컬리지에잇스쿨 베트남에 도착

175년 동안 뛰어난 교육을 제공한 세계적 수준의 IB 학교가 영국, 한국, 두바이, 싱가포르, 베트남에서 학부모와 학생을 초대합니다.